박용철 시집/정희에게

공기는 높고맑아 새암물 약이되고
친구같은 아버지와 동기같은 어머니라
집웅이야 족으마하던 다시없어 뵈더라

시내ㅅ물 소리딸아 짓거리는 말소리며
새악시 우슴에 굴러가는 거름이매
어느덧 접어드는길을 잊고지나 가더라 …(安養寺道中)…

어제야 알았던가 十年을 사굇던가
뷔인말 하지아녀 마음서로 비최든가
많을듯 적은말삼을 그대하소 하여라

마른잎 깔아놓은 뒤언덕을 뛰여채니
장하다 철원벌 눈아래 깔리는고
말달릴 젊은마음이 도로살아 오도다

발마초던 여섯거름 돌아서니 헡되여라
마음에 등을지니 그림잔들 위로되랴
뒷자최 애처러워라 더진듯걸어 가더라

궁예의 꿈을실흔 철원벌에 달만녀겨
흐린눈 떼여보니 다만한방 전등빛을
웃방에 누이의 숨소리는 들려들려 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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