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수양/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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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황희, 맹사성 등 선왕(태종)의 대부터 내려온 명신들을 비롯하여, 정인지며 신진 소년(新進少年) 성삼문, 신숙주, 박팽년 등등, 많고 많은 재사들이 왕의 날개 아래서 국가 건설의 대업을 진행시키고 있다.
그러나 왕은 세자의 문제 때문에 늘 쓸쓸하였다. 재상들과 한담이라도 사는 때는 늘 이 세자의 문제를 끄집어내곤 하였다.
더구나 근심되는 것은 당신이 지금 지휘하고 기르는 대신들 가운데도 마음 놓고 뒤를 맡길 만한 큰 그릇이 없는 점이었다. 당신이 이 사람이면─하고 뽑아내서 부리는 사람들이라 모두 일기 일능은 있으나 그 일기 일능이 있는 여러 사람을 통솔해서 부릴 만한 큰 그릇이 없는 점이었다.
큰그릇이 없는 바가 아니라 있기는 있었다. 있기는 있으나─그 큰그릇이란 자는, 하나는 현재 영의정(領議政) 황희였다. 황희만 있으면 넉넉히 그 재사들을 부려서 큰 일을 이룩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황희의 나이가 벌써 늙어서 죽음을 눈앞에 바라보는 형편이니 세자의 대까지는 도저히 가지 못할 것이었다.
또 하나는 당신의 둘째아드님인 진평(후일의 수양)대군 유다. 진평만 있으면 넉넉히 그 재사들을 각기 제 재간에 따라 부릴 수가 있겠으나, 진평은 신분이 왕제(王弟)이며 거기 따르는 구속이 또한 있을 것이다.
또 한 사람 왕의 백형되는 양녕대군, 그러나 양녕대군은 선왕께 광인이라 하여 폐출되었을 뿐더러 왕족으로서 스스로 근신해야 할 신분이라 정치에까지 용훼를 않을 것이다.
그밖에 황보인, 김종서, 남지 등이며 신숙주, 성삼문 등은 모두 제 한 몫은 당할 만한 재사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을 통솔하고 지휘할 만한 웃사람이 있어야지, 그렇지 못하면 제 가진 바 재능도 완전히 발휘하기 힘든다. 이것이 걱정이었다.
한참 뒤 동궁이 돈피 이불에 대한 사례를 하러 온 때도 왕은 동궁을 물끄러미 보며 쓸쓸히 머리를 끄덕일 뿐이었다.
왕의 마음을 잘 아는 황희도 약하디 약한 동궁을 쓸쓸히 절하여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