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귀신 같은 계책

바깥은 선선한 깊은 밤중이었습니다. 거의 새벽 가까운 밤중이었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상호는 기호에게,

“나는 여기 서서 요릿집 속을 살피고 있을 터이니, 그 동안에 당신은 여관으로 가서 여관 밑층 주인의 방 앞에 매달린 그 새장을 떼어 가지고 속히 오시오. 요릿집 문을 닫기 전에 속히 오셔야겠으니, 가다가 인력거라도 잡아타고 속히 갔다 오시오.”

하였습니다. 기호 역시 상호의 계책을 얼마쯤은 짐작하는 터이고, 더구나 지금은 어물어물 시간을 지체할 때가 아니라, 두말없이 뛰어가서 인력거꾼을 깨워 일으켜 가지고 여관으로 달려갔습니다.

기호를 보내놓고 상호는 그 요릿집 앞 어두운 벽 밑을 오락가락하면서 유리창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털보 주인이 두어 번 안으로 들어 갔다가는 즉시 다시 나오고 술 먹던 손님 중에는 한 패 세 사람이 나갔으나, 그 대신 또 새로운 패 세 사람 한패, 다섯 사람 한 패가 모두들 얼근히 취해 가지고 전후하여 새로 들어와 각각 자리를 잡아 가지고 앉아서 술을 먹는데, 세 사람 패의 상에서는 유성기를 갖다 놓고 요란한 중국 소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대체 중국의 이 따위 간편 요릿집이란, 밤이 새도록 내처 문을 안 닫고 장사를 하는 모양이요, 손님들도 날이 새거나 해가 돋거나 마음 놓고 느긋이 먹는 것이 보통인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는 중에 어쩐 일인지 요릿집 저쪽으로부터 단장 마누라가 나오더니 거기서 술 먹고 앉았던 키다리 녀석을 데리고 밖으로 나아가 저편 어두운 길로 걸어갔습니다.

그러자, 인력거가 뚜루루루 요릿집 앞에까지 와서 우뚝 섰습니다. 깜짝 놀라 돌아다보니까, 그는 기호였습니다. 돈을 달라는 대로 주어 인력거는 돌려보내고 기호는 상호에게 새장을 쥐어 주면서,

“주인 녀석은 잠이 든 모양이더구먼. 하인 년이 자지 않고 있어서 몰래 뛰어 오느라고 혼이 났었소.”

하였습니다.

“그랬겠지요. 자, 이제 또 들어갑시다.”

하고, 상호는 기호를 앞세우고 새장을 든 채 또 요릿집으로 비틀거리면서 들어갔습니다.

“께흡! 암만해도 술이 덜 취해서 그냥 갈 수가 있습니까? 또 먹으러 왔지, 께흡!”

한편 상 아래에 쓰러지는 듯이 자리잡고 앉아서 술과 두어 접시의 요리를 청하여 먹으면서 상호는 자주 기호의 귀에다 대고 소근소근 비밀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하였습니다.

시간이 늦어 갈수록 술기운이 온 방안에 넘쳐지는 것 같아서 손님들의 콧노래도 점점 높아지고, 유성기 소리도 점점 요란한 무도곡 같은 것이 돌아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술 먹다 일어서서 비틀비틀 하면서 유성기에 맞춰 무도를 한다고 떠드는 주정꾼도 생겼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상호는 넌지시 새장 문을 열어서 그 속에 있던 새를 한 마리 내놓았습니다. 노랗고 커다란 새 한 마리가 몹시도 시원하다는 듯이 요리점 천장으로 후루룩 날기 시작하였습니다. 상호와 기호는 실수하여 놓친 것처럼 꾸미느라고 벌떡벌떡 일어서서,

“에그머니, 에그머니.”

“잡아라! 잡아라!”

떠들면서 이리저리 새를 쫓아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다른 술 먹는 패들은

‘야, 이것 심심치 않은 구경이 생겼다’

고 곧 손뼉들을 치면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새가 자기네의 앉은 머리 위로 날다가 전기 등을 건드려 놓아서 전등이 흔들거리고, 전등 위에 오래 오래 앉았던 숱한 먼지가 재 쏟아지듯 이 요리 접시와 술잔 위에 쏟아졌습니다.

그러니까 그 밑에 웃고 앉았던 패들도 골이 나서 모두 일어서서 새를 잡으려고 쫓아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새가 여러 사람에게 쫓겨 다니느라고 미쳐 날뛰느라고 이리저리 나르면서 똥을 찍찍 깔겼습니다.

그러니까 보이와 털보까지 쫓아와서 새를 잡으려고 총채를 들고, 혹은 비를 들고 쫓아다니기 시작하여 온통 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유리창이나 문을 열어 놓았으면 그리로 새가 날아 나가고 아무 일도 없으련마는 아무도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이 이리로 우르르 저리로 우르르 몰려다니느라고 ‘쿵쾅쾅 쿵쾅쾅!’ 안에서 듣기에 바깥 요릿청에 난리가 난 것 같으므로 이상하게 생각하고 안에 있던 놈도 눈이 휘둥그레하여 쫓아 나왔습니다. 그 틈에 이렇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던 상호는 안문을 열고 후닥닥 뛰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새를 쫓아다니느라고 아무도 그것을 안 사람은 없었습니다. 한참이나 새를 잡느라고 소동하는 중에 몸이 날씬한 손님 하나가 모자를 벗어 들고 후려갈겨서 구석으로 몰아가지고 모자로 사뭇 눌러서 시원스럽게 잡았습니다.

쫓아다니던 모든 사람이 시원해 하면서 ‘휘’ 하고 숨을 돌려 쉬었습니다.

“야, 요놈이 그렇게 여러 사람을 미치게 하였담!”

하면서, 잡은 새를 들여다보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얄미워하기도 하다가 잃어버린 임자에게 주려고 임자를 찾았으나, 이상한 일인지 그들이 앉았던 상에는 새장과 음식 접시가 놓였을 뿐이고, 두 사람이 모두 그림자도 없었습니다. 기호는 상호가 안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 조금 후에 밖으로 사라져 나갔으니, 상호가 이 집안에서 순자를 구하면 삼층 밑 그 지하실로 도망하여 저편 동네 창고집으로 빠져나올 약속이므로, 자기는 바깥 한길로 돌아 그 창고집에 가서 기다리고 있을 계책이었습니다.

그런 줄은 꿈에도 모르는 요릿집 놈들과 손님들은 ‘웬일일까, 웬일일까?’하고 이상해 하면서 새장을 가운데다 놓고 궁금한 짐작으로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