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계교! 계교!


불쌍한 순자가 간신히 눈을 뜨고 다시 숨을 쉬기는 그 후 한참이나 지난 때였습니다. 우선 죽지 않고 살아난 것만 다행하여 연놈들은 기뻐하면서 그 피 흐르는 몸에 옷을 입혀서 자리 위에 뉘었습니다. 좀 쉬게 해 놓고 기운을 차리게 한 후에 또 물어 볼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여관 문으로 급한 일이나 생긴 것처럼 쿵쿵거리고 뛰어 들어와서 단장의 방으로 들어온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곡마단에 데리고 다니는 키 작은 난쟁이였습니다.

“저 단장님. 얼른 쫓아오세요. 지금 고놈 달아난 놈. 고놈이 곡마단 지었던 터 뒤에 이층집 여관이 있지요? 그리로 웬 조선 영감쟁이하고 들어가는 것을 보고 왔어요.”

“응? 정말이냐?”

단장과 일동은 벌떡 일어섰습니다.

“정말이어요. 지금 막 들어갔습니다.”

“자, 그럼 다 가자. 여럿이 가서 도망 못 가게 그 여관을 뺑 둘러싸라!”

비밀히 숨은 집을 알고 그를 잡으려고 단장과 그 여관에 있던 부하들은 우르르 따라서 나갔습니다.

별안간에 빈 집같이 조용해진 여관 안에는 단장 마누라 하나만이 남아 있어서 순자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이이고, 고놈의 자식을 이제야 잡게 되어서 시원하다. 잡혀 오거든 내가 먼저 그때 그 원수 먼저 갚아야지…….”

혼자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때 어디서 어떻게 들어왔는지, 새까만 양복을 입은 남자 한 사람이 자기 앞에 나타났습니다.

“어머나, 이게 누구야?”

하고 쳐다보니까, 이런, 그것이 거기 서있는 코에 수염은 붙였을 망정, 분명히 분명히 상호였습니다.

“사람 살리우!”

소리를 지르려고 하였으나, 틀렸습니다. 어느 틈에 상호는 그의 입을 수건으로 막아 뒤로 매놓고 미리 준비해 가졌던 끈으로 두 팔까지 뒤로 젖혀서, 결박을 하여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천천히 순자를 일으켰습니다.

“나다. 나야. 상호다!”

하는 소리에 순자는 벌떡 뛰어 일어났습니다.

“어서 가자! 그놈들이 오기 전에.”

상호가 순자를 데리고 여관 문 밖을 나아가서 골목을 돌아서니까 거기에는 벌써 아까 자전거 타고 종이를 전하던 학생이 인력거 두 채를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순자와 상호가 인력거에 올라타자 학생은 자전거를 타고 앞에 서서 인력거를 안내하면서 북쪽으로 몰아갔습니다.

《어린이》 4권 8호 (1926년 8·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