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경찰서 힘으로

기묘한 꾀로 순자를 구해 가지고 북쪽으로 도망해 간 상호의 일행이 북촌 중학동 354번지 조선집 조선방에 앉아서 급하던 숨을 내어 쉴 때쯤 하여, 저편에서는 난쟁이에게 속아서 명동 어귀의 여관까지 쫓아가 허탕을 친 단장과 그 부하들이 하도 분하여, 난쟁이를 잡아 묶어서 추켜들고, 씨근씨근 하면서 도로 자기네 여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와 보니, 단장의 마누라는 묶이어 쓰러져 있고 순자는 간 곳이 없는지라, 그들은 너무도 뜻밖에 일에 눈 뒤집힐 지경이었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고놈의 계교에 빠졌구나.”

생각할 때, 단장은 얼굴이 찢어질 것같이 노하였습니다.

“당신들이 막 나가자마자 어데 숨어 있다가 뛰어 나왔는지 별안간에 상호란 놈이 와락 달려들더니, 나를 그렇게 소리도 못 지르게 입까지 막아 묶어 놓고 순자를 일으켜 업고 나갑디다그려.”

“이렇게 야단이 났는데 여관 주인은 모르고 있었담?”

“알기는 어떻게 아오? 감쪽같이 해서 시치미 딱 떼고 업고 나간 것을…….”

“요놈의 자식!”

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단장은 와락 달려들어 난쟁이의 그 큰 머리를 으스러지게 후려갈겼습니다.

“네가 고놈의 부하 노릇을 하였으니까 그 놈이 있는 집도 알 테니, 대라 대!”

한 번에 맞아죽은 것처럼 폭 엎드려서 숨도 못 쉬던 난쟁이는 간신히 목소리를 내서,

“아니어요, 저도 정말로 알고 그랬어요. 제 눈으로 보지는 못했어도 어떤 양복쟁이가 나를 보고 돈 1원을 주면서 가서 단장 보고 ‘곡마단 터 뒤에 있는 여관으로 그 놈과 늙은이가 들어갔다’고 그러라고 이르기에, 정말인 줄 알고 뛰어와서 그렇게 여쭌 것이어요.”

하고 사실대로 이야기하였습니다.

“예끼, 이 미련한 놈의 자식아,”

하고, 단장은 발길로 찼습니다. 그러나 그놈이 상호와 달리 연락 없는 것은 확실히 믿었습니다.

“자, 그러면, 그놈들이 순자를 떠업고 어디로 간 줄을 알아야 쫓아가지…….”

“글쎄올시다. 어디든지 있는 곳을 알기만 하면야, 그까짓 것들 당장에 가서 쥐새끼 잡듯 잡아오지요.”

“그러나 이 넓은 경성에서 어디로 간 줄 압니까?”

머리를 이리 숙이고 저리 숙이고 하면서 아무리 애를 써도 도무지 알아낼 도리가 없어서 저희들끼리도 갑갑증이 생겼습니다.

“옳지, 옳지, 좋은 수가 있소.”

하고, 단장의 마누라가 무릎으로 걸어 나와 앉으므로, 여러 사람은 무슨 꾀나 난 줄 알고, 일제히 그를 향하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아까, 그 쪽지 반쪽이 있지 않소? 왜, 그 무슨 354번지라고 쓰인 쪽지 말이어요. 그것을 경찰서에 갖다 주고, 찾아 달라 합시다.”

말을 듣고 나서 단장은 픽 웃었습니다.

“나는 무슨 별 꾀라고……. 그까짓 쪽지, 동리 이름이 없이 허청대고 354번지라고만 씌어있는 것을 경찰서에선들 어떻게 어디 가서 찾누……. 흥!”

하고, 또 코웃음을 쳐버렸습니다.

“그래도 경찰서에서는 그런 것이 없이도 찾으려면 찾는데, 그런 것이라도 갖다가 주면 무슨 참고가 되겠지, 설마 못 찾을라구. 어쨌든 갖다 주고 자세한 이야기를 합시다.”

단장 마누라가 억지를 세워서, 기어코 ○동 경찰서에 그 반쪽 쪽지를 갖다가 주고, 그 동안 지난 이야기와 오늘 여자까지 마저 데리고 달아난 일을 자세히 이야기하였습니다.

“옳지. 참 좋은 것을 가져 오셨소. 이것만 있으면 당장에 찾아 드리지요.”

뜻밖에 경찰서에서는 그 쪽지 반쪽을 대단히 기뻐하였습니다.

“동네 이름이 없어도요?”

“동네 이름 없이도 곧 잡아 드릴 터이니 염려 말고 가서 기다리시오.”

이렇게 일러서 돌려보내 놓고, 그 경부는, 즉시 종○ 경찰서로 전화를 걸고, 북촌 일대에 어느 동네든지 동네란 동네마다 354번지는 모조리들 들추어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이 부탁을 받은 종○ 경찰서에서는 곧 각처 파출소에 전화를 하여 어느 동네든지 354번지를 조사하라고 명령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