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자전거로 충돌

점심때가 가까워서 곡마단 터의 짐 묶기가 대강 끝나는 것을 보고, 단장 내외의 일행은 순자를 데린 채로 산보하듯 진고개로 걸어갔습니다. 몹시 번화하나 좁다랗기 짝이 없는 길로 가면서 일행들은 서울 구경도 오늘이 마지막인 것을 섭섭해 하는 듯이 이쪽 가게 저쪽 상점을 번갈아 보며 지껄이면서 걷기 싫은 걸음을 걷듯 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중에도 순자만은 고개를 숙인 채로 땅만 내려다보면서 힘없는 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겨 놓을 뿐이었습니다.

오빠는 지금 어디로 가서 어떻게 있는지 다시 만나지도 못하고 나 혼자 이 밤에 중국으로 끌려가면 어떻게 하나 생각할 때에는 그만 길가에서라도 소리쳐 울고 싶도록 마음이 서러워서 울음을 억지로 참아도 걸음마다 눈물이 쏟아져 흘렀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일행이 명동 네거리를 지날 때, 돌연히 뒤에서 자전거 한 대가 따르릉 따르릉 방울을 울리면서 오므로 일행은 이리저리 비켜섰습니다.

얼른 좌우 옆으로 비켜 가운데 길을 틔어 주었건마는, 자전거 탄 어린 학생은 자전거를 처음 타는 사람처럼 이리 비틀 저리 비틀 하더니, 일행 중 한 사람과 맞부딪치고 쓰러졌습니다.

자전거에 부딪혀 쓰러진 사람은 순자였습니다. 자전거 탄 채 쓰러졌던 학생은 냉큼 일어나서 일본말로 ‘스미마셍 도모 스미마셍’하면서, 쓰러진 순자를 붙들어 일으키고, 모자를 벗어 들고 자꾸 미안한 절을 하였습니다.

앞에 가던 단장이 우뚝 서서,

“이놈아, 왜 탈 줄도 모르는 자전거를 타고, 남을 다친단 말이냐! 이 나쁜 놈아!”

하고, 따질 듯이 달려들었습니다. 학생은 두어 번 머리를 굽실굽실 숙이고는 제비같이 얼른 자전거에 올라앉아서, 아까와는 딴판으로 총알 같이 달아났습니다.

‘흥, 저렇게 잘 타는 놈이 왜 사람을 치었어…….’

일행들은 닭 쫓던 개 모양으로 이렇게 중얼거리면서 한참이나 섰었습니다.

쓰러졌다가 일어난 순자의 손에는 조그만 종이쪽지가 쥐어 있었습니다. 아까 자전거 타고 와서, 일부러 순자를 치어 쓰러뜨린 학생이, 순자의 손을 잡아 일으킬 때에 그 손에 쥐어 주고 간 것입니다.

‘무얼까?’

하는, 궁금한 생각으로 순자의 가슴은 이상하게 두근거렸습니다.

‘혹시 오빠에게서…….’

하고 생각할 때, 순자는 더 참을 수 없어서 위험한 것을 무릅쓰고 걸어가면서 넌지시 그 접고 또 접은 종이를 펴 보았습니다.

펴 보니, 연필로 홱홱 갈겨쓴 글씨…….

순자야, 오늘 저녁 안으로 어떻게든지 틈을 타 나와서

중학동 354번지로 찾아오너라. 거기서 온종일 기다리마.

거기는 외삼촌이 계신 집이다.

상호.

분명히 오빠의 글씨다! 오빠의 글씨다! 오! 오빠는 무사히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단 혼자 외롭게 있는 것이 아니고 오빠를 위하여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있나 보다. 그러니 아까 자전거 타고 왔던 학생도 그런 사람인 것이 분명하다. 생각할 때 순자는 살아난 것 같이 기뻐 날뛰었습니다. 그리고 기회만 엿보았습니다.

《어린이》 4권 7호 (1926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