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힘으로보다 꾀로

명동 어귀 곡마단 포막집 헌 터의 뒷모퉁이에서 변복한 상호와 외삼촌과 통역 학생 세 사람이 순자를 구하러 가려는 의논을 하고 섰다가 상호의,

“쉿!”

하는 소리에 말을 그치고,

“저기, 저기!”

하는 곳을 바라본즉, 과연 거기에 순자가 지옥에 갔었던 듯싶은 순자가 걸어오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나 혼자서 걸어오는 것이 아니고, 그 무서운 마귀 같은 단장과 독사같은 마누라와 그리고 그 부하들과 함께 가운데 서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아아, 그 파리하고 생기 없는 얼굴, 물에 젖은 솜같이 축 늘어진 두 어깨, 죽지 못해 끌려오는 걸음걸이, 얼마나 두들겨 맞았으면 저렇게 되었을까 싶어서 벌써 상호의 가슴은 뻐개지는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저놈들의 손에서 순자를 구해 내 올까?’

아픈 가슴이 새삼스레 뛰놀기 시작하는데, 그들 일행은 어느덧 곡마단 터까지 이르렀습니다. 거기서 짐을 묶고 있던 놈들이 일일이 단장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시 부지런히 묶고 있고, 단장은 묶어놓은 짐의 수효를 헤이고 있었습니다.

“이놈들아, 얼른 묶어야 오늘 밤차에 늦지 않지…….”

다 헤이고 나서, 단장은 호령했습니다.

“염려 마셔요. 짐은 시간 안에 넉넉히 다 묶어 놓을 테니요. 달아난 놈을 찾기나 했나요?”

“고놈의 새끼 어디를 갔는지 영영 알 수 없는걸. 그래도 경찰의 손에는 저녁 안으로 잡히겠지…….”

“찾지 못하면 그냥 내버려두고 가나요?”

“어떻게든지 찾아 가지고 가야지. 고놈이 없으면 당장에 못하게 될 것이 많으니까.”

그놈 그놈 하고 찾지 못해 하는 말은, 지금 여기 변복하고 섰는 상호를 가리켜 하는 말이었습니다.

이야기 눈치로 보면, 분명히 오늘 밤차로 중국으로 갈 모양인데, 상호를 찾지 못해서 안타깝게 구는 모양이었습니다.

“아저씨, 저놈들이 오늘 밤차로 중국으로 갈 모양입니다.”

“으응, 오늘 밤차로? 그럼 어서 순자를 놓치지 말고 구해 내야지.”

“글쎄올시다. 어떻게든지 오늘 저녁 안으로 빼앗아 와야 할 텐데요.”

몸이 달 듯하여 손에 땀을 흘리면서, 상호와 외삼촌은 안타까워하나, 그러나 순자가 지금 자기들 눈앞에 섰건마는 구하기는커녕 인사도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아아, 저편은 수십 명이나 되는 떼를 가졌는데, 이 편이라고는 말도 못 통하는 육십 노인 한 분과 십육 세의 상호 한 사람뿐이니, 너무도 나무도 야속한 대적이었습니다.

“암만해도 힘으로는 당할 수 없으니까 꾀로 구해야 한다. 꾀로 해야지 별 수가 없다.”

상호는 급히 수첩을 꺼내서 종이 한 장을 떼어 연필로 무언지 급급히 써서 꼭꼭 조그맣게 접더니 외삼촌이 데리고 온 통역 학생 기호의 귀에 대고 소근소근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