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이리 오라고 해라

벌써 여러 해 전의 일입니다. 벨기에에서는 대바이올리니스트 뷰탄의 백년제를 지내게 된 때, 당시 세계적 대바이올리니스트 이자이에가 사회자가 되어, 음악 전체를 지휘하게 되었읍니다. 프랑스의 대바이올리니스트 티보가 내연(來演)하기로 했으나 갑자기 유고(有故) 불참케 되자, 엘만을 대신 불러오느라고 한참 큰 소동이 일다시피 했을 때입니다. 총연습이 되자, 벨기에의 황제 폐하가 연습장에까지 행차하여 연습 진행의 상태를 열람했읍니다. 이런 줄도 모르는 이자이에는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심으로 연습을 계속 하고 있을 때에, 어떤 자가 그의 옆으로 와서,

“폐하께서 선생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하고 고했읍니다. 이자이에는 무슨 말로 알아들었는지,

“볼일이 있거든 이리로 오라고 해!”

하고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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