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복수의 술잔
이탈리아의 명바이올리니스트 쟈르디니가 영국에 체류하던 때의 일입니다. 음악가, 화가들의 장난꾼의 일당은 떠들고 장난칠 장소를 찾기 위하여 한 클럽을 만든 일이 있었읍니다. 쟈르디니도 물론 그 클럽의 일원으로 밤마다 여러 동지들과 함께 난폭하게 놀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장난은 아무 악의 없는 일종의 천진난만한 장난이었읍니다.
어떤 날 저녁, 쟈르디니가 클럽으로 들어가려니까, 벽상(壁上)에는 한 장의 광고지가 붙어 있었읍니다. 거기에 씌어 있는 전문은 이러했읍니다.
“이 클럽 회원으로 누구에게든지 노래를 청함을 받을 경우에는 몇 번이 되든지 이것을 거절하지 못함. 노래를 부를 때는 곡조, 음정, 가사, 발음 등의 정확을 기하되, 만일, 조그만큼이라도 틀림이 있을 때는 출석자 과반수의 결의에 의하여, 벌칙으로 반 파인(약 1合[홉] 5勺[작])의 술잔을 단숨에 비울 것, 본 규칙은 오늘부터 시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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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꾼의 부원들은 이탈리아의 나그네를 곤고(困苦)하게 만들기 위하여 이러한 규칙을 만든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었던 것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인 쟈르디니에게는 곡조나 음정이나 가사 같은 것쯤에는 그다지 곤란할 것도 없었겠지요마는 외국어의 발음에야 무슨 재주로 정확 무오함을 보증할 수가 있었겠읍니까?
이탈리아풍의 발음법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쟈르디니는 그날 밤부터는 매일 밤마다 녹초가 되도록 취해 가지고 집에 돌아오는 것입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밤 이같이 되고 보니, 그는 심중에 우습기도 했지마는, 그러나 다시 한편으로 생각하면 분하기도 해서, 어떻게든지 복수를 해 보려고 궁리하고 있었읍니다.
이리 생각 저리 생각하던 끝에 그는 한 묘안을 생각해 냈읍니다. 이 규칙이 절대 불가침인 이상, 이것을 역행하여 이번에는 자기가 먼저 다른 친구에게 노래를 청하기로 결심했읍니다.
그는 곧 〈Beviamo tutti tre〉라는 노래를 작곡했읍니다. 그리고 그 곡조 끝에는 「아아」하고 내뽑는 연성부(延聲部)를 붙인 후, 결코 중간에서 숨을 쉬거나 소리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까지 기입했던 것입니다.
복수! 그는 실로 생각만 해도 통쾌했읍니다. 부랴부랴 클럽으로 뛰어가서, 동무들이 모여 들기만 기다렸읍니다. 이윽고 그는 큰 기침을 한 번 하고 일어서더니,
“오늘 밤에는 내가 부원(部員) 여러분에게 노래를 청하겠읍니다. 곡조는 여기 있으니 틀림없이 정확하게 불러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고, 그는 득의만면하여 노트를 꺼내어 부원에게 건네었읍니다. 이것을 받아 본 부원의 한 사람, 별로 어려울 듯한 악절(樂節)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음을 발견하자, 이까짓 것쯤이야 하는 생각으로 서슴지 않고 노래를 시작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웬걸요, 최후의 ‘아아’ 하고 뽑는 부분에 이르자 그만 큰 낭패를 하고 만 것입니다.
성공, 대성공, 쟈르디니는 부원 전부에게 이 노래를 청하여 마음껏 골려 주었읍니다.
- 자르디니(Felice de Giardini)는 1716년 4월 12일에 튀랑에서 출생하여, 1796년 12월 17일에 모스크바에서 사망한 당시 유명하던 제금가(바이올리니스트) 겸 가극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