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주점의 전속 악사

프랑스의 대작곡가 생상이 샬톨이란 동네에서 개최된 남성합창 경연회에 심사원으로 추천되어 출석했던 때의 일입니다. 경연회가 끝난 후에 그는 동료 2,3인으로 더불어 그 동네의 어떤 작은 카페에 놀러 갔던 것입니다. 카페의 무대에는 남루한 의복을 입은 3인의 남녀가 까마귀 소리 같은 음성으로 노래라고 부르고 있었읍니다. 거기다가 반주는 구역이 날 만큼 더럽게 두드려대는 것입니다.

한참 기분을 돋군 생상은 여기서 또다시 장난을 시작했던 것입니다. 마침 노래가 끝나고 무대가 비어 있는 틈을 타서 그는 피아노 앞에 나가 앉아서 즉흥연주를 시작했읍니다. 그런데 이것이 카페의 주인 이하 여러 손님들의 열광적 환영을 받게 되자 카페의 악사(樂士)]들은 자기네의 반주도 좀 해달라고 청했읍니다. 일이 이에 이르고 보니 이왕 내친 걸음이라 생상은 무엇이든지 가져 오라고 호언을 하게 되었읍니다.

그 때의 청중으로 말하면 대부분이 병졸과 여급들이었읍니다. 되는 대로 유행가, 연가 나부랭이를 집어치고 나서 주인은 기가 막혔던지 한참 동안 부동의 자세로 이 새로 온 악사를 쳐다보다가, 그의 비범한 악재(樂才)는 반드시 이용할 만한 곳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그의 앞으로 가서 이같이 청해 보았읍니다.

“여보, 이번 시즌[계절(季節)] 전부를 계약하지 않으려오? 보수는 전무후무 한 최고급으로, 한 곡조 연주에 5프랑씩 내리다.”

이 집 주인은 이 사람이 유명한 〈삼손과 델리라〉의 작곡자 생상 선생인 줄이야 꿈에도 몰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생상의 대답이 또한 걸작이었읍니다.

“고맙소이다, 대단히 좋은 말씀이요, 그러나 내가 파리에서는 한 곡조에 10프랑씩은 받았는데요. 하여간 좀더 생각해 보리다.”

하고는 그는 동무들과 어깨를 졌고 돌아와 버렸읍니다.


  • 생상스(Charles Camille Saint-Saens)는 1835년 10월 구일 파리의 라틴 구에 탄생하여, 1921년 12월 16일에 86세의 고령으로 서거한 프랑스 최대의 음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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