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그 지아버니가 금년 봄에 병들어 죽었소.”

만리 밖에, 돈벌이하러 남편을 떠나보내고 혼자서 외로이 집을 지키고 있 는 아내에게 이런 소식이 왔다.

그때 아내는 태중으로 거의 만삭이 되어 있었다.

얼마 뒤에 아내는 옥동을 낳았다.

산후도 경쾌히 지낸 뒤에 아내는 삯베를 짜기 시작하였다. 천하만사를 모두 잊은 듯이 젊은 과부는 베짜기에 열중하였다.

1년이 지났다.

어린애는 해들거리며 벌벌 기어다녔다. 젊은 과부는 때때로 뜻하지 않게 베 짜던 손을 멈추고는 어린애를 내려다보고 하였다.

또 1년이 지났다.

어린애는 쿠등쿠등 뛰어다녔다. 쉬운 말은 다 하였다.

젊은 과부의 눈물 머금은 사랑의 눈은 어린애의 생장을 돕는 가장 좋은 거름이 되었다. 어린애는 나날이 보이게 컸다.

어린애의 세 돌이 지났다.

천하만사를 잊은 듯이 베짜기에 열중하였던 젊은 과부는 베짜기를 중지하였다. 그리고 그사이에 모은 돈을 세어보고 곁집을 찾아갔다.


“엄마 언제와?”

“열 밤 자구 오마.”

“그때는 아버지도 같이 오지?”

“암, 같이 오고말고.”

앞서는 눈물을 감추고 젊은 과부는 제 가장 사랑하던 아들과 작별하였다.

그사이에 3년 동안을 삯베를 짜서 모은 돈을 어린아이와 함께 곁집에 맡긴 뒤에 수로 천리 육로 천리의 먼 길을 떠났다.

제주도에서 백두산까지,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생각만 하여도 진저리가 나는 먼 길을 젊은 과부는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떠났다. 없는 남편의 뼈를 거두어 오고자…….


먹을 것이 없을 때에는 솔잎을 씹었다. 산골짜기 바위틈에서 자기가 예사였다. 큰 집에 가서는 동냥을 하였다. 마을에 가서 삯일을 하였다. 이리하여 열 밤 자고 오겠다고 자기 아들에게 약속한 젊은 과부는 집을 떠난 지 1년 만에야 백두산 벌목터까지 찾아갔다.


“제주도에서 왔던 사람의 무덤…….”

이러한 몽롱한 질문을 하면서 이 벌목터에서 저 벌목터로 찾아다니던 그는 석 달 만에야 그 ‘제주도에서 왔던 사람의 무덤’을 얻어냈다.

사람의 독한 마음은 능히 하늘빛을 어둡게 할 수 있는 것이다. 몇 해 동안을 단지 이 한 덩이의 흙더미를 찾기 위하여 애쓴 그는 마침내 여기서 발견하였다. 그는 나뭇개비를 하나 얻어다가 그 무덤을 팠다. 그리하여 무서움도 모르고 밤을 새워가면서 뼈를 추려 가지고 온 치룽에 넣은 뒤에 그는 그자리에서 처음으로 통곡을 하였다. 4년에 가까운 날짜를 참고 또 참았던 울음이었다.


사흘을 머리를 풀고 통곡을 한 뒤에 그는 산을 내려왔다.

소문이 벌써 퍼졌는지, 산 아래 마을에는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그를 기웃기웃 들여다보았다. 젊은 과부는 머리를 수그리고 걸었다. 그의 등에는 가장 그의 사랑하던 이의 해골이 지워 있는 것이었다.

사랑은 가장 큰 것이다 . 사랑은 모든 것의 위에 선다. 사랑하는 이를 등에 업은 그는 발걸음조차 가벼웠다. 이제는 사랑하는 이의 유고(遺孤)를 기르는 귀한 책임이 그에게 있었다.


고향의 길로…… 둘째 걸음은 첫걸음보다 더욱 빠르게 다시 육로 천리 수로 천리의 길을 떠난 그는 어떤 동리에 들어갔다. 그것은 그 해골을 파낸 곳에서 이틀 길쯤 되는 곳이었다.

그는 시장함을 깨달았다.

한술의 밥이라도 얻어먹을 양으로 어떤 집 문간에 섰다. 남의 집 문간에는 서는 것도 한두 번 뿐이랴먄 등에 사랑하는 이의 해골을 업은 이때에는 그것도 그다지 고통은 아니 되었다.


“?”

그는 거기서 없은 줄만 알았던 자기의 남편을 보았다. 어떤 여인과 살면서 그 집 주인 노릇을 하는 남편을…….

“여보…….”

모깃소리만 한 소리가 짐짓 여인의 입에서 새었다.

“아…….”

역시 모깃소리 같은 소리가 남편의 입에서 새었다.

여인의 등에 졌던 치룽은 저절로 미끄러져서 힘 없이 땅에 내려졌다. 여인의 오른편 무릎에 땅에 닿았다. 그 뒤를 따라서 왼편 무릎도 닿았다. 그다음 순간 여인의 몸은 넘어지는 고목과 같이 땅에 쓰러졌다.

넘치는 순정을 발에 밟힌 바 된 젊은 여인은 너무 억하여 그 자리에 쓰러진 것이었다.

이리하여 그는 거기서 영원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