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여름의 해는 유난스럽게 길어 오후가 한층 지리하다.

세 시 반 신경행 급행열차 시간을 앞둔 경성역 구내는 느릿한 속도에서도 수선스럽기 짝이없다. 역전 마당에 늘어선 무수한 새까만 자동차 속에 한 대의 하이야가 굼시르으 와 닿더니 꽃묶음을 든 사나이가 내렸다. 대단한 차림도 아닌 그는 소설가 문훈(文薰)이다. 벽 위의 시계를 쳐다보고 시간을 헤아리면서 문 안으로 들어선다. 많은 시선 속에서 꽃묶음을 든 자기의 모 양을 겸연히 여겨선지 빙그레 웃어 본다.

“여자 손님이나 보내는 것처럼 괜한 꽃묶음을 다―”

대합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이 역시 그 무엇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젋은 의학 박사 박능보(朴能普)를 만난다. 코 아래에 수염을 깜츠르으하게 기른 거리에 수두룩한 풋 박사의 한 사람이다.

“꽃은 잘 생각한 선물일걸.”

“쑥스럽긴 하나 친한 동무 새에 무관할 듯해서.”

“난 무엇을 살꼬.”

대합실을 나와 매점 앞에서 어른거리다가,

“옳지, 위스키. 벌판에서는 취해야 하느니. 맑은 정신으로 만주 가는 친 구도 없을 테니.”

“거 장쾌해.”

술병을 사들고 꽃묶음을 쥐고 두 사람은 보내려는 동부 천일마(千一馬)를 찾으나 쉽사리 눈에 띠이지 않는다.

대합실을 다시 들치고 차점 안을 살피고 나서 이층으로 뛰어 올라갔으나 식당에도 보이지 않는다.

“만주를 댕겨 버릇하면 사람까지 느려지는 모양인가.”

“이번 길은 뜻이 다르니까 준비에 공이 드는 셈이지.”

“일마는 이러다가 만주 귀신되지 않나 보게나.”

일마에게는 늦어진 이유가 있었다. 며칠 전에 사두었던 하얼빈까지 가는 삼등차표를 오늘 별안간 이동으로 갈게 되었다. 이번에 우연히 교섭을 가지 게 된 현대일보 사장의 호의로 일이 적으나마 촉탁의 이름을 얻게 되고 여 비에도 특별한 우대를 받게 되어 외부에 대한 체면도 있고 하니 기차는 이 등으로 하라는 것이었다.

뷰어로 에서 표를 바꾸어 ‘ ’ 이등차표를 받고 나니 기차 시간도 어언 임박 해 있다.

사장의 명령으로 자기를 보내러 나온 신문사 동무 김종세(金鐘世) 함께 역으로 나가는 차 속에 않은 것은 불과 반시간을 남긴 때였다. 운전수에게 속력을 분부하고 깊숙한 자리에 몸을 맡기고 있노라니 일마에게는 일종의 만족이 솟았다.

“이등차가 처음이네. 자넨 파스를 가진 덕으로 종종 타련만 난 처음이 야.”

“기쁜가. 어서 이번 길로 팔자나 고치게나.”

“삼등 신세가 이등으로 뛰어오른 것이 엄엄해 목 배기겠어.”

“언제나 그 가난뱅이타령 그만두게나. 일등의 세계로 들어선다면 기절을 하겠네 그려. 한다하는 문화시절의 임무를 띠었는데 그까짓 이등쯤이 무에 게 그러나.”

“문화사절──이름이 좋지.”

“어서 일이나 성사시키고 와. 이번에 성공한다면 사로서의 대접도 있을 테구 자네두 좀더 솟아날 수 있으리.”

“웬일인지 마음에 잘될 것두 같구만 원.”

일마에게 맡겨진 문화시절의 임무라는 것은 별다른 게 아니었다. 하얼빈 에 가서 교향악단의 초청을 교섭해 오자는 것이었다. 일마의 명함에 비록 직업의 기입은 없다고 해도 문화시평도 쓰고 음악평론도 쓰고 하는 동안에 거리에서는 어느결엔지 한 사람의 문화사업가로 자타가 공인하는 처지에 놓 이게 되었다. 동경서 이름난 극단도 초빙해왔고 무용단도 교섭해 오는 등 그 방면의 재간과 성공이 눈을 끄는 바 되어 이번에는 현대일보의 사장이 하얼빈교향악단에 착목하게 되어 그 교섭의 사절로 일마를 등용하게 된 것 이었다. 일마 단독으로도 계획함직한 일이었지만 신문사의 배경을 비는 것 이 그로도 유리했던 까닭에 즉시 타협의 조건으로 승낙하고 길을 떠나게 된 것이다.

“하긴 나두 이만하면 자네들 신문인에게도 빚질 것 없는 문화사업가니라구 생각 못할 배 아니네만.”

일마는 오늘 사실 그가 현재 사회적으로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일종의 자 만을 느꼈다.

“아무렴, 자네를 단순히 문화사업 브로커라고만 여길 사람은 없을 테니 깐.”

종세의 대답도 물론 조롱의 뜻으로 하는 말은 아니다.

학부의 문과까지를 “ 나와 가지구 내가 지금 이 노릇을 하게 된 것을 숨어 서 한탄해 주는 사람도 있을는지 모르나 난 조금두 부끄러울 것이 없구 되 려 자랑으로 생각할 때가 많어. 그도 제멋이겠지만 동창들이 거개과장이니 박사로 출세했다구 해두 내게는 지금 내 하는 일이 제일인 것 같거든.”

“그런 자랑이 없이야 어찌 맡은 일을 즐겁게 해가겠나. 나두 솔직하게 말 하면 자네가 전번에 데려왔던 동경극단의 공연이 요새 흔한 박사의 논문쯤 보다는 시민에게 주는 문화적 뜻이 더 크다구 생각하는 바네.”

“이번 길두 내게는 웬일인지 한없이 자랑스럽게 어겨진단 말야. 방랑객인 것처럼 이때껏 만주의 천지를 문 앞같이 드나들구 했어두 이번같이 마음이 긴장되구 대견한 때는 없었어.”

“자네 벌써 서른 다섯이든가. 인생두 반이 넘었으니 앞으로 좀더 피어가 두 좋지 않겠나.”

“나이를 따지면 부끄럽네만 솟을 날에는 솟게두 되겠지 설마 언제까지 나 이 꼴로야―”

차가 역 앞에 이른 까닭에 말도 멈추어졌다.

트렁크를 들고 내려섰을 때 일마에게는 먼 길을 떠난다는 생각이 새삼스 럽게 들면서 짐을 든 팔이 유난히 벅차다.

어깨를 의젓이 펴고 들어설 수 있는 일 이등 대합실의 공기도 오늘만은 삼등의 자격을 가지고 살며시 숨어들 때와는 달라서 어려울 것 없이 편편하다. 여전히 두리번거리고들 있던 꽃묶음을 든 훈과 위스키 병을 든 능보가 달려와서 앞들을 막는다.

“만주 바람을 쏘인 사람은 이렇게 만만딘가.”

“왜 야단스럽게 나와 주었나. 알뜰한 동무들은 몇 달씩 못 보다가두 정거 장에서만은 이렇게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단 말인가.”

친구들의 그만 우정의 표현이 장구한 세월을 대개 고독하게 지내온 일 마에게는 미상불 반갑다.

“자네 이번 길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만도 고개를 길게 뽑구 성과를 기다려야 할 판인데 어서 좋은 예술이나 듬뻑 싣구오게 나.”

“내 선물을 어떻게 생각하나.”

훈이 불쑥 내미는 꽃묶음을 받아들면서 일마는 낯은 천연스러워도 가슴은 쯔릿했다. 맑은 한 묶음의 꽃이 고운 심정과 행복 이외의 무엇을 의미하랴.

고마운 정미가 은연중 마음을 찔렀다.

“소설가는 꼭 이렇게 소설가다운 선물을 해야만 되나.”

내 손이 여자의 손이었더면 “ 더 생색이 있었을걸. 무트럭 사내의 손으로 꽃을 준다는 게 좀 어색해.”

“내가 여자를 잊은 지 벌써 몆 핸 줄 아나.”

“난 소설가가 아니니까 의사의 선물은 이것이내.”

능보가 주는 위스키 병을 트렁크 속에 수습하고 났을 때 확성기가 소리를 치기 시작한다.

―신경행 열차 개찰 시작― 와르르 몰리는 사람 속에 섞여 개찰구를 향해들 섰을 때 삼등 대합실의 혼잡한 경우에 비기면 호젓하기 짝없는 편이었다. 계급적인 영달과 사치의 만족이 반드시 일마의 원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삼등실과는 다른 그 일 이등 대합실의 실감이 오늘은 별스러이 마음을 파고든다.

“자네 신수가 오늘은 열 곱은 나 보여.”

일마의 속을 알고서인지 모르고서인지 종세는 걱실걱실 웃는 것이었다.


이등차실 창 기슭에 자리를 잡고 폼에 내려섰을 때 일마는 앞에 와 선 세 사람의 동무를 보고 믿음직하고 탐탐한 느낌이 들었다. 능보, 종세, 훈― 다시 말하면 의학박사요, 신문기자요, 소설가인 그 세 동무의 건장하고 츨 츨한 자태가 폼에 모여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각별히 뛰어나 보이면서 그들이 거리에서 각각 가지고 있는 소중한 지위라든지 명망이 더욱 귀한 것 으로 여겨지면서 불현듯이 동무로서의 기쁜 마음이 솟았다. 그런 동무를 가 지고 있는 자기의 행복감이 뒤를 이으면서 자기도 그 츨츨한 동무들 속에서 부끄럽지 않은 한몫을 보아야겠다는 자각이 치밀어 오른다.

“언제나 자네 그 코 값은 하리.”

종세가 농삼아 하던 말을 마음속으로 새겨보면서 춘향 코, 이 도령 코에 내 코도 한몫 넣어서 동무들과 자기를 겨누어 보며 자각을 한 번 더 매질해봄 이 무의미한 일은 아니었다.

“세 사람과 한 사람과 ─”

자기를 보내는 세 사람과 떠나는 자기 한 사람과―그 사이에 될 수 있는 대로 차이가 없도록 떠나는 자기가 보내는 그들의 희망과 부탁을 저버리지 않도록 힘씀이 마땅하다고도 느껴진다.

“이것두 다 공연한 여행의 감상일까.”

하고 말살해 버리기에는 너무도 긴장된 오늘의 일마의 심경이었다.

“한 가지 섭섭한 건 아까두 말했지만 지금 이 자리에 여자가 한 사람두 없는 일이야. 자네를 보내는 이 뜻있는 장면에서 우리들 속에 끼어 일점홍 이 있대두 무방했을 것을.”

훈이 아까 대합실에서 던진 말의 뒤를 이으려는 듯이 또 여자의 문제로 화제를 이끌고 간 것은 사실 폼 이곳저곳에 피어난 풍성풍성한 여인풍경 속 에서 자기네의 한패만이 유독 청교도의 일단인 듯 초연한 선 밖에 서 있다 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섭섭해서 하는 말인 모양이었다.

“지금 내게 여자가 아랑곳인가.”

“그런 고집이 소용 있다든가. 아무 때나 여자 없는 풍경이라는 것은 쓸쓸 한 것이거든.”

“것두 자넨 소설가로서의 말일 듯싶네.”

그 대답을 능보가 받는다.

“일마는 인제 세상에서 제일가는 여자를 얻어 가지구 세상에서 제일가는 연애를 한다네. 그때까지는 눈 귀 꽉 틀어막구 쓸데없는 장난을 안하기로 했다네. 웬만한 여자야 지릅이나 떠보겠나. 오늘 이 자리에 만약 그리 대단 치 않은 여자가 나왔다구 했댔자 일마로서는 명예될 것이 없거든.”

“첫사랑에 실패했기로서니 그렇게 완고할 것이야 있나. 빡빡해서 사람이 어떻게 산단 말인가.”

종세가 빈정대니 일마는 멈칫했다가,

“걱정 말게나. 자네들을 놀라게 할 여자가 내게두 한번은 생겨지리. 그때 까지는 무슨 말들을 하든 꾹 참구 있겠네.”

“세계적 연애라면 윈저공 같은 연애를 한단 말인가.”

“낸들 알겠나, 무엇이 생길지.”

“어서 내친 걸음에 이번 길에 연애까지를 수입해 오게나, 예술과 함께.”

“소원대로 되면 좋겠네만 미래의 뜻이 무엇인지를 누가 알 수 있겠나.”

일동이 껄껄껄 웃는 동안에 출발을 고하는 확성기의 소리가 들리고 뒤를 이어 벨이 울린다.

“잠깐 동안의 작별이네. 다시 돌아올 때 내 얼굴이 변해 있을지두 모르 리.”

“자네 돌아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네.”

일마는 자리에 올라가서 차창으로 동무들을 내다보았다. 그렇게 자리가 떨어지니 세 사람과 자기의 사이가 현격하게 갈라지면서 자기는 길 떠나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한층 또렷이 든다.

“용기를 내라. 사내대장부가 세계지도두 갈아 칠하거니, 하나 둘 셋―”

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일마는 마음을 아구지게 먹으며 창으로 손을 내 저었다. 모자들을 흔드는 세 동무의 모양이 눈에 어리는 둥 만 둥 멀어져 간다.

좌석의 푸른 주단이 깨끗하고 허리걸이에 흰 보를 씌운 것만이 차실의 특 색이 아니라 손님들의 모양이며 태도도 삼등차실과는 다르게 보인다. 군인 이며 관리며 장사치며 여인들이며 멀끔하고 깨끗한 품들이 사회의 윗층에 서 있다는 자랑을 제 스스로들 보이고 있는 셈일까.

일마는 자기는 대체 그들 틈에서 얼마나한 자리에 가는 사람일꾸 하고 별수없이 얼마간의 황금을 더 보태서 그날의 그 좌석을 산데 지나지는 않건만 일종의 신기한 느낌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그 길이 그렇게 도 잦았고 달포 전만 해도 같은 선로를 지났으나 그날의 그 좌석을 사기 는 처음이다.

훈에게서 받은 꽃묶음을 화병이 없는 까닭에 흰 파라핀지에 싼 채 그대로 를 창 기슭에 놓고 차실을 휘엿이 바라볼 때 유쾌한 기차의 움직임에 한 줄 기 여행의 감상이 솟으면서 꽃을 가진 자기의 신세는 그날 그 차속에서는 행복되다면 행복되었지 불행한 편이 아니라는 느낌이 생겼다.

「꽃묶음을 가지고 여행하는 나」라는 제목이 떠오르며 여러 해 동안 무엇 을 구해서인지 빈번한 나그네의 길을 걸었어도 그날만큼 떳떳한 여행을 하 기는 처음인 듯해서 그 길이 행복의 길같이만 여겨진다.

행복―반생 동안 행복의 여신이 대체 얼마나 그를 돌보아 주었던가. 십오 륙 년 동안의 학창생활이 그에게는 결코 평탄하지 않은 불안과 괴롬의 길이 었다. 학교를 마치고 나왔다고 눈앞에 수월한 출세와 성공의 길이 등대하고 섰던 것도 아니다. 외로운 길을 혼자 더듬으면서 비위에 맞는 일을 고른다 는 것이 상례를 벗어난 오늘의 엉뚱한 업무에 손을 대게 되었다. 선배도 지 도자도 없는 순전히 독창적인 곤란한 길이었다. 평탄하기는커녕 찌그러진 가시덤불의 반생이다. 첫사랑에 실패한 것쯤은 오히려 그만두고라도 불과 몇 달 전에 당한 커다란 불행―시골에 단 한 사람 남았던 마지막 혈육인 어 머니를 여읜 것은 얼마나 세차게 그의 정신을 휘둘러 놓았던가. 마지막 불 행인 듯도 싶었다.

전보를 받고 병세는 위독하다. 홀몸이라 가까운 친척의 집에 몸을 붙이고 있었던 것이 병을 얻게 되었다. 일마 요량으로는 자기의 생활이 좀더 안정 해지면 어머니를 데려다 마지막 봉양을 해보려고 별렀던 것만큼 슬픔이 커 서 병석 머리맡에서 며칠 동안 정신을 못 차리고 울기만 했다. 임종에서 늙 은 어머니의 외줄기 변치 않은 사랑을 알고는 통곡이 뒤를 이었다. 재산이 라기에는 보잘것없는 몇 이랑의 땅을 그때껏 지켜오다가 유언으로 아들에게 물리는 것이었다. 하치않은 것이기는 하나 일마에게는 뼈에 사무쳐서 아프 게 느껴졌다 죽음이라는 . 것이 인생으로서의 한 가지 당연사인 듯이 사람은 그것을 처리하고 눈물을 씻을 수밖에는 없다. 모든 것을 과거로 묻어 버리 고 일마는 용기를 내었다. 몇 이랑의 유산을 정리해 버리고 친척의 집에 하 직을 하고 그 무엇에게나 졸리우는 것같이 다시 서울로 올라오니 이제는 벌 써 매일 곳도 돌볼 곳도 없는 천하의 외로운 몸이 되어 버렸다. 바로 눈앞 에 괴롬이 있든 죽음이 일어나든 인생은 언제나 여전히 계속되는 법, 그는 이를 물고 거리의 생활 속으로 휩쓸려 들어갔다.

“모든 것이 지나갔다. 원컨대 내 불행두 이것으로서 막을 닫혔다.”

사실 웬일인지 그것이 불행의 마지막인 듯한 예감이 일마의 가슴속에는 뾰족이 싹트기 시작했다. 얼마 안 되는 유산을 품에 지니고 거리에 나섰을 때 새로운 경영의 욕심이 불붙듯 가슴을 치밀어 올랐다. 이번의 문화사절의 임무도 전에 없이 긴장되고 기쁜 마음으로 자진해 맡았던 것이다.

오늘 이등차실 속에서도 이 예감이 억제할 수 없이 솟으면서 꽃묶음을 가 지고 떠나게 된 그 길이 행복 이외의 길 같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새로운 마음, 새로운 출발―”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면서 차창을 스치는 풍경도 한결 즐겁다.


침대차에서는 밤을 세우고 눈을 뜨니 아침 일곱 시, 차는 봉천역에 머무 르고 있는 중이었다.

“완전히 만주의 벌판으로 들어섰구나.”

일마는 눈을 비비면서 침침한 폼을 창으로 내다보았다. 자주 지나고 자주 보는 곳이라 별로 신기할 것이 없었고 그 까닭에 하룻밤 잠도 푹 이루었던 것이나 구내에서 느릿느릿 일들을 하고 있는 쿠리의 무리와 그것을 감독하 는 역원들의 자태를 바라볼 때 역시 시대의 변천과 역사의 움직임이라는 것 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어디인지 어마어마하고 긴장되어 있어서 육 칠년 전과는 판이한 인상을 띠이게 되었다. 낡은 것과 새것이 바꾸어지고 위대한 정리가 시작된 까닭이다. 몇 해 동안의 엄청난 변화를 일마는 사실 경이와 탄식 없이는 볼 수 없었다. 그 길을 지날 때마다 느껴지는 감회였다 물론 그 위대한 정리는 아직 시작이 되었을 뿐이요 완성까지에는 앞날이 먼 듯하다. 가령 차가 떠나기 시작해 역 부근의 긴 빈민지대를 지날 때 일 마가 문득 빙그레 웃음을 띠인 것은 둑 아래에서 바로 지나가는 기차를 향 해 한 사람의 만주 사람이 바지를 벗고 유유히 용변을 하고 앉은 것을 본 까닭이다. 신선한 아침 공기 속에서 한 폭의 유머의 풍경이라고 할까. 역 구내에서의 어마어마한 풍경과는 거리가 먼 한 폭이다. 이런 풍속까지가 정 리되려면 참으로 몇 세대의 시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그 아침 장면에서 받은 미소를 금치 못하면서 세수를 하고 몸을 거두고 식당차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서 흰 좌석에 앉았다. 오늘 또 하루의 여행이 맑은 정신에 즐겁게 여겨진다. 무여한 만주의 벌판이 내다보인다. 산도 없 고 시내도 없는 일방무제의 펀한 벌판에 초목이 푸르고 곡식이 우거졌다.

군데군데에 한 떨기씩 누렇게 되어 해바라기가 태양의 정기를 그대로 흠뻑 들 마시고 자랐는지 힘차고 찬란하다. 벌판을 다스리는 사람은 어디에 숨었 는지 그림자는 없고 보이는 건 벌판뿐이다. 그 살찐 벌판에서 유구한 시간 이 흐르고 모르는 결에 역사가 바뀌어지는 것을 생각할 때 신기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변하는 건 무심한 벌판이 아니고 그것을 지배하는 사람이요 주인이다.

참으로 사람만이 변하는 것이다.

뒤를 잇는 생각은 고삐 잃은 말같이 걷잡을 수 없게 벌판과 함께 한없이 달린다.

철령(鐵嶺)을 지나 사평가(四平街)를 거의 바라볼 때였다. 이동경찰의 몇 번째의 순회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일마의 눈에는 즉시 그인 줄 짐작할 수 있는 사복한 사람이 저편에서부터 좌석을 훑으면서 온다. 대개 명함 한 장 씩을 얻으면 별 말없이 그만인 것이나 일마에게 와서 조금 지체하게 된 것 은 그의 명함에는 직업의 기입이 없었던 까닭이다.

“어디까지 가오.”

“하얼빈까지외다.”

간밤 국경을 넘을 때에도 경찰과 세관 두 군데서나 같은 절차를 치렀고 이때까지 그 길에서 수없이 당했던 경험이었던 까닭에 일마는 벌써 범연한 태도를 가질 수 있었다.

“무엇하러요.”

“교향학단을 데리러 가는 길인데 직업을 무엇이라고 붙였으면 좋을는지, 일종의 문화사업을 하려는 셈이긴 하나.”

어색하게 설명하면서 차라리 일시적이나마 신문사 촉탁의 명함이라도 찍 어 넣었더면 생각났다. 신문사와 협력하는 사업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현 대일보 사장에게 얻은 명함을 내보려고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집어냈다.

“돈은 얼마나 가졌는지.”

“그저 몇 백 원 지녔죠.”

대답하면서 수첩을 열었을 때였다.

사이에 끼워 두었던 수많은 명함장이 와르르 흩어지면서 그 속에서 겹겹 으로 접어 두었던 쪽지 한 장이 드러났다.

집어 올려 새삼스럽게 펴 보일 것도 없는 것은 일마나 경관이나 만주에서 오랫동안 다스려 난 사람에게는 그다지 진귀할 것도 없는 한 장의 채표였 다 만주국 . 정부 발행의 유민채표(裕民彩票)의 한 장이었던 것이다.

“채표는 웬 것요.”

사복의 질문에 일마는 웃음을 띠면서,

“만주 다니는 길이 잦은 까닭에 한 장 사두었죠.”

“만주에 거주하는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것인데.”

“거주는 안 해두 이곳 백성이나 별반 다른 것이 없도록 빈번히 다니는 까 닭에 일년에 몇 번씩은 사보게 되죠.”

“더러 맞아떨어집디까?.”

“웬 걸요. 판판이 낙자죠.”

채표 한 장으로 말미암아 경관의 마음도 제물에 누그러진 모양이었다.

“왜 한 만 원짜리 맞춰보지.”

“수십만 총중에서 하나 뽑힌다는 게 여간 팔자 가지구야 되겠소. 평생에 한 번 있을까 없을까 한 행운이겠는데 그렇게 쉽게야.”

“만주 백성치구 다달이 한 장씩 안 사는 사람이 없으리다. 채표는 사는 맛에 만주에 산다구들두 하는데―사실 나두 한 장 가지군 있소이다만.”

“피차 일반이외다 그려.”

“만 원이 떨어진다면 나두 이 ××을 하구 있겠수.”

아닌 실토까지를 하게 된 것을 보면 벌판에 사는 사람들에게 채표의 꿈이 란 지극히 허물없는 것인 모양이다. 행운에의 갈망이 누구나의 가슴속에서 서리우고 있는 것은 죄될 것 없는 노릇인 모양이다.

사실 만주 사람으로서 채표의 유혹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정부는 당선의 행운을 미끼삼아 수십 만민에게 조금씩의 분담을 지게 하고 긁어모은 중으 로 수만 원의 행운의 당선자를 뽑고는 나머지는 수십 만금을 국민 구재사업 에 유용하자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중요한 구제사업의 고안보다도 백성 에게 주는 체표의 인상은 참으로 그 당선 여부의 매력과 흥분에 있었다. 자 기들 모두가 조금씩 추렴 낸 대금의 이익이 대체 어떤 구제사업으로 나타나 그 은혜의 물방울이 자기 몸에 미치게 되는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 다만 도회 사람은 도회에서 채표를 사고, 시골 농민은 도회로 가는 사람에게 가 만히 부탁해서 몇 원의 피돈으로 채표를 사오고 일마같이 여행하는 사람은 여행의 도중에서 심심파적으로 몇 장씩을 사서 꼬깃꼬깃 주머니 속에 건사 했다가 다음달 보름날의 개표를 기다려 당선 낙선의 결과를 알고는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 족한 것이다. 행여나 맞춰낼는지, 혹은 미끄러질는지 하 고 다음 보름날까지 꿈꾸고 조바심하는 그 한달 동안의 흥분과 자극이야말 로 중요한 것이다. 넉넉한 사람은 넉넉한 사람으로서의 유장한 꿈을 꾸고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으로서의 필사적인 갈망을 해서 그것으로서 생활 의 동력을 삼는 그 감흥의 정도와 자극의 분량은 누구나가 일반이다. 요행 당선이 되면 춤을 추고 기뻐해도 좋고 낙선이 되면 눈물을 머금고 또 한 장 을 살며시 사서 간직 했다가 다음달의 결과를 곱절의 새로운 흥분으로 기다 리면 그만이다. 평생을 두고 속을는지도 모르나 평생을 감격에 살 수 있다 면 이 또한 값싼 선물이 아닌가.

“일종의 국민적 도박이다.”

일마는 그 국가적 행사를 과히 허물할 것 없이 만주 사람과 마찬가지로 지나는 길마다 신경쯤에서 몇 원으로 그달의 흥분을 사곤 했다.

이제 알고 보니 자기를 조사하러 온 그 낯모를 관리까지도 자기와 한가지 그 같은 도박 속에 한몫을 보고 있음을 고백하지 않았는가. 인생의 흥미는 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까다롭게 질문을 걸어오던 그가 채표의 일건으로 낯을 부드럽히고 빙그레 웃으면서 다시 더 파묻는 법도 없이 뒤편으로 사라짐을 볼 때 일마는 그 한 때가 유쾌한 것으로 여겨져서 일부러 채표를 펴보기까지 한다. 다섯 쪽으로 된 쪽지마다, ―三七五二五[삼칠오이오]― 의 숫자가 또렷이 적혀 있다.

“삼칠오이오, 삼만 칠천오백십오― 행운의 숫자인구 불행의 숫자인구.”

중얼거리며 뜻없이 또 한번 웃어 본다.


사평가를 지나 공주령(公州嶺)에 이르니 앞으로 신경까지는 한 시간쯤 밖 에는 남지 않았다. 뜻밖에 채표를 번국질하게 된데서 받은 흥분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일마는 여행의 도도한 흥 속에 잠겨졌다.

공주령― 늘 들어도 아름다운 이름이다. 조촐한 역 앞에 화단이 있어 시 절을 맞은 새빨간 샐비어가 화려하고 야트막한 느릅나무 수풀 저편으로 으 늑한 시가지가 짐작된다, 인구가 삼만이 된다는 그 조그만 도회 저편에 옛 로서아시대의 건물들이 들어섰다는 주택지를 상상하면서 그곳에는 어떤 생 활들이 있을까 생각해 봄도 기쁜 일이다.

“공주의 전설이 있었다구 공주령이라 한것일까.”

아닌 상상을 다해 보면서 차가 움직이기 시작할 때 여전히 밖을 내다보며 감동을 마지않는 일마였다 . 사람은 때를 따라―더구나 그것이 나그네의 몸 일 때 시인의 소질을 나타내는 것일까.

“무얼 정신없이 내다보세요.”

문득 옆에 와서 두 손으로 일마의 눈을 가리우면서 공주령의 풍경을 뺏는 사람이 있다.

따뜻한 봄 기운과 향기가 풍기지 않더라도 그 부드러운 손매와 목소리만 으로도 여자인 줄을 직각할 수 있었으나 그 이상 그가 누구인 줄은 다따가 일마로서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성급히 손을 빼칠 것도 없어서 유하 게,

“누구란 말요.”

물으니까 여자는 더욱 목소리를 선면하게 높이면서,

“어디 맞춰 보세요, 호호호.”

“하늘에서 떨어진 선녀란 말요.”

“왜 공주령에서 뛰어내려 왔다구나 해보시죠.”

“내가 만주에 웬 아는 사람이 있다구.”

만주에 아는 여자가 있지도 않았거니와 그런 차 속에서 별안간 아는 여자 가 생겨질 리도 없었다.

“서울서부터 뒤를 따랐어요. 어제 낮에 같은 차에 살며시 올랐을 줄야 선 생인들 꿈이나 꾸셨겠어요― 그만 짐작하시겠죠.”

손은 풀었으나 돌아앉아 대면하기도 전에 일마는 물론 그의 이름을 댈 수 있었다.

“단영이란 말요.”

막상 낯을 대하자 일마는 짜장 놀라며,

“아니 웬일이오.”

눈을 멀뚱히 뜬다.

“맘 먹구 차에 오르긴 했어두 내 하는 짓이 옳은지 그른지를 몰라서 밤새 도록 잠 한숨 못 이루구 번민만 했어요.”

맥없이 풀썩 주저않으면서 단영(丹英)은 기뻐야 할 얼굴이 어둡게 가라 앉는 것이다.

“이게 어디라구 예까지 따라오다니 꼭 거짓말만 같구려.”

일마는 좀체 놀람이 풀리지 않으면서 사치한 차림의 단영을 똑바로 바라 본다. 지쳐서 헤트린 단발이며, 진한 화장이며, 빈틈없이 어울리는 양장이 며가 색깔이 가난한 찻속에서는 유독 환하게 어우리면서 눈을 끈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여배우일 것쯤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차림이다. 밤새도록 번 민했다면 사실 늘 보는 일마의 눈에는 얼마간 홀쭉해 보이기도 한다.

나두 지금 내 맘을 “ 잡진 못하겠어요. 하는 짓이 겁이 나면서두 내 자신 억제할 수 없거든요. 이등차에 타신 줄을 물론 알었구 역에 훈들이 나와 선 것두 멀리서 보긴 했었으나 찾아뵙기가 어찌두 그리 어렵게 여겨지는지 밤 새도록 고시랑거리다가―신경두 가까워 왔기에 체면불구하구 달려들었죠.

놀라셨겠지만 용서하세요. 만나구 보니 되려 뉘우쳐는 집니다만 어젯밤 같 아서는 이러는 수밖에는 다른 길 없었어요.”

“쫓아온단들 무슨 수가 있겠수. 늘 말한 것같이 내 맘은 뻔한 것을 낸들 더 휘어잡을 수 있수. 내게 지금 여자가 아랑곳이요. 뜻을 이룰 때까지는 한눈은 파지 않을 작정이요.”

일마의 말투는 확실히 책망의 어조였다.

단영은 역시 여배우라고 부르는 것이 마땅한 듯하다. 반도영화사에 전속 으로 있으면서 일년이면 두어 번 가량은 새 영화에 출연되어 영화관 은막 위에 자태를 나타내는 까닭이다. 거리 사람들은 그를 독부형의 요염한 여배 우라고 기억하고 있고, 가난한 영화계에서 웬만큼 이름을 날리고도 있다.

은막에 나타나면 갈채를 받았고 거리에 나타나면 팬들에게서 지칭을 받고 이야깃거리가 되고 하는 처지다. 그러나 일마에게는 여배우라는 사회적인 지위보다도 그의 숨은 사생활이 눈을 끌면서 불건전한 존재라는 인상만을 받게 되었다. 난맥의 생활과 빈번한 치청관계를 알 때, 사회에 이익을 끼치 는 것보다는 독을 흘리는 해로운 벌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회의 온 전하지 못한 사태가 한 사람의 그런 병적인 인물을 만들었다면 만들었다고 볼 수는 있는 것이나, 그럴수록에 눈썹을 찌푸리게 되고 한편 측은한 생각 도 없지는 않았다.

그 단영이 오래 전부터 자기를 사모하고 있는 눈치를 알면서도 일마는 냉 정한 태도를 지녀 왔다. 인물에 대한 비판보다도 첫째 즐기는 타입의 여자 도 아니었고, 둘째로는 사실 지금 그에게는 여자가 아랑곳이 아니었던 까닭 이다. 서울서의 기회를 그가 번번이 물리쳤기로서니 이제 길 떠난 뒤를 쫒 아 그렇게 멀리까지 나타날 줄은 몰랐다. 일마는 사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만나지 않으면 용기가 나구 만나면 용기가 줄었다가두 떨어지면 또 용기 가 나요. 이러다간 평생 선생의 뒤를 따를는지두 모르겠어요.”

그런 무더운 열정을 보여 올 때 일마는 불쾌할 뿐이었다.

“훈을 좀 생각해 보구려, 부끄럽지 않은가.”

소설가 훈이 그토록 애를 태워도 본체만체해 오는 단영이었다.

싫은 건 할 수 없죠 “ . 전 웬일인지 훈을 사랑할 수 없어요. 생각해 주는 게 고맙긴 해두.”

“일반 아니오. 내가 단영을 사랑할 수 없는 것과 훈은 내 친구요. 그의 체면을 봐서래두 내가 단영을 챌 수야 있수. 자, 여기 이 꽃묶음두 훈이 내 게 준 선물이요.”

단영은 머리를 숙인 채 한마디도 말을 못 잇는다.

침묵 속에서 차는 종점인 신경역에 도착되었다. 단영과의 좌석이 어색하 던 차에 일마는 시원한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할 작정이오. 난 오후차로 하얼빈을 향할텐데 여기서 헤어지는게 어떻겠소.”

단영은 삼등차에 가서 짐을 들고는 일마와 어깨를 겨루고 역으로 나왔다.

얻어맞은 듯이나 맥없는 그의 자태가 일마에게는 주체스럽기만 여겨진다.

“헤어는 지지만 하룻밤을 신경서 쉬시는 게 어떠세요. 모처럼의 길인 데.”

“바빠서 그럴 수 있수. 올 때나 들리죠.”

단 말에 귀를 막으면서 유혹을 물리치기에 일마는 필사적이다.

“그럼 식사래두 거리에 나가 하실까요.”

“여기서 하죠.”

간신히 끌고 역 식당으로 들어가 번잡한 속에 자리를 잡았을 때 단영은 우는 모양이었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콧물을 켠다. 그것조차 일종 의 유혹인 듯해서 일마는 냉정하게 목소리를 가라앉혔다.

“별 계획이 없다면 다음 차로 서울로 되돌아서는 것이 어떻소. 홀몸으로 괜히 이 외지에서 날을 지내구 말구.”

과혹했던 모양이다. 단영은 발끈하면서 낯을 붉힌다.

“모욕두 분수가 있지 왜 아닌 참견까지 하세요. 그와 이와는 다른 문제가 아니예요.”

“걱정돼서 하는 말이지 누가.”

“그만두사라니깐요……그만하면 알아요. 첫사랑의 상처만 받으면 그 외 여자는 사람으로 안 뵈는 모양이죠. 미려― 미려만 이 세상에서 제일가는 여자죠. 언제나 만나면 그 정성 전해 드리죠. 전하구 말구요.”

미려(美麗)라는 이름으로 아픈 상처를 찔리운 것을 노여워하며,

“괜한 소리를!”

하고 소리를 높이나 단영은 뜨끔도 안하며,

“다 안다니까요.”

도리어 짜증을 낸다.

더 겨루는 것이 무의미할 것 같아서 일마는 입을 식탁 위에서 전보를 쳤다.

― 오후 육 시 반 하얼빈 도착.

하얼빈에 있는 동무인 하얼빈일보 기자 한벽수(韓碧水)에게 보내는 것이다. 단영과는 그것으로 작별하고 한 시 차로 단독 하얼빈을 향할 작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