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시집/사랑하든 말

내가 그날에 사랑해 만지든 말이 이제 내 눈압헤 잇다,
그 털의 윤택함 빗나는 흰눈자위 뒷다리의 탐스러움
자랑스럽든 그태도를 어듸하나 남겨잇진 안으나,
나는 다만 깊히백인 사랑의 총명함으로 아라볼수 잇느니.

여기 멍에아래 마차 끄으는 추렷한 말은
그시절 봄날빗아래 금잔듸 넓은 마당에서
호─롱소리치며 네굽노코 달리다가 가볍게 잔거름 노튼
그 아름답든 나의사랑하든 망아지 그놈이다.

저의 두눈은 굴러 하날을 처다볼 생각도업시,
저의 네발은 따에서 두자 뛰여오를 기운도업시,
쉴틈업시 내리는 채찍에 몰려다니다가는
목에 여물통을 건대로 배채울것을 먹고잇다.

나는 넘처오르는 가슴과 떨리는 주먹으로 듸려다보며,
눈을 감지도못하고 깁고놉흔 하날로 돌려바리도 못한다.

                                           (沈痛篇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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