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산문집/시문학 창간에 대하여

이번에 詩文學(시문학)이라는 隔月刊(격월간)의雜誌(잡지)를 鄭寅普(정인보) 卞榮魯(변영로) 金允植(김윤식) 鄭芝溶(정지용) 異河潤(이하윤) 朴龍喆(박용철)이 編輯同人(편집동인)으로 發行(발행)하게되어 이제겨우 創刊號(창간호)가 나오게되었다. 아직은 詩歌(시가)를 中心(중심)삼아 조용조용히 걸어가려하는것이라 그리큰 나발을 불어 廣告(광고)를 하고싶지는않으나 사람이 외로움을 견디는데는 程度(정도)가있고 또出版(출판)이라는 本來(본래)벗을찾는노릇이라 몇마디말을 더듬거려보려는바

이런 自家廣告文(자가광고문)같은글을 廣告料(광고료)도없이 내여주시는 記者(기자)의厚意(후의)에는 感謝(감사)의뜻을表(표)한다.


어느 한篇(편)의글을 읽고나서 마음이 자미스럽게 움즉이고 感激(감격)있는 印象(인상)을 받았다하자 그때에 혼자보기는 아깝다는 생각이나고 여럿이 보았으면하는 欲望(욕망)이 이러나 그手段(수단)으로 이를 印刷(인쇄)해 보낸다면 이것이 出版者(출판자)와 編輯者(편집자)의 가장 素朴(소박)하고 謙遜(겸손)스러운 良心(양심)일것이다. 社會(사회)에 대한 貢獻民族文藝(공헌민족문예)의 樹立等(수립등) 큰 抱負(포부)는 가슴에나 갈마둘것이오 實際(실제)에나 밟아볼것이지 스스로 입에 올리다가는 낯 간지러운짓에 가깝기쉽다.

그나라 말을 理解(이해)할수있는 사람이면 다 感激(감격)할수있는 作品(작품)이 있다면 누가 그앞에 이마를 숙이지않으랴 그러한 作品(작품)을 알아보는 눈이 있다면 누가 그에게 敬意(경의)를 表(표)하지않으랴 허나 藝術(예술)의 끼치는 힘을 過大視(과대시)하는것은 의심스러운 일이다.


現在認識(현재인식)의主體(주체)란 지나간認識(인식)의內部記憶(내부기억)의 總和成(총화성)인 한全一體(전일체)이며 한개의 存在(존재)에 對(대)한 個人(개인)의印象(인상)은 제각기 相異(상이)한것이나 그 相異(상이)한 가운대의 共通性(공통성)이 우리의 共同鑑賞(공동감상)의 基礎(기초)가 되는것이니 이共通性(공통성)의 規定(규정)이없다면 批評(비평)은 成立不可能(성립불가능)이 될것이다 批評(비평)은 自己(자기)를感受共通性(감수공통성)의 한 標準(표준)으로假定(가정)하는데서 出發(출발)한다.

이雜誌(잡지)에는 조선말로쓰인글을실른다 그러니 이치대로하면 二千萬人(이천만인)을 讀者(독자)로對象(대상)삼아야하겠으나 우리는 그러한 외람한 생각까지는못하고 다만數百數千(수백수천)의同志(동지)가 이 잡지를기쁨으로읽어줄것을믿는다. 많은것을讓步(양보)한者(자)가 물러선자리를 가장굳게 지키는수가 있는것이다.


詩(시)라는것은詩人(시인)으로말미암아創造(창조)된 한낱存在(존재)이다 彫刻(조각)과繪畵(회화)가 한개의存在(존재)인것과 꼭같이詩(시)나音樂(음악)도 한낱存在(존재)이다 우리가 거기에서 받는印象(인상)은 或(혹)은悲哀歡喜憂愁或(비애환희우수혹)은平穩明淨或(평온명정혹)은激烈崇嚴等(격렬숭엄등) 진실로抽象的形容詞(추상적형용사)로는다形容(형용)할수없는 그自體數(자체수)대로의無限數(무한수)일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떠한方向(방향)이든 詩(시)란한낱高處(고처)이다 물은 높은데서 낮은데로 흘러나려온다 詩(시)의心境(심경)은 우리日常生活(일상생활)의水平情緖(수평정서)보다 더高尙(고상)하거나 더優雅(우아)하거나 더纖細(섬세)하거나 더壯大(장대)하거나 더激越(격월)하거나 어떠튼『더』를要求(요구)한다 거기서 우리에게까지 『무엇』이 흘러『나려와』야만한다 (그『무엇』까지를 細密(세밀)하게規定(규정)하려면 다만偏狹(편협)에 빠지고말뿐이나) 우리平常人(평상인)보다 남달리高貴(고귀)하고 銳敏(예민)한心情(심정)이 더욱이 어떠한瞬間(순간)에 感得(감득)한 稀貴(희귀)한心境(심경)을 表現(표현)시킨것이 우리에게 『무엇』을 흘려주는滋養(자양)이되는 좋은詩(시)일것이니 여기에 鑑賞(감상)이創作(창작)에서 나리지않는 重要性(중요성)을 갖게되는것이다.


우리가 내여딛는것은 이제 첫거름이오 우리의同志(동지)는적다 여러가지事情(사정)으로 널리求(구)하야 많이얻지못하였으나 우리의同志(동지)는늘고 부를것을 믿어 의심치않는다 公衆(공중)의앞에 自己作品(자기작품)을 發表(발표)하는데 意義(의의)가있다면 혼자 질기는데도 趣味(취미)가없지않다 그러나 우리는 어딘지 있을듯한 이러한潔癖(결벽)의 詩人(시인)을 끌어내기를 重要(중요)한任務(임무)의 하나로 여긴다.

우리의誌面(지면)은 公開(공개)되어 編輯同人會議(편집동인회의)에서 推薦(추천)되는 作品(작품)을發表(발표)한다 그러나 作品(작품)의 이름을보기前(전)에 作品(작품)을 몬저읽는것이 우리의慣習(관습)이다.

外國詩(외국시)의飜譯(번역)과 硏究(연구)에도 힘을써보려하나 오직陳容(진용)이 고르지못하였다 맛당한同志(동지)를 더 얻어 우리의 希望(희망)을 이루고 讀者(독자)에게 이익을주려한다.

우리는 印刷能力(인쇄능력)을 浪費(낭비)하기위하야 『읽을만』하지못한 『쓰여진』 모든것을 印刷(인쇄)하려하지않는다 그것은 참아못할일임으로.


우리는 우리의거름을 조용 조용 더듬더듬 걸어가려한다 북을치고 나팔을 불어서 한때 세상을 시끄럽게하다가 사라져버리는것이 되지않고 우리의 나이를 해로 세이려한다.

우리는무서운길을걸으며 그무서움을 헐기위하야 무단히 고함치는버릇을 배호려하지않는다 더듬더듬하는말이 가장自信(자신)있는말이오 더듬더듬걷는 거름이 가장自信(자신)있는 거름일때가있다.

(京城玉川洞一六詩文學社發行(경성옥천동일육시문학사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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