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산문집/봄을 기다리는 마음
四月(사월)은 至上殘忍(지상잔인)의달
죽은 따에서 라이락을 불러내이고
기억과 욕망을 섞어서는
무딘 뿌리를 봄비로 건드린다
겨울은 우리를 따숩게하였을뿐
이즘의 눈으로 세상을 덮고
마른 감자로 적은 목숨을 길렀나니 (엘리오트)
봄이라 속에 생명을 품은 나무는 모도 새가지를 하늘로 뻗히려한다. 뿌리로 물을 빨아올려 새로운 가지를 하날로 뻗히려한다. 그러나 傳說(전설)의 나라 이荒廢國(황폐국)에서는 하늘에 비가 끄친지 오래고 땅에 새암도 마른지 오래다. 생명의 불ㅅ길은 제몸을 불살을뿐인 불ㅅ길로 변하고 나리는 봄ㅅ비도 이미 시들은 뿌리에게는 생명을 기르지못하고 목마름을 북돋을뿐이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용서없이 새로운 가지를 건드려 나오게 하는 『四月(사월)은 殘忍至上(잔인지상)의 달』이오 잎과 꽃이 피어볼길없이 다만 목마름에 불타기 위해서 뻗혀나오는 義務(의무)를 가진새가지는 悲劇中(비극중)의 悲劇(비극)이다. 이러한 起頭(기두)를가진 『荒廢國(황폐국)』의詩(시)는 英國(영국)의 賢哲(현철)한 한詩人(시인)의作(작)이라 한다. 더읽어 가면
여기는 물은없고 다만바위……
바위로 이룬 산들 물은 없고
물이 잇다면은 쉬어서 마시는것을
바위속에서야 어찌쉬이며 생각하랴……
여기서는 설수도 누을수도 앉을수도 없고
산속에 고요함 조차 없고
헛되히 비도 없는 마른 우뢰소리
산속에 외로움 조차 없고
진흙터진 집들의 문에서
험상한 붉은 얼골들이 비웃고 웅크린다
여기 물이 잇다면
바위가 없고
바위가 잇다해도
물도 함께 잇다면……
물흐르는 소리만이라도 잇다면
四月(사월)도 가운대가되면 사꾸라꽃으로 燦然(찬연)히 裝飾(장식)하는 우리의 아름다운 三千里(삼천리) 錦繡江山(금수강산)에 어찌 殘忍至上(잔인지상)의 四月(사월)을 引喩(인유)하랴, 진달래꽃앞에 素拙(소졸)한 花餞(화전)의風習(풍습)은 사라져가는지 오래지마는 滿發(만발)한 사꾸라아래 杯盤(배반)의豪興(호흥)은 오이려 성해가거든
봄이되어 햇빛가운데 어딘지모르게 지금껏없던 밝은빛이 생기고 나무가지마다 새로운 빛남이 불어오면 우리의몸과 앙복의해여진것을 둘러쌌던 外套(외투)를 사람들은 벗어던지게된다. 그것을 한번 벗어던지게되면 감초었던 모든것이 드러나 파리한 얼굴은 더욱파리해지고 달아져 번적이는洋服(양복)이 선득 눈에뜨이고 눈우에 오래버려진 新聞紙(신문지)쪽을 가까이 들여다 본때같이 洋服前面(양복전면)에 散在(산재)했던 汚點(오점)들은 一瞬(일순)에 그歷歷(역력)한 過去(과거)를 나타내인다.
이빛나는 새세상에 대한 제自身(자신)의 부끄러움 이 부끄러운 痕跡(흔적)들을 옹색히 싸고있던 한벌의 낡은 外套(외투)를 벗어던짐으로 말미암아 참말 裸身(나신)이나 되어버린듯이 부끄러움의 重壓(중압)으로 果枝(과지)같이 구부러지고 만다. 나는 이 낡은外套(외투)로 다시 몸을 싸기를 기뻐한다.
람보―의 어느詩(시)에 여름밤 풀의 薰香(훈향)의 爽然(상연)한 가운데 로만티시즘의 낡은 저고린가 外套(외투)를입고 漫然(만연)히 걸어가는것을 노래한데가 있다. 나도 暫詩(잠시) 그를 본받을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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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어찌 참아 기다리랴
봄을 어찌 참아 저주하랴
나는 浪漫主義(낭만주의)보다도 더낡은 한벌의 外套(외투)를 두르고 草原長堤(초원장제)에 풀속에 꽃도 드문드문한 언덕길을 길이 길이 걷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