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산문집/기사와 서기

中國(중국) 丁酉林(정유림) 作(작)

開幕(개막)前(전)의 解說(해설). 舞臺(무대).

支那舊式(지나구식)의 室內(실내), 正面(정면)에는 庭園(정원)으로 通(통)하는 門(문), 左右兩便壁(좌우양편벽)에는 各各(각각)寢室(침실)로 通(통)하게되여 있고 室內中央(실내중앙)에서 右側(우측)으로는 白色(백색)테이블 덮개가 덮힌 四角形卓子(사각형탁자)가 놓여있는데 그 周圍(주위)에 椅子四脚(의자사각), 卓子(탁자)우에는 람푸와 茶具(다구) 左側(좌측)에는 茶卓(다탁), 거긔 椅子(의자)二脚(이각), 椅子(의자)뒤에는 레인코─트가 걸려있고 손가방이 놓여있다. 正面左側壁(정면좌측벽)쪽에는 化粧室(화장실), 時計(시계), 花甁(화병)이 놓여있다. 幕(막)이 열리면 洋服(양복)에 長靴(장화)를 신은 손님이 그리 멀지 않은 곧에서 들려오는 音樂(음악)소리를 드르며 茶卓(다탁)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고 이 집에 심부름하는 老婆(노파)는 門(문)밖에 서서 손을란간에 내밀어서 비가오나 안오나 보다가 손님이 앉어있는 室內(실내)로 茶(차)를 권하러 들어온다.

『人物(인물)』

一(일), 男客(남객)(沈重(침중)한)

一(일), 老婆(노파)(極(극)히마음씨좋은)

一(일), 女主人(여주인)(四十(사십)넘은 심술있는)

一(일), 女客(여객)(聰明(총명)한 辯說如流(변설여류)한)

一(일), 巡査(순사)

(멀리 都會(도회)의 소란한 소리가 들려온다)(初(초)저녁 氣分(기분))
(마루에 걸린 時計(시계)가 午后(오후)五時(오시)를 친다)

老婆 비도 멈춘지가 오랜데 웨 안오실까.

男客 오시던 안오시던 인제 깜깜해 오는데 먹을거나 마련해주구려.

老婆 그것도 주인마님이 오서야 어떻게 합지요.

男客 짐도풀지말고 저녁도 먹지말고 주인마님 오시기만 기다리라니 오시면 별수가 있드란말이요.

老婆 (잠간주저) 주인마님께서는 아마도 선생님께는 방을 안빌려드릴 기색이시든데요.

男客 방을 안빌리다니? 아니, 집세까지 다 받아놓고서 말이되나?

老婆 그건 젊은아가씨가 실수를 하신겝지요. 우리 주인 마님은 성질이 좀 이상하서요. 선생님같은분이 와계시면 못믿어울것도 없고 사내양반이 계시면 밤같은때는 더 든든합지요마는

男客 이 방은 전에도 손님에게 빌린일이 있소.

老婆 일년이 넘도록 그대로 비여가지고 있답니다.

男客 방은 괜찬은데 세들사람이 없드란말이요.

老婆 없기는, 있죠, 이렇게 깨끗하고 볓잘들고 앞에 마당까지 따로 붙었는데 웨 없기야 하겠읍니까.

男客 그럼 웨 일년이나 비여있드란 말이오?

老婆 저─ 선생님이니까 이런 말슴을 여쭙니다마는 우리 주인 마님은 마─짱에 재미를 부치서서 아츰부터 저녁까지 나가서계시고 젊은 아가씨하고 제가 있자니까 집을 보러 오시는 손님이 계시면 아가씨가 만나보시지요. 그래서 부인이있고 아희들이 있는 양반이면 그냥안둔다고 보내버리시고 혼자 계실 젊은 양반이면 승낙을 하시지요. 그러다가 또 주인마님이 돌아오서서는 주인마님대로 혼자있을 사내양반은 다─거절하십니다 그려 그러자니까 일년은 말고 십년이되면 방에 손님이 드시겠읍니까.

男客 그런일이 지금까지 가끔 있었단말이요.

老婆 네─방일로는 늘 두분이 다투신답니다. 그렇지만 전에는 아가씨께서 혼자서 아조작정을 하시지는 아니했는데 이번에는 집세까지 받고 계약을 해버려서 이렇게 되였읍지요.

男客 아가씨 마음대로 하셨드면 이 방은 지금쯤 비여있지는 않겠군.

老婆 그야 그렇습지요. 지금까지는 어느 손님이나 주인마님이 안된다고 하시면 그만 두시지요. 그런데 짐까지 가지고 들어오신 손님은 선생님이 처음이십니다.

男客 주인 마님이라는이도 좀 이상한 성미인데. 그렇지만 이 방은 훌륭해 이 앞에 마당이 따로 있는게 별 취미야.

老婆 선생님께서는 아마 조용한것을 좋아하시지요. 여기는 참 조용하고 또 일보시는 公司(공사)에도 바로 가깝고 꼭 좋으신데─ 제가 어떻게 변통을 해보지요.

男客 어떻게 변통할 재주가 있겠소.

老婆 이렇게 말슴해 보지요. 선생님은 부인이 시골계신데 오래지않어 올라 오신다고하면 될듯합니다마는.

男客 그도 괜찬치만 그러다가 암만 기다려도 부인이 안오면 어쩔텐고.

老婆 그러고 있노라면 그둥안에 친면이 생겨서 어떻게 되겠지요.

男客 그건 안될일이야 결혼안한것이 무슨 죄될일도 아닌데 거짓말할것까지야 있나.

老婆 (당황해서) 아니 거짓말을 하시라는게 아니라 저─늙은것이 생각을 하자니까 그런 말슴이나왔읍니다그려. (이때 大門(대문) 열리는 소리 들린다) 아니 마님께서 오시나봅니다. (나가며) 마님 댕겨오십니까 네─네─

女主人 (들어온다) 미안합니다. 오래기다리서서.

男客 안게신데 실례올시다.

女主人 천만에 (지갑에서 돈을 꺼내며) 계약금받었든걸 도루 드리겠읍니다.

男客 미안합니다마는 나는 이사를 온것이지 계약금을 찾으러 온것은 아닙니다.

女主人 아니 어저께 이 방은 빌려 드릴수없다고 분명히 말슴여쭙지아니했어요.

男客 네 분명히 그렇게 말슴하섰지요.

女主人 그러시면서 짐을 꾸려가지고 오신건 무슨 생각이서요.

男客 (태연이) 오지말나고 말심하신건 당신이지 나로서는 그것을 승낙한일은 없지않습니까.

女主人 (불쾌해서) 무슨 말슴인지 모르겠는데요. 당신말슴 같어서는 이 방을 빌리고 안빌리는건 당신에게 매인것같읍니다그려.

男客 그렇지는 않지요. 이 방을 빌리고 안 빌리는건 물론 당신이 작정 하실것이지마는 한번 이 사람에게 빌린 이상에는 내여드리고 안내여드리는건 또 이 사람의 권리지요. 그런데 지금에 있어서는 당신이 방을 빌리느냐 안 빌리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빌렸든 방을 내드리느냐 안 내드리느냐가 문제지요.

女主人 (더욱분개) 내가언제 이 방을 빌려드렸단 말슴입니까.

男客 방세를 받고 게약을 하면 빌려준거나 다름없지요.

女主人 내가 언제 게약을 했어요? 그건 우리 딸이 아모것도 모르고 한일이지요.

男客 따님이 철모르는 어린애도 아니고─

女主人 그런쓸데없는 말슴을 할 필요는 없구요. (온화하게) 나도 방을 아조 안빌린다는게 아니라 내외분이 살림하시는 이에게 빌리겠다는 게지요.

男客 그건 안 될 말슴입니다. 처음부터 그런 말슴을 하섰다면 몰라도. 내가 머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女主人 (좀 조용하게) 처음에 그 말슴은 못했지요마는 어저께 분명히 말슴들였지요.

男客 아니 그럼 처음에는 생각도 못하섰든것을 어제야 생각이 나섰단 말슴입니까.

女主人 어디 그런 무리한 말슴이 있어요. 이런양반하고는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

老婆 저─마님 오늘은 날도 저믈고해서 지금나가서 여관을 구하시기도 어렵지 않습니까. 그러니 오늘 저녁만은 여기서 지내시고 내일다시 변통을 하라고 하시지요.

男客 그건 그렇지않읍니다. 내가 이 방을 빌린게 아니라면 일분이라도 내가 여기 더 있을필요가 없는게지요마는 방세를 받은 이상에는 내가 방을 얻은게 사실이지요.

女主人 어떻든지 나가주서요.

男客 (냉소) 천만에─

女主人 아니 안나가겠다는 말슴이예요.

男客 못나갑니다.

女主人 여보게 저 파출소에가서 경관을 모서오게.

老婆 아이구 마님도!

女主人 딴소리말고 갔다와요.

老婆 제생각에는 저─

女主人 안갔다올테야 가서 순사를 데리구와요.

老婆 네─ 네─ 불러오겠읍니다. (나간다)

女主人 빨리다녀와 아이 속상해 그럼 나하고 같이 불르러가요. (따라나간다)

男客 이건 참 우수운데 나혼자 남겨놓고 다들 나가버리니 속상하는데 담배나 한대 먹자 (태연히 의자에 앉어서 골통대를 끄내 담배를 담어가지고 필랴고 할때 문두드리는 소리, 도라보지도 않고 큰 소리로) 들어오우.

女客 (살작들어온다. 레인코─트를 입고 한 손에 손가방 한 손에 우산 흘러나리는 물 같은 辨說(변설)) 용서하십시요. 실례합니다. 대문이 열렸고 소리를 해도 아모도 안나와서 그냥 들어왔읍니다. 용서하서요.

男客 (怒氣未去(노기미거)) 그런데 무슨일로─

女客 저요? 저는 여기 大同物產公司(대동물산공사)에 일로 보게 되여서 여섯시 車(차)로 바로나린길이예요. 南京(남경)서 여기까지, 웬걸, 네 時間(시간)이나 걸립니까 그런데 있을데를 구하려고 가르처주는대로 서너집도라봤는데 다 마음에 안들어요. 댁에 세 놓는 방이 있다구 말슴듯고 왔는데.

男客 (겨우마음놓고) 그럼 당신도 방을 얻으러 다니십니다 그려.

女客 네 그래요 그런데 아직 빈방이 있읍니까.

男客 (어쩔줄모르고) 마침 안되였읍니다 그려. 지금 막 이 방이 작정되였답니다.

女客 아이 어쩌면! 재수가 없읍니다 그려. 마침 비는 오고 땅은 질고 이것보서요 옷이 다 젖지않었어요. 아이─ 고단해. 저 의자 좀 빌려주시면 좀 쉬였다 가겠는데.

男客 네 그렇게 하십시요.

女客 그럼 실례합니다. (앉으며 피곤한 숨을 내뿜는다)

男客 大同產業公司(대동산업공사)에서는 무슨 일을 보시나요. 실례지마는.

女客 (웃는다) 호 ………… 실례될게 머있어요. 그런일이 무슨 비밀인가요. 한 二(이)주일전에 그 회사에서 서기를 한 사람 채용한다고 신문에 났었지요. 각 신문에 다 났으니까 아마 보셨지요.

男客 네.

女客 그러고 지난 금요일에 大同產業(대동산업)의 書記(서기)채용은 결정이 되였으니까 각 응모자에 대해서는 일일히 통지를 않는다는 광고가 났지요. 보셧서요.

男客 네.

女客 제가 바로 그 채용한 서기랍니다. 그게 여자라고는 아마 생각을 못해보섰지요.

男客 참 생각도 못해봤읍니다.

女客 (意氣揚揚(의기양양)) 그렇지마는 이걸 어쩝니까 모래부터는 출근해서 일을 봐야 할텐데 아직도 주인을 못정했으니. 여섯시부터 지금까지 돌아만다니고 아직 저녁도 못먹었어요.

男客 거참 안되였읍니다. 차나 한잔 자시지요. (茶具(다구)소리)

女客 고맙습니다.

男客 (담배를 꺼내며) 담배는 안 피우십니까.

女客 나는 안먹습니다마는 잡수서요. 상관없으니.

男客 그럼 실례합니다. (몸을돌리고 담배를 피운다)

女客 아─ 이걸어째, 이발모양이란 이것이 사람의 발이람 젖은건 외려괜찬치만 흙 투성이가 되였으니.

男客 거 안되였읍니다. 양말을 갈아신으시지요. 그동안 나가있을테니.

女客 고맙습니다. 안갈아신어도 좋아요. 갈아신는대도 당신을 쫓아낼것까지야 머있어요.

男客 상관없읍니다. 양말은 드려도 좋습니다마는.

女客 호의는 감사합니다마는 갈아신으면 멀합니까. 아모래도 또 진탕속으로 나가야 할껄.

男客 웨요.

女客 그렇지 않구요. 캄캄한 속에 어디가려딛구 다니는수가 있나요.

男客 (묵연히 생각는다) 그렇지만.

女客 (차를 마시고 한숨을 쉬고) 실례했읍니다. 고만 가겠읍니다. (가방을 들고 나가랴고 한다)

男客 그렇게 바뿌실거야 머있읍니까. 좀 더 앉어쉬십시요. 저─그런데 방을 얻으시겠다고 그리섰지요.

女客 (대여들듯) 아니 인제까지 이야기를 듯고도 그걸 모르신단 말슴이예요.

男客 아니 압니다. 알아. 이걸 좀 둘러보십시오. 이 방둘 하고 마루하고.

女客 아니 다 약속이 되였다면서 그건 봐 멀합니까.

男客 네 약속이 되기는 되였지마는 당신에게 드릴수가 있단말이지요.

女客 정말이요?

男客 정말이지요. (차를 따룬다)

女客 (차를 받으며) 어떻게 그리될수가 있읍니까. 몬저 말한양반에게는 고만둬도 좋은가요.

男客 아니요.

女客 오 그럼 아직 아모게도 빌리지않은걸 가지고 나를 속이섰군요.

男客 아니올시다. 빌려주기는 줬지마는 그렇다고 그 양반을 그만 둔다는 것도 아니고 이 방을 얻은 그 양반이 당신에게 드린다면 자진해서 드린다는 말씀이지요.

女客 무슨말씀인지 도모지 모르겠어요. 제가 어디 그 분을 맛나 뵙기나 했어요.

男客 그건 상관이 없답니다.

女客 그럼 이방에 독개비가 나나요.

男客 아니 독개비가 날까 무서우십니까.

女客 내가 무섭단말이 아니라 그 사람이 독개비가 무서워서 그러는게 아닌가 말이지요.

男客 천만에 그 사람도 독개비는 무섭지않답니다. 자─ 어떻든 방을 보시지요. (문을 열고) 이게 마루고 저 편에 또간반방이 있고 앞으로 따로 정원이 있고 남향에 볓이 잘 듭니다. 방이 깨끗하고 조용한데다가 다니실 공사가 가깝고 이보다 더 좋은데를 얻기는 힘드시리다.

女客 그러면 방세는 얼마인가요.

男客 대단싸지요. 방둘에 마루해서 십원이랍니다.

女客 방도 좋고 집세도 빗싸지 않고. (간간 생각하다가) 정말 제가 빌릴수가 있어요.

男客 공연히 빈소리를 하겠읍니까.

女客 그렇지만 오늘밤부터 올수는 없겠지요.

男客 됩니다. 돼요. (별안간에) 그런데 당신은 결혼을 하섰읍니까.

女客 (뛰어일어나며 柳肩(유견)를 세운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男客 결혼을 하섰느냐는 말씀입니다.

女客 (怒(노)한다)이건 너무 실례가 아니예요.

男客 너무 실례라니요.

女客 그렇지않구요. 바로 모욕이지 뭡니까.

男客 (좋아한다) 그렇지요 모욕이지요. 제 생각에도 그래요. 그렇지마는 지금 이방을 빌리랴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당신이 결혼하고 안한것을 뭇는답니다.

女客 내가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게 무슨 상관이예요.

男客 그렇지요 그래. 내가 결혼을 했든 안했든 그 사람들게 무슨 상관이란 말이요. 그런데 그 사람들은 그걸 먼저 문제를 삼으니 해괴하지 않습니까.

女客 무슨 말슴인지 난 알어 드를수가 없는데요.

男客 아─ 그러실겁니다. 천천히 드러보십시요. 저─ 당신은 大同產業公司(대동산업공사)에 일을 보신다고 그리섰지요.

女客 기억력이 좀 나뿌신가봐 지금 곳 말할걸 되물으시니.

男客 그렇게 짜증을 내실게 아니라 저도 그 大同產業公司(대동산업공사)에 일을 보게되여서 왔답니다.

女客 아니 정말이세요. 그럼 무슨일을 하세요.

男客 技師(기사)랍니다.

女客 오─라 그럼 당신이 이집주인은 아닙니다 그려.

男客 누가 주인이라고 그랬읍니까. 당신이 혼자서 그렇게 아섰지요.

女客 인제 알었읍니다. 당신이 이 방을 얻은 사람입니다 그려. 얻기는 얻었지마는 마음에 안드니까 도로 내놓는다는 말씀이지요.

男客 누가 내놓는다고 그랬어요.

女客 아까 이 방을 저를 주겠다고 그리시지 않았어요?

男客 당신을 드려도 좋다고 했지마는 내놓는다고는 안했어요.

女客 또 모르겠는대요. 내 놓기 싫은걸 왜 나를 줍니까.

男客 정말 모르겠읍니까.

女客 정말 모르겠어요.

男客 다른게 아니라 당신을 맛나보니까 말이지요─저 실상은 집주인이 내게는 안 빌리겠답니다 그려.

女客 무슨까닭으로요.

男客 인제 이야기가 바로됩니다. 한 일주일전에 내가 여기와서 방을 보고 이 집 아가씨라는 이를 맛나봤지요. 그랬더니 단박에 마누라가 있느냐 아이들이 있느냐 형제가 있느냐고 내리물어보고 내가 아직 독신자라고 대답을 하니까 그제야 방을 빌리기로 하고 방세를 받고 계약을 했지요.

女客 아마 당신이 기사인줄알고 그 아가씨가 시집을 가고 싶든게지요.

男客 뭘 그럴리야 없겠지요. 그러다가 어제 와서 주인마나님이라는 이를 맛나쟎었읍니까. 이야기가 퍽 달라집니다 그려. 마누라하고 같이 오지아니하면 방을 빌려주지 않겠다니 내가 결혼 안한 줄은 번연히 알면서 그런 조건을 붙이니 그런법이 어디 있읍니까.

女客 그건 또 왜 그런 조건을 붙일까요.

男客 이 집이 과부하고 딸뿐이라 그런다나요.

女客 그럴리가 있나요.

男客 아조 모욕이지요.

女客 그래 어떻게 하섰어요.

男客 그래 싫건 敎訓(교훈)을 했지요.

女客 理解(이해)가 되었나요.

男客 四十(사십) 넘은 머리에 어디 새 理論(이론)이 들어갑니까.

女客 그럼 어쩌실테에요.

男客 멀 어째요 안나가지요.

女客 主人(주인)은 어디 있어요.

男客 主人(주인)이요 순사를 데리러 갔답니다.

女客 순사는 왜 불르러 갔어요.

男客 나를 끌어낼려는게지요.

女客 정말이요?

男客 보시구려 인제 순사가 오는걸.

女客 재미있게 되는데요. 그래 순사가 오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男客 당신이 오시기전에는 어쩌면 좋을가 몰랐더니 인제 좋은 생각이 있읍니다.

女客 어떻게요.

男客 나는 순사헌테 끌려서 유치장으로 가고 당신은 이 방을 쓰시게 되면 둘이다 오늘 밤 숙소가 생기는 셈이 아닙니까.

女客 그건 안됩니다. (생각는다)

男客 안되다니 왜 안된단 말씀이요?

女客 가만이게서요. 내가 더 좋은 생각이 있어요.

男客 무슨 생각이요.

女客 (조곰띄여서) 제가 당신의 부인이 되지요.

男客 천만에 어디.

女客 그리 놀래지마서요. 제가 당신께 청혼을 하는건 아니니까.

男客 그야 압니다마는 그런수단은 뜻밖인데요.

女客 한번 묘한게교지요. 이 집주인은 당신이 부인이 없어서 방을 못빌린다고 그런다지요. 인제 부인이 있다면 아모말도 못할거 아니예요.

男客 그거야 말이없겠지요. 그렇지만 당신은 그래도 괜찬습니까.

女客 그럼 어때요 내게 손해가 되는일도 아닌데요─어디 정말 당신의 부인이 되는건가요.

男客 이거참 천만감사합니다.

女客 그런말은 아니여요. 또 정말 당신의 부인이라면 제가 무슨 손핸가요. 그거와 이거는전연 별 문제지요.

男客 그럼 전연 별문제지요. 다만 당신덕택으로 곤난한 주택문제가 해결된것을 감사하는것입니다.

女客 감사는 두었다하서요. (밖에서 소리난다) 사람소리가 나요.

男客 순사겠지요. (황급히) 아─참 부인이 없다고 그랬는데 인제 무어라고 합니까.

女客 저─요 내외싸홈을하고 집에서 나온게래서 남에게 말하기가 싫었다고 하서요.

(巡査(순사), 老婆(노파), 女主人(여주인) 드러온다)
아이 순사가 들어와요.

女主人 巡警(순경)나으리 이 양반이예요 글세 이 양반이…… 자꾸……

巡査 姓名(성명)은.

男客 吳壽源(오수원)이오.

巡査 住所(주소)는.

男客 住所(주소)는 없오이다.

女客 (버럭 일어나며) 아니 그러면 당신께서는 인제 영 집에 안 돌아가시겠다는 말씀이예요. 정말.

巡査 (깜짝 놀라며) 이분은 누구십니까

男客 (당황한다. 아즉도 성낸 남편모양으로) 나는 모르겠오. 그이더러 물어보시지요.

巡査 名銜(명함)은.

女客 정헤원이예요.

巡査 주소는.

女客 주소요? 北京西四牌樓太平胡間關帝廟前(북경서사패루태평호간관제묘전), 三百七十五(삼백칠십오) 번지 전화 西(서)의 四千六百九十二番(사천육백구십이번) 잊어버리지않게 수첩에 적으서요.

巡査 (手帖(수첩)에 적는다) 北京(북경)……

女客 西四牌樓太平胡間(서사패루태평호간)(좀 사이를 두고) 關帝廟前(관제묘전),

巡査 番地(번지)는?

女客 三百七十五(삼백칠십오) 번지 電話(전화) 西(서)의 四千 ― 六百 ― 九十二番(사천육백구십이번).

巡査 (男客(남객)에게) 당신은 여기 방을 얻으러왔다지요.

男客 아니요 나는 이사를 왔오이다. 이 방은 벌서 내가 얻어논방이요.

巡査 (좀 곤난해서 女客(여객)에게) 당신은 여기 무슨일이십니까.

女客 나는 여기 사람을 찾으러 왔어요.

女主人 (화가나서) 무슨 사람들 찾으러 왔단말이요.

女客 (정중하게) 저의집 밖갓어른을 찾으러 왔어요.

女主人 밖갓어른이라니 밖갓어른이 대체 누구란 말이요.

女客 혹시 아시겠지마는 댁에 방을 얻으신분이랍니다.

女主人 그럼 저이가 밖갓양반이란말이요.

女客 모르겠어요. 그 양반더러 물어보서요. 뭐라고 하나.

老婆 아유 인제 바로 되었구먼요. 저 선생님은 부인이 게실게라고 제가 여러번 마님께 여쭙지 않았어요.

巡査 이게 무슨수선이란 말이요. 공연히 사람만 오라가라하고.

老婆 죄송합니다 아까는 부인이 안게시니까 안게신줄 알었지 어떻게합니까. 조금만 일즉 오섰드먼 이런야단이 없는것을.

女客 대단미안합니다. 두시차로 떠나서 여섯時(시)에야 와다은걸이요.

老婆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巡査 자 그럼 다 되었군. 이 집에는 여자뿐이라 이 손님을 둘수없다고 한 것인데 부인이와서 게시면 문제가 없지. 그렇지만 부인이 동거를 않게되면 또 문제로군.

老婆 또 딴소리는 마서요. 젊은내외가 싸호기도 예사고 온다간다 하다가도 한번화해하면 또 그만이지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巡査 그럼 갑니다.

女客 안녕히가시우 내가 여기안있게되면 그때 또 알리어드리지요.

巡査 실례했읍니다. (모도 나간다)

男客 (문을 닫고) 여보 인제 당신 명함이라도 알어둡시다.

女客 제 이름이요. 제 이름은─저─

─幕(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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