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철 산문집/사랑의 기적

사랑의 기젹 小品(소품)

龍兒(용아) 作(작)

나올사람들
김건식(새신랑)
리영화(새아씨)
영화의 아버지
영화의 어머니
× × ×

영화의집에 깃븐날이 온것이다. 오래전브터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지내왔지마는 이날 오기를 기대리고 기대리든 새신랑과 새아씨의 깃븜이야 말할것도 없고 일즉이 서양바람을 쏘인 탓으로 남녀의교제를 상당히 리해하는지라 딸에게 스사로 신랑될사람을 가릴 기회를 주면서도 어린딸이 못잊혀서 기웃기웃 넘어다 보고 걱정하든 사람좋은 그의 아버지와 첫사위보는 그의어머니는 여러사람의 치하가운대 정신을잃고그의 일가되는 사람들이던지 이 자유연애끝에피는 화기스런 꼿을보고 부러워하면서도 반가워하는 신랑과 새아씨의 동모들이던지 누구나보는사람마다 알맞은 젊은 한쌍을보고 남의 일같치않게 깃버하얏다. 이러한 가운대 즐거운잔채도 끝나고 신랑과 신부가 화평한 꿈은 꾸여주려고 채려노은 새방으로 들어가는데서 이약이는 비롯한다.

『무 대』

새신랑과 새아씨의 첫날밤을 위하야 채려놓은 방병풍도 둘려있을것이오, 장농도 놓여있을것이다. 외인편과 바른편에 문이 하나식있다.

(신랑과 신부 외인편문으로 들어와 적당한 자리에 앉을것이다.)

건식 퍽곤하지오.

영화 별로 그렇지도 않아요.

건식 그런데 오날이 끗끗내 오고야 말았지요.

영화 글세요 오날하루가 그렇게도 기달리든 날인데 어째그런지 숭겁고 쉽살스럽게 지나버리는것같에요.

건식 그렇지요. 무엇이던지 너무 기다리고 바라다가 휙지나가면 뒷이 좀 섭섭한듯도 한법이지요.

영화 그것도 그래요 그렇지만 오셨든손님들도 별로 부족한 맘없이 다들기쁘게 놀으셨는지나 모르겠어요.

건식 그만하면 다들잘놀고갔지요. 아이그 김마리아라든가 그안경쓰고 검정치마 입으신이 말이야요. 점잔은듯하면서도 사람을 어찌그리 잘웃기는지 작난도 어쩌면 그렇게 해 참재미있게는 놀데 그이 집에는 아마 우슴 끝날때가 없을게야 이앞으로 우리집이도 그렇겠지만.

영화 왜 마리아만 오늘 그렇게 작난을 했나요. 이춘해씨 그냥반은 사람을 어쩌면 그렇게도 구슬려주어요. 그커다란 대모테 안경을 걸친 얼굴은 보기만해도 웃으워요 오늘은 거기다 술이들어가서 아까 어머니가 붙잡혀서 혼이나셨지.

건식 그사람은 말할것도 없지요. 우리하고 중학교를 같이다닐때부터 운동이나하고 작난이나하고 시험은 방맹이로 지내가지오 그래도 선생님이 그사람한테는 성을못내요.

영화 요다음에는 나를 구슬려주면 내점자리사촌이라고 해줄껄.

건식 그래만보구려 얼마나 되려 놀려주나 그예배당에 정숙하게 들어갈 때도 나를 웃길냐고하는구려. 내 억지로 참았는데.

영화 거기서 우슴이 터졌더면 참 볼만했을껄.

건식 그렇기에 나는 그 발마춰주는 음악에다 정신을 흠숙 모았지 참 오늘 예배당에서 들리든 마―취야말로 어떤세게적음악가의 음악보다도 나에게는 더깊은 느낌을 주어요.

영화 (웃으며) 음악 음악말이야요. 작년 이때이지요. 그렇지요. 그러고 얼마아니지나서 풀이 푸르고 꽃이붉고 새가소리할때 우리가 주일학교아이들을 다리고 산에 놀러 나갔으니까 그래 콰야련습을 할랴고 김선생님댁에서 뫼일쩍에 우리가 처음만나뵈왔지요. 그때 그래 김선생님이 이분이 이제부터 우리찬양대에서 같이일하실 김건식이란 냥반입니다 하고 소개를 하시니까 아주 색씨같이 얌전하게 인사를 하였지요. 그러더니만 지금은 그때그부끄럼은 다 어디로갔어요.

건식 인제 그이야기는 그만둡세그려. 이건벌서 몇번짼지 모르지. 요다음 나쌀먹어서도 되푸리를 할껄 듯기좋은노래도 세번이라는데.

영화 왜 내이야기가 노래만 못해요. 그이야기는 열번을 해도 재미있고 백번은해도 재미있어요. 첫번째할때나 똑같에요.

건식 그럼 그때 영화는 어땟는데 부끄러워서 아주 머리를 이렇게 숙이고.

영화 하하 그렇게 꾸며대요. 나는 그때에는 우리떼가 많았으니까 당당하게 대했다나요 그것보담도 웨 운동회때 이야기나 또하시구려. 그래 일등기를 들고섰으니까 다름질해 품에 안길듯이 들어오다가 기를받아들고는 그래도 조금 몸을피하더라고.

건식 저거보게 전엔 그이야기를 하면 부끄러워하더니 인젠 자기입으로 어렴스렴없이하니 해야 재미가 있어야지.

영화 그럼 그이야기는 다시는 않지요.

건식 웨 다짐은 받을랴고 그래요 내 이춘해더러 이야기 좀 할껄.

영화 그건 제발……

건식 하하 왜 제발 그래달나는 부탁이야.

영화 그래만 봐요 나는 웨 할 이야기가 없나요.

건식 그럼 어린애둘이 서로 어른앞에가 흉보고 고자질하는 셈되게.

(이와같이 주고받는 이약이가 다만신혼의 깃븜 - 안탁갑게 끌려오든 사랑이 다다를곳에 다다른깃븜에 못이겨 흘러나온다)

영화 (얼픗이 남의일에 동정하는것같이) 그런데 그냥반이 그렇게 항상 웃고 지내도 아마 집안에 무슨 불평이 있다던지 그런것 같애봬요.

건식 겉으로 보면 누가 그사람에게도 무슨 걱정이 있을까 하지마는 그 사람도 불행속에서 사는셈이지 그러고 그사람의 슬픔은 우유에다 물란것같은 우리조선젊은이의 아모개나 가지고 있는 슬픔이지요.

영화 (조곰 흉을 잃은듯이) 그러면…우리에게도……

건식 (더욱이 사랑하는 태도로) 아니지요. 우리는 특별한 은혜를 받은 것이지요. 지금 조선가운대에서는 불과 몇사람밖에 받지못하는 은혜를 받은것이지요. 그렇지요. 완전한 연애를 기초로하고 선것이지요. (말이 차차 열정적으로되고 영화는 그의힘있는말에 끄을려드리가는것같다) 나는 여기서 우리아버지의 리해깊은신 태도에 참마음으로 감사하지 아니할수없어요. 영화씨의 아버지께서는 그래도 서양을 갔다오시고 하셨으니 그만한 일을 하시는것이 맛당하다고 할만하지마는 우리아버지가 어떻게 마음이 들어가서서 나에게 이렇게 행복스럽게 될 기회를 남겨주셨는지 하나님에게다나 그감사한뜻을 표할까 나는감격한눈물을 흘릴때가 많아요. 그러나 그이는 지금 이세상에는 없지요. 우리의 이 원만한 꼴을 볼수도 없는것이지요.

영화 (말을막으며) 건식씨……

건식 네… 네 옳습니다. 지금은 이런말을 말할때가 아니지요. 우리가 새 생활에 한걸음을 들여놓는 이때이니까. 앞일을 말하는 것이 옳지오. 비록 지금까지 때때로 말하지아니한것은 아니나 오늘저녁에 말하는것은 특별한 뜻이있지요. 네 영화씨!

영화 아무말슴이고 끝없는 이야기라도 해보서요.

건식 우리의 결혼이 참되고 순결한 연애를 기초로한우에는 그것은 연애의 한 완성한 상태이지요. 우리의 인격은 둘이합하야 하나가 되어 서로 부족한것을 채워서 앞으로앞으로 발전하야 나가는것입니다. 둘이 둘로 있으며 하나를 일우는것을 뜻하는것입니다. 그러나 서양속담에 결혼은 연애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읍니다. 그것이 물론 참리치는 아닙니다. 그러나 그것이 속담이 될만큼 이세상에는 그러한일이 많은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그것은 다하나가 되지못는데에서 생깁니다. 그러나 둘이둘로있으며 인격적으로 하나가되는것은 쉽지않은일입니다. 영화씨가 내가되고 내가 영화씨가 되어야 하는것입니다. 다만 둘이서로를 모르는것없이 알아야 그지경에 이를것입니다. (영화는 그의말에 감격이되야 그의말을 다옳타고하는 빛이 나타난다) 옳습니다. 둘이 서로가 혼자만 가슴속에 품어두고 지내는것이 하나도없어야 할것입니다. 즉 둘이 새이에 비밀이라는것을 없게하는것이 둘을 하나로 하랴는데 먼저 할것인가합니다. (영화를 치어다보며) 녜 그렇지오.

영화 (아조 감격한 모양) 녜 그렇습니다. 서로 허물을 알고 그것을 용서하는데서 참으로 깊은 사랑이 자라나지오.

건식 영화씨가 나와 아주 그렇게 같은생각을 가지고 계시니 인제는 마음에 거리낄것이 없읍니다. 나부터 아즉까지는 말슴하지 못한것을 이제 말슴하겠읍니다. 지금까지 숨겨놓고 지낸것은 저의 마음에는 적지않은 괴로움이 였읍니다. 그러나 영화씨에게 대한 사랑이 모자란 까닭은 아니였읍니다. 다만 차아차마못하고 밀어나오며 스사로 괴로워만 하였읍니다. 오늘밤에 이비밀을 깨트려버리면 나의 가슴이 참으로 시원하겠읍니다. 사랑에는 기적이 있지요. 내가 만일 노라의남편이였더면 노라의 보고싶어하든 사랑의 기적을 뵈여 주었을테여요. 나는 그책을 볼때마다 어찌할수없는 안탁가운 생각이 일어나요.

영화 네 건식씨 노라의시대는 벌서지내갔어요. 이제는 다시 돌아오는 노라의 시대여요. 남성과 여성이 서로 갈려서 다토는시대는 지나가고 참으로 서로 도아서 서로의 인격을키우고 녈리는 시대여요. 노라의 시대는 여자가 인형이나 종노릇하든 때에서 참으로남녀가 동등으로 결합하는상태로 건너가는 길에 지내지 못해요. 우리는 그길을 건너왔어요.

건식 아! 영화씨! (건식이는 거의 영화의앞에 엎드리며 둘이 서로 대단 감격한 모양이다) 사랑의 기적이……

영화 사랑에는 반다시 기적이 따라다니지요.

건식 (몸을 고처앉어) 이말은 하기도 괴롭고 아니하기는 더욱 괴롭습니다. 그러나 아니할수는 없는 것입니다…… 영화씨와의 사랑이 나의 첫사랑은 아니던것입니다. 용서하십시요. 그것은 세해전 저의 시골에서 있었던것입니다. 그러나 그이는 벌서 저생에 사람입니다. 그것은 잊을수없는일입니다. 지금도 내가 그이를 잊지는 못합니다. 영화씨를 더할수없이 사랑하면서도 그를 잊지는못하는 것입니다. 그첫사랑은 한가지 자최를 남기고간것입니다. 그즉는 영화씨도 얼마있지않어서 나에게 허락하실 그귀중한 보배를 나에게 허락하였던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다만 한아들을 남기고 이세상을 떠났읍니다. 그아이는어떤 동무에게 맡겨 기르는데 나는 그 아이를 사랑하지 아니할수없어요. 그래 나는영화씨가 만일 모든 넓은마음으로 그것을 허락하신다고만 하면 우리가 새집을 일우는 날 데려다 앞에다두고 기르고싶은 생각이 있는것입니다.

영화 건식씨 건식씨가 원한다고 하시면 내가 어떻게 싫다고 할수가 있나요.

건식 (감격하야 영화에게로 쓰러지면서) 오…영화 나의 영화……감사하외다.

영화 둘이 둘아닌 하나인데야 감사할거야 무엇있어요.

건식 영화씨같이 고은마음을 가진나야말로 다만 하나밖에없을사람이다.

영화 (지금까지 올났든열이 나려안고 조곰 정숙하게) 그런데 건식씨는 가슴에 감초아있던 것을 다 내놓았으니까 인젠 속이 시원할터이지요.

건식 그거야! 나는 내가 이 좁은 방안에 앉였지마는 나의 가슴은 이 세게를 안아품은 듯한 느낌이 있읍니다. 그렇게도 시원합니다.

영화 나에게도 그러할 기회를 주서요. 내말을 들어주서요.

건식 녜 옳습니다. 그래야 할것이올시다. 영화씨같이 맑고 순결한 이일지라도 말하기어려운 것이 의례히 있을것입니다. 둘아닌하나라는것이 우리의 못토입니다.

영화 들어주서요 건식씨와 나와는 거의 같은운명을 거처왔다고하야도 괜찬을만해요. (건식의 얼골에 놀나움과 괴로움의 빛이 차차 떠돈다. 영화는 먼곳을 바라다보는 사람같이) 발서 잇해전이여요. 그사람이 죽어간것이. 아버지의 품안으로 돌아갔어요. 가면서도 이제 두살먹은 아이를 남기고 갔어요.

건식 (분함이 사못처) 머머…… 영화 (영화는 건식의 얼골을보고 그의 별안간에 변하였음에 놀래여 얼이빠진듯이있다) 내가 속았고나……영화! 나를 참으로 사랑한것은 아니로고나……아……속았다……다만 못난이로 놀리는것이다……분한일이다……내가못난이다……아……속았다. 아……속았다속아……(이와같이 부르짖으면서 바른편문으로 뛰여나간다. 뛰여나가서도 괴롭게 부르짖는다. 영화는 너무빨리 변함에 얼이빠저 이것이 꿈이냐 참이냐 하는듯이 멀뚱이 앉었다. 건식의부르지즘이 이따금 들린다. 조곰있다가 영화의어머니 외인편으로서 들어온다. 한사십되여보인다. 퍽모양보는 사람인듯이 채렸다)

어머니 얘 영화야 이게 웬일이냐?

영화 …………

어머니 글세 얘 첫날저녁에 신랑이 마당에를 뛰여나가서 야단을하니 도모지 웬셈이냐.

영화 누가 알아요.

어머니 저애보게 네가 몰르면 또 누가아늬.

(이동안에 영화의 아버지가 외인편문밖에와서 차마 못들어가고 서 있다. 마흔댓은되고 몸집도 좀있고 두루두루 좋은아버지이다)

영화 별안간에 저러니 누가 안단말이요.

어머니 옳지 네가 그이야기를 한게로구나 저런 센찮은애보게 글세 첫날밤에 그런 중한 이야기를 해버리면 어쩌잔 말이냐 사람의 솜씨가 그래서야 무얼하겠늬.

영화 (이제야 긔막힌것이 지나고 슬픔이 온듯이 어머니에게 몸을 실리우면서 반우는소리로) 글세 그냥반이 말을않고는 못견디게 맨들었어요. 자기의 지난일을 다 자백을하고 나니 나도 최면술에 걸린 사람같이 다 바로 말을 해바렸지오.

어머니 아이고 저런일을 어떻게하나 아모리 건식이 구변이 좋기로 사내의 입끝에 넘어서 있는대로 이야기해버리고 그런 못난이가 어디 있어.

영화 둘이 하나가되고 어쩌고 그러는데……

어머니 저애 좀 보아 또 빈소리하네. 느어머니를 좀 보렴으나 내가 시집온지가 스무해가 넘지만 네오라비가 둘이나있는줄을 너의아버지가 꿈에나아늬 웬 애가 그리 변변치못해.

(아버지는 아직도 아이같이만 알았든 딸에게 알지못하든 비밀이 있는것을듯고 어쩔줄을 모르는지금에 자긔안해의 이말을 듯고 정신이 다 어대로 날아난듯이 주춤주춤 걸어들어간다)

아버지 머…머…내가…내가 보기좋게 속았다가.

(영화와 어머니는 감짝놀라 일어슨다)

아버지 (미친듯이) 내가 장승노릇을 했다. 장승이다. 스므해동안이나 흐흐 (웃는듯 우는듯) 허수아비노릇을 하고……옳지 잘속였다……허수아비다……장승이다. 아 ― 못난것이 분하다. (어쩔줄을 모르는듯이 차차 방안은 헤매인다. 영화와어머니는 슬금슬금 나가버린다) 아…… 보기좋게 본보기로 속았다. 사탄에게놀렸다……이브때부터의 버릇이라……아……내가 장승 허수아비 으으 분하다. 못났다. 아아 장승이 산체하였다. 스므해동안 허수아비…무얼 봣나― 아아분해 속은것이 분해 아이그 분해.

(이와같이 부르짖으며 비틀거리다가 방가운대에 쓰러진다. 쓰러저서도 이따금 분해분해하고 중얼거린다. 한참 지난뒤에 건식이가 바른편문으로 해쓱하야 들어 오다가 그의장인이 넘어저 있는것을 보고 조곰 멈추거리다가 나아와서 흔들어 일으키며)

건식 이거보서요. 웨 이렇게 하십니까. 일어나서요.

(아버지는 고개를들어 건식을보고)

아버지 으― 분하다.

건식 너무 그리시지 마서요.

아버지 그저 속은것이 다만분다.

건식 그러지 말고 일어앉으서요.

아버지 내 사람을 볼낯이 없다.

건식 일어나서요.

아버지 (일어앉으며) 너와 내가 같이 속은 사람이로구나.

건식 …………

아버지 나는 분해서 미칠것같다.

건식 그렇기도 하시겠지요. 믿었던 따님에게서 뜻밖의일이 나타났으니 분하시기도 하겠지요마는 저의 분함과는 성질이 달치요.

아버지 (처음에는 웬뜻인지를 모르는듯하다가 무슨 생각이 떠오른듯이) 나는 자네를 볼 낯이없네.

건식 저는 장인을 어떻게 생각하는것은 아닙니다. 처음부터 의레히 알지는 못하였었을것이요 또 이제와서는 속은것같으실테이니 그런 일은 게집들끼리 맵시있게 조처하는법이여요.

아버지 (몬저 격하였든것을 다 갈아앉후고) 나는 이제까지 그애를 어린애같이만 녀기고 있었더니만 참 뜻밖의일도 분수가 있지않은가.

건식 그러하시겠지요. 그러나 일은 다 지나간일이야요. 되여바렸어요. 한번지내가서 되여버린일은 다시 전과 똑같이 맨들수는 없는것이요 저의는 발서 교회문을 지나서 다녀 나왔어요.

아버지 아아 건식이 그렇게 생각을 해주니 내가 참 고마워이 넓은마음으로 용서를 하여주게 아모리 잘못은 하였을지라도 딸이라는 사정은 변치않네.

건식 저도 그만한 결심을 하였읍니다. 스스로 저를 잊을만큼 괴로웠읍니다마는 마음도 다가라앉고 결심도 다되였습니다. 한번 맺어진 것은 잘풀리리지는 않습니다. 억지로풀면 두편이 다 상하지요.

아버지 옳게 생각했네. 자 모든것을 넓게 봐주게.

(손을 내밀어서 건식과 악수한다)
자네는 그래도 미리알어서 허수아비노릇은 아니하겠으니 다행일세.

건식 네?

아버지 아니 나혼자 하는말일세……허수아비가 장승이란 말일세.

건식 네?

아버지 아니 잘자게. (나간다)

―(막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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