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일(盡終日) 앓아누워 다녀간 것들 손꼽아 보자니
창(窓)살을 걸어간 햇발과 마당에 강아지 한마리
두손길 펴서 가슴에 얹은채 임종(臨終) 때를 생각해 보다.

그림자하고 단 둘이서만 지내는 살림이어늘
천장이 울리도록 그의 이름은 왜 불렀는고
쥐라도 들었을사라 혼자서 얼굴 붉히네.

밤 깊어 첩첩(疊疊)히 닫힌 덧문(門)밖에 그 무엇이 뒤설레는고
미닫이 열어 젖치자 굴러드느니 낙엽(落葉) 한잎새
머리맡에 어루만져 재우나 바시락거리며 잠은 안 자네.

값 없는 눈물 흘리지 말자고 몇번이나 맹세했던고
울음을 씹어서 웃음으로 삼키기도 한 버릇 되었으련만
밤중이면 이불 속에서 그 울음을 깨물어 죽이네.

1929.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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