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한강의 달밤

은하수(銀河水)가 흘러 나리는듯 쏟아지는 달빛이
잉어(鯉魚)의 비늘처럼 물결우에 뛰노는 여름 밤에
나와 뽀오트를 같이 탄 세 사람의 여성(女性)이 있었다.

으늑한 포풀라 그늘에 뱃머리를 대고
손길을 마주 잡고서 꿈속 같이 사랑을 속삭이려면
달도 부끄럼을 타는듯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가렸었다.

물결도 잠자는 백사장(白沙場)에 찍혀진 발자국은
어느 곳에 끝이 나려는 두 줄기 레일(軌道)이던가
몇번이나 두 몸이 한덩이로 뭉쳤었던가.

아아 그러나 이제 와 생각하니 모든 것이 꿈이다
초저녁에 꾸다가 버린 꿈보다도 허무(虛無)하고
기억(記憶)조차 저 물결 같이 흐르고 말려 한다.

그 중(中)에 가장 어여쁘던 패성(浿城)의 계집아이는,
돈 있는 놈에게 속아서 못된 병(病)까지 옮아,
피를 토(吐)하다가 청춘(靑春)을 북망산(北邙山)에 파묻었다.

「당신 아니면 죽겠어요」 하던 또 한 사람은,
배맞았던 사나이와 벌어진 틈에 나를 끼워서
얕은 꾀로 이용(利用)하고는 발굼치를 돌렸다.

마지막 동혈(同穴)의 굳은 맹세로 지내오던 목소리 고운 여자(女子)는
「집 한 간(間)도 없는 당신과는 살 수 없어요」 라고
일전(一錢)오리(五厘) 엽서(葉書) 한장을 던지더니 남의 첩(妾)이 되었다.

그들은 달콤한 것만 핥아 가는 꿀벌과 같이
내 마음의 순진(純眞)과 정열(情熱)을 다투어 빨아 가고
물안개처럼 내 품에서 감돌다가는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 밤도 그 강변(江邊)에 그 물결이 노닐고 그 달이 밝다
하욤없이 좀썰려 꺼풀만 남은 청춘(靑春)의 그림자를
길로 솟은 포풀라 그늘이 가로 세로 비질을 할뿐…………

19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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