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뜨려지는 홍등」의 평을 읽고

깨트려지는 홍등의 평을 읽고

─ 작가로서 일언


졸작 「깨트려지는 홍등」은 역작도 아니었으며 작자 자신 그다지 잘된 작품이라고도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결코 대중없는 평을 받을 작품은 아닌 줄 믿는다.

대저 작자가 작품을 써서 세상의 수많은 눈앞에 내놓을 때에 그의 마음은 항상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만큼 그 작품에 대한 평에 있어서는 일층의 참된 공정을 바라는 것이다. 공정한 태도를 기한다 하면서도 기실은 깔끄러운 심정으로 작품을 깔죽깔죽 뜯어놓고 과학적 해부를 표방하면서도 기실은 남모를 저 혼자의 산만한 평사(評辭)를 나열하여 놓은 따위의 평은 작자 자신이나 독자 계급의 결코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 바른 눈은 많은 것이다. 똑똑한 마음은 많은 것이다. 제아무리 깔끄러운 평이라도 세상의 똑바른 눈들은 스스로 그것을 교정할 것이니 두려울 바 아니겠지만 그러나 망령된 헛수고의 평필(評筆)은 잡지 않는 것이 영리한 짓일 것이다.

「깨트려지는 홍등」에는 이렇듯한 진진한 스토리는 없다. 나는 예술적 묘기를 겨누지 않고 아무 과장도 고조(高調)도 없이 다만 한 사건을 담담하게 그렸을 뿐이다. 그러나 사건 그것은 결코 평범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 바이다.

평자의 소위 ‘그 따위 평범한 사실’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함인지 작자로서는 잘 이해하기 어렵다. 누주(樓主)와 창기의 대립, 투쟁 및 창기의 고난의 과정을 나는 이 소편(小篇)에서 취급하였다. 이 투쟁과 고난, 이것이 어찌 평범한 사실인가. 동일한 목적을 향하여 단결한 집단의 의지와 그것과 배치되는 의지와의 충돌 및 거기에서 일어나는 쟁투가 어찌하여 평범한 사실이란 말인가. 이것은 사건이다! 사건이라고 하여도 비상한 사건이래야 된다.

왕이 무서운 자기의 친간(親姦)의 죄행을 깨닫고 통회(痛悔) 끝에 자기의 두 눈동자를 찔러 빼내는 사건이라든지, 또는 요란한 왕희(王姬)가 그의 정소(情訴)를 거절하는 예언자의 목을 자르게 하는 사건이라야만 비상한 사건인 것이 아니다. 개인의 의지의 충돌 상극으로 하여 각출되는 비상한 사건과 아울러 집단의 의지의 충돌에서 생기는 사건 역시 비상한 사건일 것이다. 이 사건은 비상한 사건답게 통절이 표현은 못하였을망정 사건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건을 통하여 그들로 하여금 더욱 사회 의식에 눈뜨게 하고 투쟁 의식을 눈뜨게 하자는 것이 이 작품의 의도였다. 평자의 지적한 바 ‘홍등을 깨트리는 광태’ ‘발작적 활극’ 그것이 전편의 역점은 아닌 것이다. 거기에 이르는 투쟁의 과정 거기에서 장차 또다시 전개를 예상시키는 투쟁의 과정 ─ 이것이 실로 작자의 그 일한 것이다. “그러니 어쩌란 말이냐” “그러니 어떻게 하란 말이냐”에 대한 대답은 그 투쟁의 과정을 통하여 암시되었을 것이다. 과연 홍등을 깨트린 소득은 무(無)다. 상금(常今)에는 아무것도 해결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들의 노력은 거기에 그친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의 뜻을 달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하여 이만한 암시도 감득치 못한다면 그야 곧 천치적 인식에 지나지 못하는 것이다.

대체 어떤 작자가 제재(題材)로 어떤 쟁의를 취급할 때에 반드시 그 쟁의의 전말을 세세히 기록하고 결말에 쟁의의 승패를 충실하게 보도하여야 할 필요는 호모(毫毛)도 없는 것이다.

작자의 의도 취향에 따라서 그 사건 중의 어느 부분을 집어내서 그리던지 그것은 온전히 작자의 자유일 것이며, 그런 그것만으로도 능히 전편의 취향을 암시시킨다면 그만인 것이다. 사건의 전부를 그려 승패의 결말을 꼭꼭 부친다는 것은 도리어 치둔한 수법일 것이며, 그것으로 하여 도리어 효과를 망치는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 작품에서 아직 결말 안난 쟁의의 과정을 그렸다. 그렇다고 평자가 꼬집어 말하는 듯한 아지 프로의 효과가 그다지 살멸(殺滅)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또 평자는 요사이에 흔히 쓰이는 문자 ‘기분적’을 유일의 무기로 이 작품이 기분적이요, 적어도 기분적으로 취급되었다고 하여 버렸으나 이 작품이, 그리고 작중인물들의 소행이 어디로 보아 기분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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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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