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이슥한데 나는 사실 그 친구와 이런 회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염치 좋게 하는 것은 요컨대 천하의 의좋은 내외들에게 대한 퉁명이다. 친구는

"여비(旅費)?"

"보조래도 해줬으면 좋겠다는 말이지만."

"둘이 간다면 내 다 내주지."

"둘이."

"임(姙)이와 결혼해서―."

여자 하나를 두 남자가 사랑하는 경우에는 꼭 싸움들을 하는 법인데 우리들은 안 싸웠다. 나는 결이 좀 났다.는 것은 저는 벌써 임이와 육체까지 수수(授受)하고 나서 나더러 임이와 결혼하라니까 말이다.

나는 연애보다 공부를 해야겠어서 그 친구더러 여비를 좀 꾸어달란 것인데 뜻밖에 회화가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그럼 다 그만두겠네."

"여비두?"

"결혼두."

"건 왜?"

"싫여!"

그러고 나서는 한참이나 잠자코들 있었다. 두 사람의 교양이 서로 뺨을 친다든지 하고 싶은 충동을 참느라고 그런 것이다.

"왜 내가 임이와 그런 일이 있었대서 그러나? 불쾌해서!"

"뭔지 모르겠네!"

"한 번, 꼭 한 번 밖에 없네. 독미(毒味)란 말이 있지."

"순수허대서 자랑인가?"

"부러 그러나?"

"에피그램이지."

암만해도 회화로는 해결이 안 된다. 회화로 안 되면 행동인데 어떤 행동을 하나.

물론 싸워서는 안 된다. 친구끼리는 정다워야 하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 두 사람의 공동의 적을 하나 찾기로 한다. 친구가

"이(李)를 알지? 임이의 첫 남자!"

"자네는 무슨 목적으로 타협을 하려 드나."

"실연허기가 싫여서 그런다구나 그래둘까."

"내 고집두 그 비슷한 이유지."

나는 당장에 허둥지둥한다. 내 인색한 논리는 눈살을 찌푸린다. 나는 꼼짝할 수가 없다. 이렇게까지 나는 인색하다.

친구는,

"끝끝내 이러긴가?"

"수세(守勢)두 공세(攻勢)두 다 우리 집어치우세."

"엔간히 겁을 집어먹은 모양일세그려!"

"누구든지 그야 타락허기는 싫으니까!"

요 이야기는 요만큼만 해둔다. 임이의 남자가 셋이 되었다는 것을 누설한댔자 그것은 벌써 비밀도 아무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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