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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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법인 임원이 당해 법인의 자금을 다른 법인에 대여한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 기준 및 당해 법인 임원이 부적정한 회계처리를 통해 자금대여 사실 자체를 은폐한 경우 그 판단 기준

[2] 법인이 실질적으로는 당해 법인 소유 주식을 다른 법인의 명의만을 빌려 인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위하여 고려하여야 할 사항 및 그 판단 기준

[3] 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는 피보증인에게 신규자금을 제공하거나 신규자금 차용에 관한 담보를 제공하면서 이미 보증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 새로이 손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소극)

[4] 회사의 이사 등이 계열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하면서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적극) 및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한 배임죄의 고의의 판단 기준

[5]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다른 회사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대여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6] 배임죄의 성립요건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7] 대표이사가 회사가 속한 재벌그룹의 전(전)회장이 부담하여야 할 원천징수소득세 납부를 위하여 다른 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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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법인이 법인격을 달리하는 다른 법인에 자금을 대여한 경우, 그 자금을 대여한 당해 법인 임원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에는 그 임원이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법인과 임원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였는지 및 그러한 행위를 통해 당해 법인에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한편 당해 법인의 임원이 회계처리를 적정하게 하지 아니함으로써 다른 법인에 자금을 대여한 사실 자체를 은폐한 경우, 그러한 부적정한 회계처리는 자금대여와 관련된 배임행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요소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부적정한 회계처리에도 불구하고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려면 당해 법인과 다른 법인의 관계, 자금대여의 경위와 목적, 자금대여의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2] 어떤 주식이 실질적으로는 당해 법인의 소유인데 그 주식을 인수할 당시 다른 법인의 명의만을 빌려 인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주식을 인수할 당시의 당해 법인과 다른 법인의 관계, 다른 법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게 된 경위, 주식인수대금을 조달하여 납입한 경위, 주권의 소지 여부, 당해 법인이 주주로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는지 여부, 주식처분에 따른 이익이 당해 법인에 귀속되었는지 여부 및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당해 법인과 다른 법인이 엄연히 법인격을 달리하는 별개의 법인으로서 각기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단순히 주식취득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당해 법인에 미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률상으로도 당해 법인을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3]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그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4]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하면서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한편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5] 회사의 대표이사 등이 다른 회사들에 운영자금 명목으로 회사자금을 대여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사안에서, 위 자금대여 행위가 합리적 경영인이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경영상 판단에 의하여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데도, 업무상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한 원심판단에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6]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7] 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가 속한 재벌그룹의 전(전)회장이 부담하여야 할 원천징수 소득세의 납부를 위하여 다른 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한 사안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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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3]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4]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5] 형법 제356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6]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7] 형법 제356조,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참조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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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공2000상, 1011)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도6020 판결

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4도5167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도541 판결(공2009하, 1454)

[3]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도541 판결(공2009하, 1454)

[4]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공2004하, 1480)

대법원 2010. 10. 14. 선고 2010도387 판결(공2010하, 2120)

【전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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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고 인】피고인 1외 2인

【상 고 인】검사 및 피고인 1

【변 호 인】변호사 박현길외 4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09. 1. 15. 선고 2008노175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원심 판시 자금제공-1, 2, 4, 5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고인 1의 상고와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어떤 법인이 법인격을 달리하는 다른 법인에 자금을 대여한 경우, 그 자금을 대여한 당해 법인의 임원의 행위가 배임죄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임원이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당해 법인과 임원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하였는지 및 그러한 행위를 통해 당해 법인에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도6020 판결, 대법원 2006. 11. 10. 선고 2004도5167 판결 등 참조). 한편 당해 법인의 임원이 회계처리를 적정하게 하지 아니함으로써 다른 법인에 자금을 대여한 사실 자체를 은폐한 경우, 그러한 부적정한 회계처리는 자금대여와 관련된 배임행위의 고의를 뒷받침하는 유력한 요소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러한 부적정한 회계처리에도 불구하고 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하려면 당해 법인과 다른 법인의 관계, 자금대여의 경위와 목적, 자금대여의 방법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나. 이 사건 공소사실 중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의 요지는 “피고인들은 1998년경부터 쌍용양회공업 주식회사(이하 ‘쌍용양회’라 한다)의 회장 내지 대표이사 등으로 재직하면서 쌍용양회의 경영에 관한 주요 정책을 결정·집행하거나 쌍용양회의 자금집행에 관한 업무를 총괄담당하여 왔는데, 피고인들은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이사회 결의 없이 아무런 담보나 손해보전방안을 확보하지 아니한 채 쌍용양회의 위장계열회사인 남유산업 주식회사(이하 ‘남유산업’이라 한다), 주식회사 호반레미콘(이하 ‘호반레미콘’이라 한다), 주식회사 명성건설(이하 ‘명성건설’이라 한다), 대산레미콘 주식회사(이하 ‘대산레미콘’이라 한다)에 공소장 첨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운영자금 등을 대여함으로써 남유산업, 호반레미콘, 명성건설, 대산레미콘에 공소장 기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쌍용양회에 동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라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원심은 쌍용양회가 위 회사들에 금원을 지급한 사실관계에 따라 “한일생명보험 주식회사(이하 ‘한일생명’이라 한다)의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분, 나라종합금융 주식회사(이하 ‘나라종금’이라 한다)의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분, 지급보증채무의 변제와 관련된 부분, 운영자금지원과 관련된 부분, 소득세 납부와 관련된 부분”으로 나눈 다음 이 부분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다. 한일생명 및 나라종금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판단

1) 어떤 주식이 실질적으로는 당해 법인의 소유인데 그 주식을 인수할 당시 다른 법인의 명의만을 빌려 인수한 것이라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 주식을 인수할 당시의 당해 법인과 다른 법인의 관계, 다른 법인 명의로 주식을 인수하게 된 경위, 주식인수대금을 조달하여 납입한 경위, 주권의 소지 여부, 당해 법인이 주주로서 실질적으로 권리를 행사하였는지 여부, 주식처분에 따른 이익이 당해 법인에 귀속되었는지 여부 및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되, 당해 법인과 다른 법인이 엄연히 법인격을 달리하는 별개의 법인으로서 각기 권리의무의 귀속주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단순히 주식취득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직·간접적으로 당해 법인에 미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법률상으로도 당해 법인을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2) 한일생명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 즉 한일생명은 1997년경의 외환위기로 부실여신이 증가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정상화 명령을 받게 되자 1999. 2.경 쌍용양회에 대하여 100억 원의 후순위대출을 요청하였는데, 쌍용양회 대표이사 겸 쌍용그룹 구조조정실행위원회 위원장이 이행확약서를 작성하여, 쌍용그룹이 1999. 2.까지 한일생명의 300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100억 원의 후순위대출을 한다고 한 사실, 한일생명은 2000. 11.경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는데, 쌍용양회 구조조정본부 본부장이 이행확약서를 작성하여, 쌍용그룹이 2000. 12. 29.까지 한일생명의 200억 원 유상증자에 참여한다고 한 사실, 이에 호반레미콘과 남유산업 및 쌍용그룹의 기타 계열사들이 쌍용양회 및 쌍용그룹 구조조정실행위원회가 결정한 바에 따라 한일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거나 한일생명의 후순위채권을 매입하게 되었는데, 자체 자금이 부족한 호반레미콘과 남유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을 하여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조달하고, 쌍용양회가 그 차입금채무에 관하여 지급보증을 한 사실, 쌍용양회가 위와 같이 1997년경의 외환위기 이전 및 이후에 차명으로 한일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당시 호반레미콘이나 남유산업은 그 결정 과정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고, 쌍용양회는 유상증자 참여 당시 호반레미콘이나 남유산업의 차입금채무에 관하여 지급보증을 한 후, 호반레미콘과 남유산업에 원심 판시 별지 [표 1] 기재와 같이 자금을 제공하여 차입금채무를 변제하도록 한 사실, 2002. 2.경 쌍용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쌍용화재는 124억 원에 매각되고, 한일생명은 쌍용화재와 함께 4원에 매각되는데, 이는 호반레미콘, 남유산업, 쌍용양회, 쌍용자원개발이 보유한 한일생명 주식을 각기 1원에 매각하는 것이었고, 이에 관하여 쌍용양회가 최종적으로 결재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한일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에 있어 그 실질적인 주체는 쌍용양회이고 호반레미콘, 남유산업은 쌍용양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그 명의를 빌려준 형식적인 주체에 불과하며,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차입에 있어서도 그 실질적인 채무자는 쌍용양회로서 호반레미콘과 남유산업은 쌍용양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명의를 빌려준 형식적인 채무자에 불과하므로, 쌍용양회가 호반레미콘, 남유산업에 자금을 제공하여 차입금채무를 변제하도록 한 것은 쌍용양회가 실질적인 채무자로서 그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자금제공은 쌍용양회에 손해를 가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호반레미콘과 남유산업이 한일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 것은 쌍용그룹 차원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이므로, 쌍용양회가 쌍용그룹의 모기업으로서 금융감독원에 앞서 본 바와 같은 내용의 이행확약서를 제출하였다거나 한일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들어 곧바로 쌍용양회를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편,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과 기록에 의하면, 쌍용양회는 1998. 12. 30. 및 2000. 6. 22. 남유산업과 사이에 한일생명 주식취득과 관련한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위 약정서에는 남유산업이 쌍용양회의 요청에 따라 한일생명 주식을 취득하되, 쌍용양회는 남유산업이 요청하는 경우 취득주식을 환매하기로 되어 있고, 남유산업이 취득한 주식은 남유산업이 쌍용양회에 대하여 부담하는 채무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쌍용양회가 보관하기로 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위 약정서는 그 내용만을 놓고 보면 쌍용양회가 남유산업의 명의만을 빌려 한일생명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동일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 호반레미콘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약정서가 존재하는지조차 불분명하므로, 쌍용양회가 남유산업이나 호반레미콘의 명의만을 빌려 한일생명의 주식을 취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보인다. 한편 원심은 쌍용화재 주식과 한일생명 주식이 2002. 2.경 함께 매각되면서 한일생명 주식은 4원이라는 무의미한 가격에 매각된 반면 쌍용화재 주식은 124억 원에 매각되었다고 판단하였는데, 기록에 의하면 쌍용화재 주식을 매수한 매수인과 한일생명 주식을 매수한 매수인은 각기 다른 회사인 것으로 보이므로, 이와 같이 매수인을 달리하는 두 건의 매매계약을 통해 쌍용양회가 한일생명 주식의 처분에 따른 이익을 쌍용화재 주식의 매각대금 등에 어떻게 반영하게 되었는지도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쌍용양회가 한일생명의 실질적인 주주였다면, 쌍용양회가 어떠한 형태로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기록상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자료도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쌍용양회와 남유산업이 체결한 약정의 내용이 그와 같이 정하여진 이유가 무엇인지, 호반레미콘의 경우에는 위와 같은 약정을 체결하였는지 만약 체결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한일생명 주식의 매각과정에서 쌍용양회가 어떠한 이익을 얻게 되었는지, 쌍용양회가 어떠한 형태로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나아가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쌍용양회가 한일생명 주식의 실질적인 인수인으로서 주식취득자금을 부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만을 들어 쌍용양회가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으로서 그 주식취득자금을 변제한 것이라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3) 나라종금 유상증자와 관련된 부분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을 종합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 즉 쌍용그룹은 나라종금으로부터 여신을 제공받으면서 쌍용그룹 전체의 나라종금에 대한 채무액이 1998. 3.경에는 1,302억 원, 1999. 12.경에는 2,654억 원에 이른 사실, 나라종금은 1997년경의 외환위기와 기업들의 부도로 인하여 부실여신이 증가하여 경영위기에 처하면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영개선 명령을 받았고, 1998. 3.경부터 쌍용그룹 등 여신을 제공받은 기업들에 대하여 여신한도를 축소하면서 채무변제를 독촉하는 한편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쌍용그룹 등 여신을 제공받은 기업들에 대하여 나라종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요청한 사실, 당시 쌍용그룹도 경영위기에 처해 있었으나 거액의 여신을 제공한 나라종금과의 협조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여 계열사별로 규모를 정하여 나라종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한 사실, 위와 같은 유상증자 참여에 있어서 쌍용양회는 나라종금과 약정을 체결하여, 쌍용그룹 계열사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인수한 나라종금 주식은 1년 후에 나라종금 및 그의 대주주에게 환매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였고, 나라종금 및 그의 대주주가 위와 같은 환매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에는 쌍용그룹의 나라종금에 대한 채무와 상계할 수 있도록 한 사실, 그에 따라 명성건설과 남유산업 및 쌍용그룹의 기타 계열사들이 나라종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였고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은 1999. 12. 29. 영남종금으로부터 100억 원과 200억 원을 차입하여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조달한 사실, 당시 쌍용양회는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에 대하여 위와 같은 차입금의 이자를 포함하여 유상증자 참여로 인하여 발생하는 모든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약정한 사실,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은 유상증자 참여 당시 그 참여 여부나 규모 등에 관하여 독자적으로 결정하거나 관여하지 않았고, 쌍용양회는 유상증자 참여 이후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에 원심 판시 별지 [표 2] 기재와 같이 자금을 제공하여 위 차입금채무를 변제하도록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나라종금의 유상증자에 참여함에 있어 그 실질적인 주체는 쌍용양회로서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은 쌍용양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명의를 빌려준 형식적인 주체에 불과하고, 위 유상증자 참여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차입에 있어서도 그 실질적인 채무자는 쌍용양회로서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은 쌍용양회의 의사결정에 따라 명의를 빌려준 형식적인 채무자에 불과하므로, 쌍용양회가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에 자금을 제공하여 위 차입금채무를 변제하도록 한 것은 쌍용양회가 실질적인 채무자로서 그 채무를 변제한 것으로서, 위와 같은 자금제공은 쌍용양회에 손해를 가하는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앞서 본 법리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더라도, 명성건설과 남유산업이 나라종금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게 된 것은 쌍용그룹 차원에서 결정되었다는 것이므로, 쌍용양회가 쌍용그룹의 모기업으로서 나라종금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하였고 그에 따라 계열회사들이 나라종금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을 들어 곧바로 쌍용양회를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한편, 원심 및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한 증거들에 의하면, 쌍용양회는 1999. 12. 24.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과 사이에 나라종금 주식취득과 관련한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위 약정서에는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이 쌍용양회의 요청에 의하여 나라종금 주식을 취득하되, 쌍용양회는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이 주식취득과 관련하여 입게 되는 모든 손실을 부담하기로 되어 있는 사실을 알 수 있는바, 그 내용만을 놓고 보면 위 약정서를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의 명의를 빌려 쌍용양회가 나라종금의 주식을 취득한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자료로 삼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계열회사들의 위임을 받은 쌍용양회는 1999. 12. 24. 나라종금 및 나라종금의 대주주들과 사이에 약정을 체결하였는데, 위 약정에 의하면 쌍용양회는 계열회사들이 취득한 나라종금 주식에 대하여 1년이 지나면 나라종금의 대주주들에게 환매요청을 할 수 있고, 환매요청에도 불구하고 대주주들이 주식매입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나라종금은 쌍용양회 및 계열회사들에 대한 대출금채권을 대주주 중 1인인 주식회사 에프샵(이하 ‘에프샵’이라 한다)에 양도하되, 채권양도 이후에는 쌍용양회와 계열회사들이 환매대금채권과 위 대출금채권을 상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사실, 나라종금은 같은 날 에프샵과 사이에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위 채권양도계약에 의하면 나라종금은 쌍용양회에 대한 167억 원 가량의 대출금채권 이외에 명성건설에 대한 107억 원 가량의 대출금채권과 남유산업에 대한 24억 원 가량의 대출금채권도 에프샵에 함께 양도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 사실(다만, 채권양도일자는 실제로 대주주들이 주식매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써 채권양도의무가 발생하는 때로 정하였다), 이후 쌍용양회는 나라종금의 대주주들이 주식매입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나라종금 및 에프샵에 상계통지를 하면서 쌍용양회의 위 대출금채권 이외에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의 위 대출금채권에 관하여도 상계통지를 한 사실, 한편 나라종금이 2000. 9. 15. 파산선고를 받게 되자 쌍용양회와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은 나라종금의 파산관재인과 대주주들을 상대로 위 상계의 효력과 관련하여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나라종금과 에프샵 사이의 채권양도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패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사실관계에 의하면,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이 인수한 나라종금 주식은 당초부터 나라종금 대주주들에게 환매될 것이 예정되어 있었고, 그 환매대금은 나라종금이 쌍용양회에 대하여 가진 대출금채권뿐만 아니라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에 대하여 가진 대출금채권과도 상계처리 하도록 예정되어 있었던 것임이 분명한데,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쌍용양회가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의 명의만을 빌려 나라종금의 주식을 인수한 것이라면 나라종금이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대출금채권에 대하여도 상계처리를 함으로써 명의상 주주에 불과한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에 나라종금 주식의 처분이익이 귀속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쌍용양회 등이 제기한 위 소송에서 쌍용양회 등이 패소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됨으로써 당초 예정되었던 환매도 제대로 이행되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므로, 나라종금 주식이 실제로 어떻게 처분되어 그 처분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되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쌍용양회가 나라종금의 실질적인 주주였다면 쌍용양회가 어떠한 형태로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을 것으로 보이나, 기록상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있는 어떠한 자료도 없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심으로서는 쌍용양회와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이 체결한 약정의 내용이 그와 같이 정하여진 이유가 무엇인지, 나라종금 주식의 처분이익 중 일부가 대출금채권과의 상계를 통해 명성건설 및 남유산업에 귀속되도록 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나라종금 주식이 실제로 어떻게 처분되었는지, 쌍용양회가 어떠한 형태로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였는지 등에 대하여 나아가 심리한 다음 그러한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쌍용양회가 나라종금 주식의 실질적인 인수인으로서 주식취득자금을 부담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실만을 들어 쌍용양회가 실질적인 주식인수인으로서 그 주식취득자금을 변제한 것이라고 보아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로 판단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주식의 명의신탁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취지의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지급보증채무의 변제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판단

이미 타인의 채무에 대하여 보증을 하였는데, 피보증인이 변제자력이 없어 결국 보증인이 그 보증채무를 이행하게 될 우려가 있고, 보증인이 피보증인에게 신규로 자금을 제공하거나 피보증인이 신규로 자금을 차용하는 데 담보를 제공하면서 그 신규자금이 이미 보증을 한 채무의 변제에 사용되도록 한 경우라면, 보증인으로서는 기보증채무와 별도로 새로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도541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쌍용양회가 호반레미콘 등에 자금을 제공하여 쌍용양회 자신이 지급보증을 한 대출금채무를 변제하도록 한 것은, 쌍용양회 자신이 부담하는 지급보증채무를 소멸시키기 위한 것으로서 기존의 지급보증과 별도로 새로운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한 것이 아니어서 배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하였다.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마. 운영자금지원과 관련된 부분에 대한 판단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하거나 지급보증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나 지급보증은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 것이고(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7도541 판결 등 참조), 한편 경영상의 판단을 이유로 배임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는지는 문제된 경영상의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판단대상인 사업의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발생의 개연성과 이익획득의 개연성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자기 또는 제3자가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다는 인식과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하의 의도적 행위임이 인정되는 경우인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도4229 판결 참조).

원심은, 그 채택 증거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쌍용양회가 호반레미콘, 남유산업, 명성건설에 자금을 제공하여 그들의 운영자금을 조달해 주거나 그들이 종전에 사실상의 계열사 관계를 유지함에 따라 입게 된 손실을 보전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그들의 운영을 지원함으로써 호반레미콘 등을 사실상의 계열사로 존속시키는 것이 쌍용양회 자신의 경영을 위하여 상당한 정도 필요하였다고 할 것이어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쌍용양회는 1998. 1.경 쌍용자동차 주식회사의 매각과정에서 쌍용그룹이 인수하게 된 채무 1조 7,666억 원 중 7,465억 원의 채무를 인수하는 등으로 인해 재정상태가 현저하게 악화된 사실, 쌍용양회는 재정난을 타개하고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였는데, 일본의 태평양시멘트 주식회사(이하 ‘태평양시멘트’라 한다)가 2000. 10.경 3,650억 원 가량을 신주인수방식으로 투자하게 되자 피고인 1과 태평양시멘트 측이 같은 수의 이사를 선임하고 공동대표이사 1인을 각각 선임하는 형태로 공동경영하기로 한 사실, 이후 쌍용양회는 2001. 4.경 채권금융기관들이 대출금채권 중 1조 4,000억 원으로 전환사채를 인수하고 태평양시멘트 측도 3,000억 원의 전환사채를 추가매입하기로 하는 등 외부의 도움으로 재정난을 해결하게 되자 그 무렵 채권금융기관을 대표한 조흥은행과 사이에 자금관리단 파견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사실, 쌍용양회는 2001. 9. 15.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시행됨에 따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대상으로 선정되어 2001. 11. 20. 채권금융기관들과 경영정상화 약정을 체결하는 한편 자금관리단 파견에 관한 계약을 다시 체결한 사실, 한편 호반레미콘, 남유산업, 명성건설은 1999년 이래로 계속해서 자본잠식상태에 있었으며 쌍용양회로부터 운영자금을 차용하더라도 이를 변제할 만한 충분한 자력이 없었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용양회는 원심 판시 별지 [표 4] 기재와 같이 호반레미콘, 남유산업, 명성건설에 운영자금을 대여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태평양시멘트 측이 선임한 공동대표이사나 채권금융기관에서 파견한 자금관리단에 알리지 아니하였음은 물론 그들이 알 수 없도록 쌍용자원개발 주식회사(이하 ‘쌍용자원개발’이라 한다) 등을 거쳐 우회적으로 대여하는 방안을 사용하였던 사실, 쌍용양회는 호반레미콘 등으로부터 자금지원요청 공문이 접수되면 출금결의서에 대한 임원결재 등을 거쳐 자금을 집행하면서 호반레미콘 등이 보낸 자금지원요청 공문은 월 단위로 이를 폐기하였을 뿐만 아니라 호반레미콘 등에 지원한 운영자금은 선급금으로 기장한 다음 매출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계처리를 함으로써 호반레미콘 등에 운영자금을 대여한 것이라는 근거조차 남겨놓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쌍용양회가 호반레미콘 등에 운영자금을 대여한 행위가 합리적 경영인이 객관적 근거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경영상 판단에 의하여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배임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바. 소득세 납부와 관련된 부분(남유산업에 대한 2005. 4. 8.자 23억 9,470만 원)에 대한 판단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된다(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참조).

원심은, 피고인 3에 대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그 채택 증거들을 토대로 판시와 같은 사실, 즉 쌍용양회는 1999. 1. 5. 피고인 1이 보유하고 있던 쌍용자원개발과 오주개발 주식회사의 주식을 그 액면가인 합계 54억 4,250만 원에 매수한 사실, 남대문세무서장은 2005. 3. 24.경 쌍용양회에 대하여 피고인 1에게 귀속된 주식매매대금 전액을 상여로 소득처분하였으므로 그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하라는 내용의 소득금액변동통지를 한 사실, 피고인 1은 위와 같은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라 23억 9,470만 원의 원천납세의무를 부담하게 되자 쌍용양회에 대하여 종전과 같이 남유산업에 운영지원을 위한 자금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하였고 쌍용양회는 2005. 4. 8. 남유산업에 23억 9,470만 원을 제공한 사실, 피고인 1은 위 23억 9,470만 원을 남유산업으로부터 차용한 다음 2005. 4. 11. 원천납세의무자로서 위 금액을 쌍용양회에 송금하였고 같은 날 쌍용양회가 위 금액을 인출하여 원천징수의무자로서 남대문세무서와 서울 중구청에 납부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위 23억 9,470만 원의 제공이 기존에 자금을 제공하여 운영을 지원하였던 것과 전혀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운영자금 지원과 마찬가지로 배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고, 위 23억 9,470만 원은 쌍용양회가 소득금액변동통지에 따라 자신이 원천징수의무자로서 납부할 의무가 있었던 금액이므로 위 금액의 제공 자체로서는 쌍용양회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이를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먼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쌍용양회가 운영자금 지원을 위하여 남유산업에 금원을 대여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을 들어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을 부정할 수 없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 3은 쌍용양회의 대표이사로서 위 23억 9,470만 원을 남유산업에 대여함에 있어 채권확보에 필요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위 1의 마.항에서 본 바와 같이 쌍용자원개발을 통하여 우회대여하는 방식을 취하는 한편 위 대여금 역시 매출원가를 과다계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회계처리함으로써 남유산업에 위 금원을 대여하였다는 근거조차 남겨놓지 아니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를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쌍용양회가 남유산업에 대하여 채권확보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위와 같은 변칙적인 방식으로 남유산업에 금원을 대여한 이상 위 대여금 상당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발생하였음은 분명하며, 비록 쌍용양회가 원천징수의무자로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여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사정을 들어 새로운 손해를 발생시킬 위험을 초래하지 아니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부분 자금대여의 실질적인 목적과 방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3의 행위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을 들어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 있다.

2. 피고인 1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은, 그 채택 증거들에 의하여 판시와 같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 1은 피해자 국민엔터프라이즈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인 공소외인으로부터 전달받은 금원이 위 회사 소유의 재산임을 알면서도 공소외인과 공모하여 합계금 7억 3,100만 원을 횡령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 1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의 점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다. 관계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반이나 판단유탈 등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 1 및 국선변호인의 상고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3. 파기의 범위

피고인들에 대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의 공소사실 중 지급보증채무의 변제와 관련된 부분(원심 판시 자금제공-3 부분)은 나머지 부분(원심 판시 자금제공-1, 2, 4, 5 부분)과 그 범의 내지 행위의사가 단일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포괄일죄가 성립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원심판결 중 원심 판시 자금제공-1, 2, 4, 5에 대한 무죄 부분이 파기의 대상이 된다.

한편, 피고인 1에게는 원심판결의 무죄 부분과 유죄 부분 중간에 원심이 인용한 제1심 판시 첫머리에 기재된 확정판결의 전과가 있으므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의 점은 형법 제37조 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어 위 부분이 파기된다고 하더라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죄는 그것과 별개로 심리·판단되고 또 분리하여 확정되는 관계에 있다. 따라서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의 유죄 부분은 파기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4.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 중 원심 판시 자금제공-1, 2, 4, 5에 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여,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되, 피고인 1의 상고와 검사의 나머지 상고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신영철(재판장) 박시환 안대희(주심) 차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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