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도5167
【판시사항】
편집[1] 배임죄에 있어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와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의 의미 및 회사의 이사 등이 계열회사에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 업무상배임죄의 성립 여부(적극)
[2] 업무상배임죄의 주관적 요건의 내용 및 부수적으로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로 행위한 경우 배임죄 고의의 인정 여부
[3] 횡령한 재물을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는 경우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는지 여부(적극)
[4] 대기업 회장이 별다른 채권보전조치 없이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계열회사에게 공사미수금 및 대여금 형식으로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행위가 배임죄를 구성한다고 한 사례
[5] 피고인 1인 회사 소유의 자금을 위 회사 증자자금 명목으로 피고인의 예금계좌로 입금받은 사안에서, 피고인이 실제 증자대금으로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위 회사에 다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6] 횡령죄의 성립에 반드시 자기 스스로 영득할 것을 요하는지 여부(소극)
[7] 대기업 회장이 모회사와 계열회사가 보관 중인 용도가 특정되어 있지 않았던 자금을 임의로 다른 회사에 대여한 경우에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된다고 한 사례
[8]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의미 및 업무상배임죄에 있어서 ‘업무’의 근거
[9] 피고인이 단순히 신분자의 업무상 배임행위에 가공하였다는 취지로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도 업무상 배임죄의 주체임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야 함에도, 피고인에 대하여 단순배임죄로 판단하고 공소시효의 완성을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편집[1]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2]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3] 형법 제355조 제1항 [4] 형법 제355조 제2항, 제356조 [5]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6] 형법 제355조 제1항 [7]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8] 형법 제355조 제2항 [9] 형법 제33조, 제355조 제2항, 제356조, 형사소송법 제326조 제3호
【참조판례】
편집[1]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141 판결(공1999상, 1556)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공2000상, 1011)
대법원 2003. 4. 8. 선고 2002도6020 판결
[2]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도1660 판결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공2004하, 1266)
대법원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공2004하, 1382)
[3] 대법원 1983. 9. 13. 선고 82도75 판결(공1983, 1521)
대법원 2005. 8. 19. 선고 2005도3045 판결(공2005하, 1536)
[6] 대법원 1989. 9. 12. 선고 89도382 판결(공1989, 1529)
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공1996하, 3069)
[8]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공2000상, 1005)
【전 문】
편집【피 고 인】피고인
【상 고 인】피고인 및 검사
【변 호 인】법무법인 태평양 담당변호사 가재환외 4인
【원심판결】서울고법 2004. 7. 22. 선고 2004노903 판결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이 유】
상고이유(상고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에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한도 내에서)에 대하여 본다.
1.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원심 판시 제1항 범죄사실에 관하여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함으로써 성립하는바, 이 경우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라 함은 사무의 내용, 성질 등 구체적 상황에 비추어 법률의 규정, 계약의 내용 혹은 신의칙상 당연히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하지 않거나 당연히 하지 않아야 할 것으로 기대되는 행위를 함으로써 본인과 사이의 신임관계를 저버리는 일체의 행위를 포함하고,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때’라 함은 현실적인 손해를 가한 경우뿐만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을 초래한 경우도 포함되므로, 회사의 이사 등이 타인에게 회사자금을 대여함에 있어 그 타인이 이미 채무변제능력을 상실하여 그에게 자금을 대여할 경우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리라는 정을 충분히 알면서 이에 나아갔거나,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채권회수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대여해 주었다면, 그와 같은 자금대여는 타인에게 이익을 얻게 하고 회사에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회사에 대하여 배임행위가 되고, 회사의 이사는 단순히 그것이 경영상의 판단이라는 이유만으로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이치는 그 타인이 자금지원 회사의 계열회사라 하여 달라지지 않는다( 대법원 1999. 6. 25. 선고 99도1141 판결, 2000. 3. 14. 선고 99도4923 판결, 2003. 4. 8. 선고 2002도6020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관적 요건으로서 임무위배의 인식과 그로 인하여 자기 또는 제3자가 이익을 취득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즉 배임의 고의가 있어야 하고, 이러한 인식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족한바, 이익을 취득하는 제3자가 같은 계열회사이고, 계열그룹 전체의 회생을 위한다는 목적에서 이루어진 행위로서 그 행위의 결과가 일부 본인을 위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본인의 이익을 위한다는 의사는 부수적일 뿐이고 이득 또는 가해의 의사가 주된 것임이 판명되면 배임죄의 고의를 부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1도1660 판결, 2004. 6. 24. 선고 2004도520 판결, 2004. 7. 9. 선고 2004도810 판결 등 참조).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모기업인 공소외 1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1 회사’라 한다)을 비롯하여 공소외 2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2 회사’라 한다), 공소외 3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3 회사’이라 한다), 공소외 4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4 회사’라고 한다), 공소외 5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5 회사’이라 한다), 공소외 6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6 회사’이라 한다), 공소외 7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7 회사’라고 한다), 공소외 8 주식회사(이하 ‘ 공소외 8 회사’라고 한다) 등 13개 계열사로 구성된 (명칭 생략)그룹의 대주주이자 회장으로서 (명칭 생략)그룹의 계열사를 각 실질적으로 지배·운영하여 온 사실, 공소외 1 회사는 1991. 당시 부채비율이 200%에 불과할 정도로 비교적 견실한 회사였으나, 피고인은 일부 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91. 10.경 자본잠식 상태이던 공소외 9 주식회사를 인수하여 공소외 2 회사로 상호를 변경하여 운영하였는데, 예상과는 달리 공사현장에 미지급금이 많아 인수 직후부터 1994. 12. 말까지 사이에 나산으로부터만 사채와 당좌차월에 대한 지급보증 형식으로 총 734억 원의 자금지원을 받았고, 1994. 12. 말 현재 총 부채규모가 1,828억 원에 이르렀던 사실, 피고인은 1993. 4.경 (명칭 생략)백화점을 인수하여 공소외 3 회사로 상호를 변경하여 운영하면서 외부차입금에 의존한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부채와 금융비용이 급증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공소외 3 회사, 5 회사는 해마다 영업손실이 누적되어 자본이 잠식되었으며, 공소외 6 회사, 7 회사, 8 회사 역시 영업수익이 전혀 없거나 당기순손실 상태여서 독자적인 영업활동으로는 공소외 2 회사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더라도 이를 변제할 능력이 거의 없었던 사실, 피고인은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이와 같이 취약한 상태에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들 계열사들이 자체적으로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게 되자 공소외 2 회사로 하여금 이사회의 결의도 거치지 아니한 채 별다른 채권보전조치도 없이 원심 판시와 같이 각 계열사에게 공사미수금 및 대여금 등의 형식으로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하도록 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앞서 본 법리 및 위 인정사실과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계열사들을 지원한 행위는 자금을 지원받은 계열사에게는 이익을 얻게 하고 공소외 2 회사에게는 손해를 가하는 행위로서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 할 것이고, 그 배임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할 것이며, 그것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경영상의 판단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가, 공사대금의 회수를 위한 상당하고도 합리적인 조치를 강구함이 없이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시행하는 공사에 공사미수금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한 행위 또한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며, 기록상 위 공사금액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고 볼 만한 객관적이고도 분명한 자료를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를 위해 자신의 재산을 담보로 제공한 적이 있다거나 사후 공사대금에 관한 정산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미 재산상 실해 발생의 위험이 초래된 이상 피고인이 배임죄의 죄책을 면할 수는 없는 것이다.
결국, 같은 취지에서 이 부분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심리미진, 배임죄 및 경영판단 원칙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나. 원심 판시 제2항 범죄사실에 관하여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여 보관하는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경우와 같이 처분을 하는 의사를 말하고, 사후에 이를 반환하거나 변상, 보전하는 의사가 있다 하더라도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함에는 지장이 없는 것이다( 대법원 1983. 9. 13. 선고 82도75 판결, 2005. 8. 19. 선고 2005도3045 판결 등 참조).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공소외 4 회사의 관리인 공소외 10과 공모하여 법원의 허가 없이 공소외 4 회사의 자금 27억 원을 공소외 11 주식회사에 임의로 대여해 준 사실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이 위 횡령행위에 대한 공범으로서의 죄책을 면할 수 없고, 공소외 11 주식회사가 곧바로 위 돈을 변제하였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는바, 위 법리 및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사실인정 및 판단은 수긍이 가고, 거기에 횡령죄에 있어 보관자의 지위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원심이 피고인의 위 행위를 단순횡령이 아닌 업무상 횡령죄로 의율하였다고 하더라도, 횡령금액에 따른 가중처벌 규정인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 제1항 제2호를 적용하여 처단한 이상 원심의 위와 같은 잘못은 판결 결과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이 부분 상고이유의 주장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원심 판시 제3의 가. 및 나.항 범죄사실에 관하여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이 부분 범죄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조치는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없다.
라. 원심 판시 제3의 다.항 범죄사실에 관하여
피고인은 이 부분 범죄사실에 대하여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것을 항소이유로 주장한 바 없고, 이에 따라 원심도 그에 관하여 별도의 판단을 하지 않았으므로,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는 사유를 상고이유로 삼을 수는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원심이 채용한 증거들을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이 부분 범죄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으므로, 원심판결에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이나 횡령죄의 구성요건 및 신분범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마. 소 결
결국, 피고인의 상고이유의 주장은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2. 검사의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가.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업무상 배임의 점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의 대표이사 공소외 12와 공모하여 공소외 2 회사로 하여금 채무변제능력이 없는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4 회사 등 계열사와 피고인이 개인적으로 시행하는 공사에 공사미수금 및 대여금 등의 형태로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공소외 2 회사는 피고인 1인 회사이므로 공소외 2 회사의 손해는 곧 피고인의 손해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피고인의 계열사 지원행위가 배임의 범의가 있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신중히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다음, ①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를 통해 대여금 형태로 721억여 원을 공소외 3 회사에게 지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공소외 3 회사가 800억 원을 상회하는 그 소유의 부동산을 공소외 2 회사를 위해 담보로 제공했던 만큼, 이러한 담보제공에도 불구하고 공소외 3 회사가 당시 상환능력이 없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② 공소외 4 회사에 대하여 323억여 원의 공사미수금과 102억여 원의 대여금을 지원한 것은 공소외 4 회사의 사업전망이 유망하다는 컨설팅 업체의 용역결과 등을 참작하여 사업 타당성에 대한 구체적 검토를 거쳐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나산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음에 있어 공소외 4 회사가 500억 원을 상회하는 그 소유의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고, 공소외 2 회사는 그 대출금을 다시 공소외 1 회사로부터 대여받아 공소외 4 회사에 자금을 지원했던 사정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4 회사가 당시 상환능력이 없었다거나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며, ③ 또한, 피고인 개인공사에 대한 공사미수금 형태의 지원 중 명지대 디자인센터와 서울대 기숙사 공사 부분에 대해서는, 공소외 2 회사 내지 (명칭 생략)그룹의 이익을 위한다는 경영적 판단에서 위 각 대학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진 이상 피고인에게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자금지원의 주체인 공소외 2 회사는 1994.말 기준 영업이익이 143억 원에 불과한 반면, 당시 부채규모는 당좌차월 24억 원, 단기차입금 1,149억 원, 사채 489억 원, 유동성 장기사채 93억 원, 장기차입금 71억 원 등 합계 1,828억 원(그 중 나산으로부터만 734억 원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었다)에 이르렀고 그 이자비용만도 175억 원으로서,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영업이익만으로는 금융비용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계열사를 지원해 줄 만한 여력이 없었던 사실, 한편 공소외 3 회사는 인수 당시부터 자본이 잠식된 부실회사로서 그가 운영하는 백화점의 규모나 입지조건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였고, 그러한 상태가 부도가 날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이 사건 자금지원이 문제된 기간 이전인 1994년도에도 이미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2 회사로부터의 단기차입금이 1,689억 원(그 중 공소외 2 회사로부터 이미 608억 원을 지원받은 상태였다)에 이르렀고 그 차입금에 대한 이자만도 168억 원을 부담할 정도로 재무구조가 열악했던 사실, 공소외 4 회사는 공소외 3 회사의 부채가 증가하자 공소외 3 회사와는 별도로 할인점을 운영하기 위하여 1996. 10.경 설립한 회사였으나, 설립 이후 계속 영업손실만 누적되어 왔을 뿐, 이 사건 당시 별다른 영업수익을 올리지는 못하고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지원자금에 대한 충분한 담보를 제공받는 등 별다른 채권보전조치도 없이 공소외 3 회사와 공소외 4 회사에게 공사미수금 및 대여금 등의 형식으로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사실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위와 같이 계열사를 지원한 행위는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가 된다 할 것이며,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자금을 지원하기에 앞서 컨설팅 업체의 자문을 거쳤다고 하여 이와 달리 볼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3 회사나 공소외 4 회사가 공소외 1 회사나 공소외 2 회사를 위해 제공했다는 담보가 직접적으로 이 사건 지원자금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지원자금의 액수나 당시 부담하고 있던 부채의 규모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담보가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위 담보제공 사실을 들어 피고인에게 배임의 범의가 없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며, 원심 판시와 같이 공소외 2 회사가 공소외 1 회사로부터 400억여 원을 대여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로써 공소외 2 회사의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지원자금을 변제받은 것으로 처리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원심은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자금지원을 배임행위로 볼 수 없다는 근거 중의 하나로서 1998. 3. 2.경 공소외 4 회사, 1, 2 회사 3자간의 상계합의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 사건 자금지원에 따른 채무에 대한 상환조치를 취했다는 점을 들고 있으나, 이는 범행 이후의 정황에 불과하여 그러한 사정이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한편, 기록에 의하면, 명지대 디자인센터나 서울대 기숙사건물의 무상기증은 공소외 2 회사와는 무관하게 피고인 개인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공소외 2 회사의 회계자료나 피고인의 세무조정계산서에 첨부된 기부금 명세서에 의하더라도 공소외 2 회사가 아닌 피고인 개인이 기증한 것으로 되어 있는바, 비록 위 건물의 기증을 통해 공소외 2 회사의 입장에서도 일부 이익이 되는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에 불과할 뿐이고, 오히려 피고인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하게 될 경우 이는 고스란히 공소외 2 회사의 손해로 남게 될 것임이 분명하므로, 이 또한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를 구성한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배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나. 공소외 2 회사에 대한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 대표이사이던 공소외 13과 공모하여, 3회에 걸쳐 공소외 2 회사 소유의 자금 합계 150억 원을 피고인의 공소외 2 회사 증자자금 명목으로 피고인의 개인 계좌에 송금케 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상법상 주금의 가장납입죄가 성립하는 경우 회사의 자본금은 실질적으로 증가하는 것이 아니므로, 증자등기절차를 마친 직후 곧바로 증자대금으로 납입했던 주금을 인출하여 사용하더라도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전제 아래, 공소외 2 회사는 각 액면금 50억 원의 융통어음을 발행하여 피고인에게 교부하고 피고인은 위 어음에 배서를 한 다음 종금사에 할인을 의뢰하여 피고인의 예금계좌로 그 할인대금을 입금받은 사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입금받은 금원을 증자대금으로 공소외 2 회사에 납입하였고, 공소외 2 회사는 종금사로부터 위 각 어음을 다시 매입한 후 피고인에 대한 가지급금으로 회계처리를 한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종금사에 대한 어음할인의 방식을 거쳐 공소외 2 회사의 증자를 위한 가장납입을 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공소외 2 회사의 실질적인 자본금 변동은 없이 명목상 피고인의 주식 수만 늘어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결국 피고인에게 공소외 2 회사의 돈을 유용한다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에 증자대금을 납입한 행위가 단순한 가장납입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만약 공소외 2 회사가 피고인을 통해 어음을 할인한 후 피고인이 납입해야 할 증자대금으로 사용하도록 하기 위하여 그 할인대금을 임의로 피고인에게 교부한 것이라면, 그 단계에서 회사의 돈을 임의로 유용한 것이 되어 횡령죄는 이미 기수에 이르는 것이고, 피고인이 실제 이를 증자대금으로 사용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공소외 2 회사에 다시 입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다만, 어음할인의 주체가 공소외 2 회사가 아니라 피고인이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할인대금의 소유권이 당연히 공소외 2 회사에게 귀속되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피고인에게 교부한 행위가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할 것이지만, 이 경우 피고인의 증자대금 마련을 위하여 공소외 2 회사가 아무런 대가나 담보도 없이 피고인에게 어음을 발행·교부해 준 행위는 업무상 배임죄를 구성할 여지가 있다).
원심이 인용하고 있는 대법원 2004. 6. 17. 선고 2003도7645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사건과 사안을 달리 하여 원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원심으로서는 종금사로부터 위 어음을 할인받은 할인주체가 과연 누구인지를 먼저 확정한 후 피고인이 증자대금으로 사용한 돈의 출처와 성격을 판명하여 횡령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했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횡령죄의 성립을 부정한 원심판결에는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였거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도 이유가 있다.
다. 나산 및 공소외 4 회사에 대한 업무상횡령의 점에 대하여
(1) 공소사실의 요지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공소외 1 회사 부사장 공소외 14, 공소외 4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15 등과 공모하여, 1998. 3. 13.경 공소외 1 회사 소유의 자금 25억 원과 공소외 4 회사 소유의 자금 15억 원 등 합계 40억 원을 공소외 16 주식회사, 공소외 17 부사장에게 임의로 대여하여 이를 횡령하였다는 것이다.
(2)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에 의하여, 위 공소외 17은 안병오에게 나라종금의 증자자금을 지원하면 나라종금이 영업을 개시한 후 나산측에 자금을 지원할 것이라고 제의하였고, 안병오로부터 위와 같은 설명을 들은 피고인은 나라종금의 계열사인 공소외 16 주식회사에 자금을 지원하면 그 후 (명칭 생략)그룹이 회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4 회사가 보관하고 있던 자금 40억 원을 일시적으로 지원하였다가 공소외 16 주식회사로부터 원리금 전액을 변제받은 사실 등을 인정한 다음, 피고인은 (명칭 생략)그룹의 회생을 위하여 유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위 자금을 대여한 후 이자를 포함한 원리금 전액을 변제받은 것으로서 이는 용도가 특정되어 있지 않았던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4 회사의 자금을 위임관계에 따라 위 각 회사들의 이익을 위하여 적절히 운용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3) 대법원의 판단
그러나 위와 같은 원심의 판단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수긍하기 어렵다.
횡령죄에 있어서 불법영득의 의사라 함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자기 스스로 영득하여야만 횡령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89. 9. 12. 선고 89도382 판결, 1996. 9. 6. 선고 95도2551 판결 등 참조).
기록에 의하면, 공소외 1 회사와 공소외 4 회사는 1998. 1. 14. 부도가 나기 직전 회사의 채권자들로부터 압류를 피하기 위하여 경리팀 직원들 명의의 은행계좌에 회사 돈을 빼돌려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 나산은 1998. 3. 9. 정리법원으로부터 회사재산에 대한 보전처분결정이 내려져 이후 회사재산을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상태였고, 공소외 4 회사도 위와 같이 부도가 나 있었던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직원들 명의로 보관 중이던 위 돈을 임의로 공소외 16 주식회사에게 대여하도록 지시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비록 위 돈이 그 용도가 특정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회사 자금을 마치 자신 개인의 돈인 것처럼 공소외 16 주식회사에게 임의로 대여한 것이라면 이는 횡령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나아가 당시 나라종금의 영업이 재개될지 여부는 객관적으로 보아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었던 점, 위와 같이 대여한 돈이 부도 직전 직원들 명의로 은닉해 두었던 자금이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소외 16 주식회사에 대한 대여가 (명칭 생략)그룹의 회생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피고인이 나라종금으로부터 지원을 받아 공소외 1 회사나 공소외 4 회사를 회생시킬 것을 기대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채증법칙을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였거나 불법영득의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는 이유가 있다.
라. 면소 부분에 관하여
(1) 공소사실의 요지 및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 대표이사 공소외 12와 공모하여, 공소외 2 회사가 신축한 ‘ (명칭 생략) 백화점 오피스텔’과 ‘ (명칭 생략) 오피스텔’을 피해자들인 수분양자들에게 분양하여 계약금 및 중도금을 수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997. 3. 17.경 및 1997. 4. 10. 위 각 사업부지에 관하여 채권 금융기관에 임의로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해 줌으로써 위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다는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부분 공소는 업무상 신분관계가 없는 피고인이 그 신분관계가 있는 공소외 12의 업무상 배임행위에 가공하였다는 취지로 제기된 것임을 전제로, 비신분자인 피고인에 대해서는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업무상 배임이 아닌 단순배임죄로만 처벌할 수 있을 뿐인데, 이 부분 공소는 단순배임죄에 대한 공소시효 5년이 지난 이후인 2003. 12. 9.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면소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2) 대법원의 판단
배임죄의 주체로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란 타인과의 대내관계에 있어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그 사무를 처리할 신임관계가 존재한다고 인정되는 자를 의미하고, 반드시 제3자에 대한 대외관계에서 그 사무에 관한 대리권이 존재할 것을 요하지 않으며,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서의 업무의 근거는 법령, 계약, 관습의 어느 것에 의하건 묻지 않고, 사실상의 것도 포함하는 것이다( 대법원 2000. 3. 14. 선고 99도457 판결 참조).
이러한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피고인은 (명칭 생략)그룹의 회장으로서 (명칭 생략)그룹 기획조정실을 통하여 그룹 전체의 자금운용, 특히 상호지급보증이나 자금 대여, 담보물 제공 등의 업무 대부분에 관하여 직접 의사결정을 하여 왔고, 공소외 2 회사의 지분 99.9%를 소유한 대주주 및 등기부상 이사로서 사실상 공소외 2 회사를 직접 경영하여 왔으며, 이 사건 범행 당시에도 그룹 기획조정실을 통해 이 사건 각 근저당권설정을 직접 지시하고 스스로도 연대보증을 한 사실을 알 수 있으므로, 비록 피고인이 구체적인 업무담당자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업무상 배임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
또한, 피고인이 공소외 2 회사의 대주주 및 등기부상 이사로서 공소외 2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하던 자임을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는 공소사실 모두부분과 위 공소사실의 내용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는 피고인이 단순히 신분자인 공소외 12의 범행에 가공했다는 취지로 공소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도 업무상 배임죄의 주체임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부분 공소사실에 관하여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에는, 공소제기의 취지를 오해하였거나 업무상 배임죄에 있어 업무의 개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검사의 상고이유도 이유가 있다.
마. 소 결
결국, 검사의 상고이유는 모두 이유가 있으므로,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 및 면소 부분은 모두 파기를 면할 수 없고, 이와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는 유죄 부분 역시 함께 파기될 수밖에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ㆍ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담(재판장) 박시환 박일환(주심) 김능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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