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1992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 ||
199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 1992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 |
1991년 10월 9일 수요일 |
정원식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1992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함에 즈음하여 내년도 국정운영방향을 말씀드리고 심의를 요청하게 된 것을 뜻 깊게 생각합니다.
이번 제156회 국회는 6공화국 출범과 함께 개원된 제13대 국회를 사실상 결산하는 마지막 정기국회입니다.
의원 여러분과 저는 우리 민족사에서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국정의 책임을 나누며 우리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나라 안팎의 엄청난 격변의 소용돌이를 헤쳐 왔습니다.
민주화의 횃불로 권의주의의 어둠을 걷고 사회 구석구석에 자율과 자유가 넘치는 민주주의의 밝은 시대를 열었습니다.
올해 두 차례의 지방의회선거를 통해 30년 만에 다시 지방자치를 실시하여 6․29 선언에서 국민께 다짐한 약속을 모두 실현하게 된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나누는 보람이기도 합니다.
이제 민주주의는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국민 모두가 누리는 생활양식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4년 우리가 걸어온 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또 엄청난 대가도 치루었습니다.
지난 시대 억눌려 왔던 욕구가 무절제하게 분출되어 사회안정이 위협받기도 하고 불법과 폭력이 민주화의 미명 아래 정당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지키고 가꾸려는 국민 모두의 뜨거운 열망과 안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전환기의 진통은 극복되었습니다.
우리는 온 국민의 힘을 모아 서울올림픽을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회로 치루었습니다.
서울올림픽의 빛나는 성공은 이 세기를 고난과 시련 속에 살아온 우리 겨레가 세계사의 전면에 나서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계는 서울올림픽을 통해 희망과 자신, 발전의 활력이 넘치는 새로운 한국을 보았습니다.
온 인류의 가슴에 메아리친 ‘손에 손잡고’는 화해와 협력, 개방과 교류를 지향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태동시키는 서곡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세계는 혁명적인 변화를 거듭하였습니다.
전후 40여 년간 이 세계를 갈라 온 냉전체제는 종식되었습니다.
우리 겨레에게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안겨 준 대결구조는 이제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지난 74년 동안 지구촌의 한쪽을 지배해 온 공산주의는 그 종주국인 소련에서도 버림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이 세기적 변혁이 일기 전부터 북방정책을 추진하여 온 세계를 우리 겨레의 활동무대로 만들어 왔습니다.
북방정책은 우리가 사는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물결을 이끌고 이 땅에 평화와 통일의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 달 세계의 축복과 기대 속에 남북한이 함께 유엔에 가입한 것은 우리의 북방정책이 거둔 가장 보람찬 결실입니다.
남북한이 각기 다른 의석으로 회원국이 된 것은 가슴 아픈 일이나 이것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중간단계입니다.
저는 지난 달 24일 유엔총회에서 우리 국민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결의를 세계에 밝히며 남과 북이 하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한 원칙을 제시하였습니다.
불안한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일, 군사적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실질적인 군비감축 그리고 단절의 시대를 종식시키기 위한 자유로운 교통…… 이 모든 것은 평화통일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제입니다.
우리는 남북한 간에 이러한 과제를 포함하여 통일을 이루기 위한 모든 문제에 대해 논의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저는 오는 22일 평양에서 열릴 제4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 관계에 대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한의 정상이 하루속히 만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는 다각적인 교류와 협력을 뒷받침하는 제도적인 장치와 함께 실효성 있는 불가침선언의 채택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입니다.
최근 남북한 간에 제한적이긴 하나 인적․물적교류가 꾸준히 증가되고 있으며 특히 경제분야에서 간접교역이 1억 불을 넘어서고 얼마 전 직접교역의 문도 열리기 시작한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사회․문화․경제적 공동체를 이루어 나가면 평화공존과 통일에 이르는 여건은 한층 성숙될 것입니다.
정부는 남북한이 서로의 발전과 번영을 돕는 민족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협조가 필요하면 이를 요청할 것이며 마찬가지로 북한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면 우리는 기꺼이 도울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기가 가기 전에 분단의 장벽을 허물고 칠천만 겨레가 한 울타리 속에서 행복을 누리며 평화롭게 살아가는 통일이 올 것이라는 굳은 믿음으로 모두의 지혜와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야 합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가 유엔에 가입함으로써 우리의 외교는 새로운 유엔외교시대를 맞았습니다.
정부는 이 같은 외교환경의 변화에 발맞추어 유엔을 통한 다자외교를 한층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전통우방인 미국․일본․유럽 등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미국과는 빈번한 정상회담 그리고 주요 국제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성숙한 동반자관계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정부는 양국 간 공통의 안보협력을 강화함은 물론 국제자유무역체제 유지라는 호혜의 원칙에 입각하여 통상관계의 부분적인 이견을 조정함으로써 균형 있는 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아시아․태평양시대를 향한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의 기반을 마련한 일본과는 경제문제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관계가 보다 구체화되도록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그동안 북방외교로 정상화를 이룩한 소련 등 중동부 유럽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내실 있게 다져 나갈 것입니다.
특히 최근 소련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연방뿐 아니라 각 공화국과의 실질협력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남북한 유엔가입을 계기로 관계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만큼 양국관계의 진전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정부는 또한 EC를 비롯한 서구제국과의 우호협력을 한층 공고히 하는 한편 오는 11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각료회의를 계기로 역내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제3세계 국가들과도 협력관계를 증진시켜 나갈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세계의 냉전구조가 와해되고 또 남북한 관계가 평화와 통일로 가는 중대한 전기를 맞고 있지만 첨예한 군사적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안보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구나 북한은 변함없이 대남혁명노선을 고수한 채 가공할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일수록 굳건한 안보태세는 한시도 늦출 수 없는 국가적 과제입니다.
우리는 한반도와 동북아지역에 평화가 정착될 때까지 전쟁재발을 막는 데 가능한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전쟁억제력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동북아 질서의 재편에 따른 안보환경의 변화에 대비하는 총체적인 안보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핵무기 감축 등을 포함한 새로운 핵정책이 한반도의 긴장완화와 남북한 간의 군비축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미국의 핵정책 변화가 만의 하나라도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지역에서 군사적 힘의 공백을 초래하지 않도록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는 한편 세계의 평화애호국과 함께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제13대 국회 개원 이래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나라의 정치는 숱한 시련과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우리 국회와 여야 정당은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13대 국회에 들어 권한이 강화되고 위상이 달라진 국회의 모습은 이 나라 의회민주주의의 발전을 입증하는 징표라고 할 것입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지난해에 있었던 3당 통합과 새롭고 단합된 야당의 출현으로 안정된 양당정치의 틀 속에서 건전한 정책대결의 정치풍토가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도 소모적인 갈등과 대결의 잔재를 떨쳐 버리고 참신한 정책과 비전의 제시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 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내년 1년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성숙한 단계로 발전시키는 소중한 해가 될 것입니다.
정부는 이 기간 중에 있을 제14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비롯한 모든 정치일정을 헌법과 관련법에 따라 안정된 사회분위기 속에서 질서 있게 치를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를 실시하기 위해 총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성숙한 민주주의의 기본요소인 공명정대하고 깨끗한 선거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과 함께 여야 정당의 각별한 실천의지와 제도적 보완이 필수적인 만큼 국회와 정당 그리고 의원 여러분께서 돈 안 드는 선거풍토의 정착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주시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국에서 각급 지방의회와 교육자치기구를 갖추게 됨으로써 지방화시대의 막을 활짝 열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인식과 경험부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지방의회 구성원들의 각별한 자정노력과 여야정당의 협력이 합쳐지고 편협한 지역이기주의를 떠난 주민들의 진정한 자치의식이 성숙한다면 우리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더욱 건강하게 성장해 나가리라고 확신합니다.
정부는 앞으로 자치단체의 자립․발전을 적극 지원하는 등 지방자치제의 내실을 도모함으로써 완벽한 지방화시대가 구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안정세로 들어섰던 물가가 다소 오르고 국제수지 적자폭이 확대되고 있는데는 계절적이고 일시적인 요인도 있습니다만 근본적으로는 각 경제주체가 절약하고 열심히 일하는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지 못한데다가 정부도 내수경기의 과열 등에 신속히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이것이 초과수요를 유발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러한 인식 아래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을 위하여 내수경기의 진정, 소비생활의 합리화, 수출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에 초점을 둔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경제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단시일내에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모든 경제주체가 합심 노력하여 대처해 나간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종합대책의 일관성 있는 추진과 함께 예산을 최대한 절약하여 운용하고 기업은 기술발전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또한 근로자는 생산성 향상에 더욱 노력하고, 소비자는 씀씀이를 줄여 저축을 증대시켜 나갈 때 우리는 안정성장기반을 확고히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 하반기 우리 경제는 내수경기의 진정으로 성장률이 상반기의 9%에서 8 내지는 8.5% 수준으로 낮아지고, 물가도 농산물작황이 대체로 좋고 정부가 안정화시책을 강력히 추진해 나감으로써 한 자리수 물가안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연간목표보다 크게 늘어난 경상수지 적자도 시책의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년도 우리 경제의 여건을 살펴보면 우선 대외적인 면에서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세계교역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구주통합 등 경제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우루과이라운드에 따른 시장개방 요구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어두운 면도 없지 않습니다.
한편 대내적으로는 국회의원선거 등 각종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물가관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이나 정부는 강력한 총수요관리대책을 추진해 나감으로써 안정기조에 흔들림이 없도록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 볼 때 내년도 우리 경제는 성장률이 금년보다 다소 낮은 8% 수준을 유지하고 소비자물가는 한 자리수 이내에서 보다 안정될 것이며, 경상수지도 적자폭이 대폭 감소되어 개선된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정부는 내년도 경제운용의 기본방향을 경제안정기조의 정착, 산업경쟁력의 강화, 국제화에의 대응 그리고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에 두고 제반 시책을 추진해 나가고자 합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경제가 현재 안고 있는 최대의 과제는 물가안정을 통한 국민생활의 안정입니다.
정부는 통화를 더욱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건설투자수요를 적정수준으로 억제하는 동시에 예산을 최대한 절약해서 집행하고 그 집행시기도 경제상황에 맞추어 신축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총수요가 안정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물가를 구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하여 농ㆍ축ㆍ수산물의 수급 원활화와 유통구조 개선에 최대한 노력하고 공산품가격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상승요인을 적극 흡수하도록 유도해 나가겠습니다.
부동산투기 억제시책을 지속적으로 보완하여 현재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주택 등 부동산가격을 계속 진정시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산업평화정착과 임금안정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경제 사회 전반의 안정분위기를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또 하나의 과제는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여 지속적인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해 나가는 일입니다.
정부는 제조업 경쟁력강화 시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생산기술 개발, 산업인력 양성,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등을 보완․발전시키는 동시에 기업 스스로도 신제품 개발과 품질향상 노력을 배가하도록 유도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애로요인이 되고 있는 도로․항만․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에 예산을 집중 투입해 나갈 것입니다.
우리나라 산업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자동화 등 구조조정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전문화와 계열화를 확대하여 대기업과의 상호 협조관계를 강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우리의 기업들이 선진국의 첨단기술 수준과 대등한 기술경쟁을 할 수 있도록 과학기술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 1996년에는 과학기술투자가 국민총생산의 3 내지 4%에 이르도록 다각적인 투자재원의 확보방안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미국․일본 등 우리나라의 수출주력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저하되는 품목의 애로를 적극적으로 타개해 나가면서 기계류와 부품의 국산화를 촉진하여 대일무역 역조를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지금 세계가 급격한 국제화와 개방화의 물결에 휩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우리 경제의 국제화와 개방화를 가속화시키고 있어 이에 대한 대내외적인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에 있어서는 농산물을 비롯한 주요분야의 협상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한편 협상결과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대책에도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특히 정부는 농업의 개방에 대비하여 경쟁력 향상을 위한 농업구조 개선을 강력히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집단화된 우량농지를 중심으로 경지정리, 용수개발 등 생산기반을 집중 정비하고 농업기계화와 영농시설의 현대화를 촉진하며 전업농가의 경영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입니다.
농수산물의 상품성을 높여 농어민의 소득증대로 이어지도록 농수산물의 품질고급화와 유통구조 개선에도 역점을 두겠습니다.
한편 금융․운송․통신․유통 등 서비스분야의 개방에 있어서는 선진기법의 도입, 전문인력의 양성, 서비스 향상 등 대응노력을 강화하여 해외경쟁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우리 경제규모가 커지고 국민소득이 늘어남에 따라 주택․교통․환경․의료 등 국민생활의 기본수요에 대한 욕구는 날로 증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의 해결 없이는 복지국가를 이룩할수 없습니다.
정부는 만성적인 주택난을 해소하고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하여 지난 88년 획기적인 주택 200만 호 건설에 착수하여 이미 그 목표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구임대주택과 근로자주택의 건설이 순조롭게 진척되어 본격적인 입주가 시작됨으로써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의 주거생활 안정에 전력을 다할 것이며 특히 무주택서민 등 실수요자에게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주택공급제도를 보완해 나갈 것입니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대도시의 교통난을 완화하기 위한 시책을 다각적으로 강구할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송효율이 높은 도시철도망을 중심으로 대중교통체계가 구축될 수 있도록 지하철건설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간선도로망을 확충하고 버스운행체계를 개선해 나가는 데도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내년에는 선진교통문화를 정착시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더불어 대대적인 국민계몽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입니다.
국민 모두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쾌적한 환경 속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투자와 제도개선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상수원의 특별관리시책을 추진함은 물론 하수종말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노후 상수도시설을 지속적으로 교체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쓰레기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분리수거제를 정착시키는 한편 다량배출 폐기물에 대한 처리비용의 예치제를 도입하는 등 발생단계에서부터 이를 줄여 나가는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입니다.
환경보전은 우리 세대는 물론 다음 세대의 건강과 생존에 직결됨을 국민 모두가 인식하고 생활주변의 오염방지에 앞장서 주셔야 하겠습니다.
고도산업사회로의 사회적 여건이 변화함에 따라 의료보장과 국민연금 등 각종 사회복지제도의 확충과 내실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효율적인 의료보험의 운영과 국고지원을 통하여 지역의료보험의 재정안정기반을 확충하고 병실부족현상도 지속적으로 완화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국민연금제도의 적용대상을 현재 10인 이상에서 내년부터는 근로자 5인 이상의 소규모 사업체에까지 확대하고 7차 5개년계획 기간 중에 농어민도 연금에 가입할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정부는 형편이 어려운 생활보호대상자와 의료보호대상자 등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하여 직업훈련, 생업자금 융자, 자녀학비 지급 등 자립을 위한 지원시책을 계속 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저소득 맞벌이부부가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여성인력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저소득층밀집지역과 공단지역 등에 영유아보육시설을 대폭 확충할 계획입니다.
불우노인이나 장애인을 직접 찾아가 돌봐주는 재가복지서비스제도를 새로이 도입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내년은 제7차 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이 시작되는 해입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계획수립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행해 나감으로써 우리 경제사회 각 부문의 내실화와 선진화를 가속화하여 21세기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도록 할 것입니다.
계획기간 중 우리 경제는 연평균 7.5% 수준의 적정성장을 지속하고 물가의 안정과 국제수지의 균형기조를 정착시킴으로써 7차 계획이 끝나는 96년에는 1인당 GNP가 1만 불 수준을 넘어서는 등 선진경제권 도입을 위한 기반을 확고하게 다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의원 여러분!
교육은 미래를 빚는 국가적 과업이라는 신념 아래 우리는 그동안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육입국을 위해 국민적 열정을 바쳐 왔습니다.
그 결과 우리 교육이 이룩한 양적 성장은 실로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90%를 훨씬 상회하는 중등학교의 취학률, 인구 대비 대학생 수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교육의 질을 높이고, 산업사회가 요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보다 집중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고도산업사회에 대비한 학교교육이 이루어지도록 교육내용의 다양화, 학습부담의 적정화에 역점을 두고 교육과정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한편 고등학교 교육체제를 인문계 중심에서 다양한 직업교육 중심으로 과감히 전환하여 적성과 능력에 따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할 것입니다.
또한 전문대학과 개방대학에 산업체 근무자와 기술자격증 소지자 등이 우선적으로 입학할 수 있도록 하고, 대학과 산업체 간에 실질적인 산학협동이 이루어지도록 체제를 개편해 나갈 것입니다.
한편 교육방송체제와 독학에 의한 학위취득제를 더욱 발전시켜 다양한 교육수요에 적절히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지금 대다수 국민들은 우리의 대학이 지난날의 갈등과 시련의 소용돌이 속에서 벗어나 공부하는 대학의 모습을 되찾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대학사회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대학이 자율적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대학의 질적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대학평가인정제도를 도입하고 재정적 지원방안을 다각적으로 강구할 것입니다.
정부는 교육환경을 꾸준히 개선하고 교원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데도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중학교 의무교육을 현재의 도서․벽지지역에서 내년부터는 전국의 읍면지역까지 확대 실시할 것입니다.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이 지․덕․체를 고루 갖추며 밝고 건강하게 커 나갈 수 있도록 청소년 활동공간을 대폭적으로 확충하고 유해환경을 적극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01년까지 10년간 청소년을 위한 각종 시책을 정부와 민간단체의 유기적인 협조하에 체계적으로 펴 나갈 것입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문화가 사회의 발전을 선도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이에 대비하여 정부는 물질문명과 정신문화가 조화된 문화ㆍ복지국가의 실현을 목표로 21세기 문화규범과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국민 누구나 일상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쉽게 접하며 정서를 함양할 수 있도록 문화기반을 계속 확충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와 향토문화를 개발․보급하고 백제문화권 등 5대 문화권을 정비하는 한편 국립예술학교 설립․민속공방촌 건립 등 다각적인 문화예술진흥시책을 추진함으로써 문화민족으로서의 긍지를 높여 나갈 것입니다.
또한 민족통일에 대비하고 국제화시대에 부응하여 민족의 문화적 동질성 회복과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문화교류도 더욱 확대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의원 여러분!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도, 국민생활의 안녕을 위해서도 법과 질서는 확립되어야 합니다.
법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 곳에 사회안정과 민주화가 있을 수 없으며 국리민복의 증진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지난날 전환기적 상황 속에서 사회기강이 흐트러짐으로써 국민생활에 엄청난 폐해를 가져왔던 쓰라린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부는 정치와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공평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통하여 불법과 폭력과 혼란을 제거하여 사회적 안정을 더욱 공고히 정착시키고 특히 민생치안을 확립하는 데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갖가지 병리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새질서새생활실천운동의 불을 지핀 지 이제 1주년을 맞습니다.
그동안 불법과 무질서를 추방하고 건전생활 기풍을 진작시키는 데 국민적 노력이 모아졌습니다.
시민들 스스로가 화염병을 든 시위대를 몸으로 막는 용기 있는 행동 그리고 걸프전 때의 근검절약과 여름철의 전기절약 등 나라가 어려울 때 각계각층의 국민이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 주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한 차원 더 높은 새질서새생활실천운동을 전개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공권력에 의한 단속이나 규제보다는 민간주도의 자율적인 범국민운동으로 승화․발전시켜 이를 우리의 생활규범으로 그리고 의식의 일부로 정착시켜야 하겠습니다.
특히 우리는 근검절약하는 전통적 미풍을 되살려 생활 구석구석에서 사치와 낭비를 몰아내 일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제2의 도약을 이루기 위한 새질서새생활실천에 온 국민과 사회 각계각층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시기를 호소합니다.
의원 여러분!
정부는 그동안 봉사는 크고 규제는 작은 정부를 실현하기 위해 행정의 민주화와 자율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습니다.
앞으로도 민간부문이 수행할 수 있는 행정권한에 대해서는 이를 최대한 민간에 이관하고 불합리한 행정규제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입니다.
정부는 다가오는 정보화사회의 행정수요에 대비한 행정전산화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행정정보의 공동활용체제를 구축함으로써 국민생활의 편익을 증진시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취임 이래 지금까지 깨끗한 정부, 국민과 함께하는 신뢰받는 정부를 구현하는 데 최선을 다해 왔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공직사회 일각에는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이 없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든 공직자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입니다.
비리와 부정은 물론 무사안일, 행정편의주의 등 국민의 지탄을 받는 잘못된 행정행태는 어떠한 희생이 뒤따르더라도 불식시켜 나갈 것입니다.
대다수 공직자들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투철한 사명감과 국가관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박봉으로 어렵게 생활하는 공무원, 휴일과 야간에도 쉴 틈 없이 일하는 공직자, 이분들은 우리 공직사회의 표상입니다.
내년도 공무원의 봉급인상이 당초 계획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부는 앞으로 처우개선, 후생복지 등 생활향상과 근무의욕 고취를 위한 보완대책을 마련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의원 여러분!
이상에서 말씀드린 제반 시책들을 추진하기 위하여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의 일반회계 규모는 33조 5050억 원으로서 이는 금년 예산에 비하여 6.8%가 증가한 수준입니다.
정부는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서 세입내세출의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던 재정기능을 회복하여 경제 사회 각 부문의 애로요인을 타개하고 국민생활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특히 내년도에는 세계잉여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상되는 조세수입을 최대한 계상하여 부족한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확충, 농어촌 구조개선의 촉진, 환경개선, 교육․문화의 진흥 그리고 지방재정의 확충 등에 중점적으로 배분하였습니다.
한편 정부가 근검절약을 솔선수범하기 위해 공무원의 처우개선율을 한 자리수로 조정하고 정부청사 건축비와 국외여비 등 행정경비를 최대한 억제하였음을 말씀드립니다.
존경하는 국회의장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지금 우리는 격동의 시대 한복판에 서서 민주주의의 나라, 번영이 넘치는 사회 그리고 통일조국을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세기가 우리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며 서서히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대는 유구한 역사의 한순간에 지나지 않으나 지난 3년 반 동안 우리는 민족사에 새롭고 영구적인 변화를 가져올 약진을 거듭해 왔습니다.
국민께서 부여해 주신 5년 임기의 사실상 마지막 해인 내년에도 역사와 국민이 준 준엄한 명령을 가슴에 되새기며 새로운 각오로 국가와 민족의 번영을 위해 헌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새로운 약속이나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국민에게 약속한 크고 작은 일들을 하나하나 이행함으로써 그동안 이룬 성취의 보람을 국민이 피부로 느끼게 할 것입니다.
국민과 더불어 꿈과 아픔을 함께하며 역사의 수레를 이끌 것입니다.
우리 모두 손을 잡고 민족사의 준령을 넘고 넘어 민주․번영․통일의 위대한 조국을 만들어 갑시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1991년 10월 9일
대통령을 대신하여
국무총리 정 원 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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