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잡한 밤 정거장의 잡도를 피하여 남과 뒤떨어져서 봉천행 삼등차표를 산 그는 깊숙이 모자 밑 검은 안경 속으로 주위를 은근히 휘돌아보더니 대합실로 향하였다. 중국복에 싸인 청년의 기상은 오직 늠름하였다. 조심스럽게 대합실 안을 살펴보면서 그는 한 편 구석 벤취 위에 가서 걸터앉았다.

찻시간을 앞둔 밤의 대합실은 물끓듯 끓었다. 담화, 환조, 훈기, 불안한 기색, 서마서마한 동요, 영원한 경영, 엄숙한 생활에 움직이고 움직였다. 그 혼잡의 사이를 뚫고 괴상한 눈이 무수히 반짝였다. 시골뜨기같이 차린 친구―희조한 도리우찌, 어색한 양복저고리 짧고 깡또한 바지 어디서 주워 모았는지 너절한 후까 고무 게다가 값싼 금테 안경으로 단장한 그들의 눈은 불유쾌하리만치 날카롭게 빛났다. 영리한 그에게 이 어색하게 분장한 「시골뜨기」쯤야 감히 두려울 바가 아니었지만 피로를 모르고 새롭게 빛나는 그들의 눈은 몹시도 불유쾌하고 귀치않은 존재였다. 그것은 길을 막고 계획을 부수려고 노리는 무서운 독사의 그것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그의 생활과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고맙지도 않은 존재였다. 그만큼 그의 전생활은 말하자면 초조와 불안의 연쇄였다. 가정이 있고 아내가 있고 일신을 보호하여 주는 사회와 법률이 있는 그런 것이 그의 생활은 아니다. 지혜를 짜고 속을 태우고 용기를 내고 힘을 쓰고 하루면 스물 네 시간 일년이면 삼백 육십 오일의 모험이 있고 죽음이 있다. 이것이 그의 생활이었다. ―이러한 자기의 처지와 주위의 군중을 대조하여 생각할 때에 그는 침울하여졌다.

「나는 뭇사람을 위하여 일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알고 있을까(물론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누구라는 것을 이 호복 입은 사내가 대체 무엇이라는 것을 짐작이라도 할까. 이 조마조마한 애타는 가슴속―그것은 계집애를 생각해서가 아니다―을 살펴줄 수 있을까. 끓는 청춘의 혈조를 초조와 모험에 방울방울 태워 버리고마는 나 그것을 이해는커녕 오히려 경멸하는지도 모르는 수많은 그들, 세상이 어떻게 되어가는지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그들, 가난은 모두 전세의 죄라고 밖에는 생각할 줄 모르는 그들, 그들과 나 사이에는 간격이 있다. 어쩔 수 없는 구렁이 있다.」

이 급하고 긴장된 순간에도 그는 쓰린 공허를 느꼈다. 건질 수 없는 영원의 공허를 느꼈다. 평생에「생각」이라는 것을 경멸하여 온 그였마는 때때로 문득 이렇게 생각나고 반성되는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대합실, 혼잡, 환조, 불안, 동요, 반짝이는 눈, 계획, 직무―현실에 돌아왔을 때에 다시 생각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결심에 불질렀다.

「왜 이렇게 어리석게 생각하는가, 군중에 휩쓸려 춤추어라. 빛나는 눈을 속여 계획하여라. 일하여라. 천만번 생각하여도 생각은 생각이다. 세상에 「생각」이라는 것이 해 놓은 무슨 장한 일이 있는가. 있다고 하여도 그것은 다 거룩한 「행동」의 뒤끄트러기에 지나지 못한다. 처음에 「행동」이 없다면 별수없이 굶어 죽었지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을 것이다. 책상 구석에서 뽐내고 진리니 콧구멍이니 외치지 말아라. 한끼의 밥이 없었다면 철학자의 대가리가 다 무엇 말라 죽은 것이냐. 생각보다는 행동하자! 나가자! 일하자!」

언제든지 결국은 정해 놓고 도달하는 이 결론에 다다랐을 때에 그의 결심의 빛은 또다시 새로웠다.

「봉천행 봉천차―」

역부의 외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대합실에 울리자 소란히 움직이는 군중에 휩쓸려 그는 가방을 들고 늠름하게 자리를 일어섰다. 뒤로 돌아서 남모르는 동안에 코밑에 수염을 붙였다. 모자는 될 수 있는 대로 깊숙이 쓰고 호복은 될 수 있는 대로 질질 끌면서 개찰구로 움직여가는 군중 속에 섞여 버렸다.

위대한 흐름이었다.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생활의 위대한―그것은 절대의 흐름이다. 대합실 개찰구 층층대 플랫포옴, 열차에까지 뻗힌 흐름―그것은 위대한 흐름이었다. 구하러 가는 사람, 찾아가는 사람, 계획하러 가는 사람들―모든 생활자의 위대한 흐름을 휩싸고 밤 정거장은 비장한 교향악을 울렸다. 이 살아있는 군중을 볼 때에 그의 용기는 백배하였다.

「불이 번쩍 나게 부딪쳐라!」

아침에 회관에서 작별한 동지의 말소리가 다시 귀에 새로웠다.

열차는 출발의 의기에 씩씩하였다.

차안은 수많은 얼굴에 생기 있었다.

의지, 결심, 창조,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

얼굴―혼잡한 사이에 겨우 자리를 잡고 앉아서 수염을 떼고 안경을 벗고 수많은 얼굴을 휘돌아보았을 때에 그의 시선은 건너편 구석에 있는 어떤 얼굴 위에 머물렀다. 그것은 몹시도 핼쓱하고 부드럽고 약간 강한 맛을 띠인 듯한 소년이었다. 다 낙은 양복이며 깊이 쓴 캡이며 흡사 활동사진에 나오는 유랑하는 소년이었다. 다만 빛깔이 너무도 희고 연하고 가늘 따름이었다.

그는 일어나 소년의 앞으로 가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소년은 기급이나 할 듯이 깜짝 놀라 깊이 숙였던 얼굴을 들었다. 한참동안이나 그를 똑바로 쳐다보더니 겨우 안도한 듯이 후둑이는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웃음을 띠고 입을 방긋 열었다.

「나는 또 누구시라구요.」

「그렇게 놀랄 것이야 있습니까?」

하고 청년도 웃음을 띠어 보였다.

「그런데 웬일이세요?」

소년은 청년의 의외의 복색을 괴이히 여기면서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일이 좀 있어서 봉천까지 갈렵니다.」

청년은 나직이 소년에게 속삭였다.

「봉천이요?」

「네, 일이 잘 되면 더 들어가구요.」

청년은 주위의 눈을 꺼려서 나직한 목소리로 뒤를 흐리쳐 버리고 말길을 돌렸다.

「어데로 이렇게 갑니까?」

「어덴지도 모르지요.」

소년의 목소리는 별안간 낮아졌다.

「어덴지도 모르다니요?」

「닿는 곳이 가는 곳이예요.」

눈물겨운 소년의 목소리에 청년의 얼굴은 흐려졌다.

「혼자요?」

「글쎄요, 또 좇아오는지도 모르겠읍니다.」

하고 소년은 조심스럽게 주위를 돌아보았다.

「대관절 어젯밤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하고 청년은 암담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았으니 그 가운데에는 이러한 이야기가 잠겨 있었다―

그 전날 밤이었다.

오후 여섯시를 지나 도회의 밤이 시작될 때 노동숙박소 안은 바야흐로 생기를 띠어갔다. 노동하러 갔던 사람, 일 못 잡아 해진 거리를 헤매던 사람, 집도 절도 없는 사람―도회의 배반받은 모든 불행한 사람이 해만 지면 하룻밤의 잠자리를 구하여 도회의 찌그러진 이 집안으로 와글와글 모여들었다. 그러나 일류미네이션과 헤드라이트와 사이렌으로 들볶아치는 거리에 비하여 뒷골목의 우중충한 이 숙박소는 버림을 받은 듯이 쓸쓸하였다. 주머니가 든든하니 생활에 윤택이 있단 말인가. 계집이 있으니 세상에 재미가 있단 말인가. 한 닢의 은전으로 때를 에우고 얇은 백통전으로 하룻밤의 꿈을 맺으니 합숙소의 밤은 단순하고 쓸쓸하였다. 다만 이슥히까지 각 방에서 새어나오는 이야기 소리, 코고는 소리가 묵묵한 단조를 깨칠 뿐이다.

생판 초면의 사람이 예닐곱씩 한방에 모인다. 그 사이에는 체면도 없고 점잖음도 없고 겉 반드름한 예절도 없다. 거칠고 무미는 하나 솔직하고 거짓이 없다. 피차에 성도 이름도 모르는 사이지만 외마디에 그들은 마음을 받고 두 마디에 사이는 깊어지고 하룻밤 이야기에 온전히 단합하고 화하여 버렸다.

북편 구석에 외따로 박혀 있는 칠호실도 이제 이야기의 꽃이 피었다. 벌써 여러 해를 두고 그 방에 유숙하고 있다는 윤서방과 홍서방 외에 감옥에 가본 일이 있다는 사나이, 항구에서 왔다는 젊은이, 아라사에 갔다 왔다는 청년, 모두 색다른 사람이 모였었다. 홍서방은 낮 노동에 피곤함인지 먼저 잠들고 나머지 사람사이에는 목침돌림으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모인 사람이 각각 색다르니만큼 그들의 이야기도 형형색색이었다. 세상 이야기, 고생 이야기, 감옥 이야기, 항구 이야기, 배 이야기, 아라사 이야기, 이 밤의 칠호실은 조그만 세상의 축도였다. 거기에는 넓은 세상의 지식이 있고 피로 겪어온 체험이 있고 똑바른 인식이 있었다. 대낮의 거리에서 양장한 색시에게 달려들어 여자를 기절시키고 보름 동안의 구류를 당하고 나왔다는 윤서방의 이야기도 흥미있는 것의 하나였으나, 원산서 해삼위까지 캄캄한 선창에 숨어 물 한 모금 못 마시고 밀항을 하였다는 항구 젊은이의 이야기 노서아 어떤 도회에서 노동자의 시위 행렬에 참가하여 거리에서 노래부르고 ××기를 휘둘러 보았다는 아라사 갔다 온 청년의 이야기는 여러 사람의 열과 감동을 자아냈다. 더구나 청년의 가지가지의 불만과 조리닫는 설명은 그들의 산만한 지식에 통일을 주고 생각 못하던 것을 띠어주었다. 그리고 그의 힘찬 결론은 듣는 사람의 피를 뛰놀게 하였다.

이렇게 하여 방안이 이야기에 정신 없을 때에 낯모르는 소년이 하나 들어왔다. 이야기는 그치고 방안의 주의는 그리로 향하였다. 낡은 양복에 캡을 깊숙이 쓰고 얼굴빛 해쓱한 소년이었다. 역시 하룻밤의 안식을 구하여 온 불쌍한 소년이었다.

거친 사내들이 들끓는 노동 숙박소는 얼굴이 해쓱하고 가냘픈 소년의 올 곳이 못된다. 귀한 집 자식이면 집에서 밥투정을 해도 아직 망발이 안될 그 나이에 아무 걱정 없이 학교에 가서 공부에만 힘써야 할 그 나이에 이렇게 거친 파도에 밀려 세상의 참혹한 이면에 찾아오지 않으면 안된 소년의 운명이 첫눈에 애처로왔다.

꼿꼿하고 단단은 해보였으나 얼굴 모습이며 몸집이며 부드럽고 연약한 소년이었다. 어쩐 일인지 그는 맹수에게 쫓기는 양과 같이 겁을 집어먹고 불안에 씰룩씰룩 떨었다. 마치 옛이야기에 나오는 「불쌍한 소년」이었다.

「어데서 오는 소년이요?」

하고 물었을 때에 대답은 하지 않고 소년은 쓰다가 버린 숙박 신입서 한 장가과 숙박권을 내 보였다.

열 여덟 살 되는 직업 없는 소년이요, 내숙의 이유는 역시 잘 데 없는 까닭이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 별다는 사항도 쓰여 있지는 않았으나 소년의 불안한 기색과 조심스런 태도로 보아 신변에 어떤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난 것이 확실하였다.

「무슨 불안한 일이나 있오?」

「아라사」가 부드럽게 물었을 때에도 소년은 깊이 쓴 모자를 더욱 깊이 쓰면서 대답을 주저하였다.

밖에서 수군수군하는 이야기가 들리고 별안간 바람이 문을 획 스치자 소년은 기급이나 할 듯이 놀라면서「아라사」의 팔을 꽉 붙들었다. 광채 나는 눈으로 문을 바라보는 그의 전신은 부르르 떨렸다. 그는 마침내 좌중을 돌아보면서 안타까운 목소리로 애원하였다.

「저의 몸을 좀 숨겨 주세요!」

「…………? !」

좌중은 이 당돌한 애원에 영문을 몰라서 멍멍하였다.

「제발 잠깐만 은신을 시켜주세요.」

재차 애원하는 목소리는 눈물겨웠다.

「아라사」는 소년의 팔을 붙들면서 물었다.

「무엇에 쫓겼단 말요?」

「네, 저를 잡을려는 사람이 있답니다.」

「순사란 말요?」

「아니예요, 얼른 좀 감춰 주세요.」

밖에서는 발자국 소리가 저벅저벅 났다. 어쩔 줄 모르는 소년은 초조한 마음에 자리를 일어서서 설설 헤매었다. 차마 볼 수 없는 정경이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의 애가 다 탔다. 한시라도 주저할 경우가 아니다. 어디다 감춰주면 좋을까. 이불 속에? 그것은 너무도 지혜 없는 은신일 것이다. 좌중은 초조와 당혹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눈치 빠른 「아라사」는 벌떡 일어서서 건너편 벽장을 손쉽게 열었다. 민첩하게 소년을 들어서 벽장 속에 넣고 부리나케 문을 닫아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벽장을 닫치기가 바쁘게 밖에서 기침소리가 높이 들리더니 방문을 연다. 일동은 긴장된 마음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순사는 아니었다. 삼십이 넘어 보이는 수염 거칠은 사내와 키가 후리후리한 중국 사람 하나가 문밖에 서서 말도 없이 염치 좋게 방안을 살펴보았다. 자세히 훑어보고 또 훑어보았다. 고개를 갸웃하고 생각하다가는 의심스런 눈으로 또 들여다보았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찾는 대상이 없음을 깨달았을 때에 두 사람은 무어라고 한참 지껄이더니 마침 수염 거칠은 사내가 방안 사람을 보고 물었다.

「캡 쓴 아이 하나 여기에 안왔읍니까?」

「안 왔오!」

아무 주저 없이 「아라사」는 한 마디로 엄연히 대답하여 버렸다.

「정녕 안 왔오?」

「캡 쓰고 양복 입은 아이 말요.」

의심겨운 사내는 추근추근 또한번 물었으나 「아라사」의 여일한 대답은 반감을 일으킬만치 엄연하였다.

「안 왔달 밖엔!」

사내는 어그러진 기대에 노기를 품었는지 방안을 노려 보더니 문을 닫고 호인과 무엇인지 의논하면서 나가 버렸다. 방안의 긴장은 겨우 풀렸다. 쭉 일어나 섰던 그들은 안심하고 자리에 앉았다. 겨우 안도가 왔다.

「다들 갔어요?」

하고 소년은 벽장문을 열고 뛰어나왔다. 적지아니 안심한 듯하였으나 불안한 기색은 아직도 다 사라지지는 않았었다. 너무도 고마운 그들에게 대하여서는 무엇이라고 사의를 표하였으면 좋을는지 몰랐다.

「대체 그가 누구란 말요?」

「제 당숙이예요.」

「당숙에게 왜 쫓깁니까?」

「…………」

소년은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그러나 하도 여러 번 묻자 그는 나중에 눈물겨운 소리로 그의 과거와 전후 곡절을 대강대강 이야기하였다.

―고향은 황해도의 어떤 해변이었다. 몇해 전에 단 하나 믿었던 형을 잃어버리고 나니 할 수 없이 늙은 어머니와 그는 당숙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당숙은 원래 넉넉지 못한데다가 술이 과하였다. 그후에 장사를 하네 무엇을 하네 하고 동리의 거상인 중국인에게서 많은 빚을 냈다. 갚을 능력이 없는 그에게는 이것이 점점 큰 짐이 되었다. 나중에 할 수 없이 그는 중국인의 요구대로 당질을 호인의 손에 넘기게 되었다.

―호인은 소년을 배에 싣고 중국으로 데리고 들어가려 하였다. 괴상한 뱃속에서 소년은 공포와 고독에 울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항상 몸을 빼칠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마침 배가 어떤 조그만 섬에 돛을 내렸을 때이었다. 소년은 그와 운명을 같이 한 자기 또래의 동무들과 계획하여 대담히도 탈선을 꾀하였다. 어둠 깊고, 바다 검은 어렴풋한 달밤이었다. 무서운 선인들의 눈을 피하여 그들은 완전히 섬 속에 몸을 감출 수 있었다. 섬 사람들의 동정과 호의로 인하여 섬배를 타고 다시 서해안으로 건너왔을 때에 소년은 그 길로 즉시 서울로 향하였다. 그러나 벌써 그 기미를 알아차린 호인은 뒤를 밟아 당숙을 끌고 서울까지 쫓아왔었다. 낡은 양복과 깊은 캡에 감쪽같이 분장은 하였으나 눈치 빠른 그들은 용하게도 뒤를 쫓았던 것이다.

의지할 곳 없는 가정, 몹쓸 당숙, 어린 소년, 흉한 호인― 흔히 있는 일이다. 좌중은 이 어린 소년의 기구한 운명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중에는 여기까지 뛰어 들어왔습니다.」

하면서 소년은 눈물을 씻었다.

「아까의 그들이 바로 당숙과 그 호인이오?」

「그렇답니다.」

소년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방안에는 벼락이 내렸다. 소년은 파랗게 질려서 그자리에 화석하여 버린 듯하였다―문이 번개같이 열리면서 아까의 수염 거칠은 사내와 호인이 또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노기에 상은 찌그러지고 거칠은 수염이 밤송이 같이 까스러졌었다. 날쌔게 그 사내는 문지방에 몸을 걸치더니 소년의 팔을 거칠게 잡아 나꾼다.

「이년아, 가면 네가 어딜 간단 말이냐!」

소년을 보고 별안간에 년이라고 하는 모순된 말소리에 방안은 다시 놀랐다. 모두 멍멍하여 말할 바 조차 모르고 사내와 소년을 등분으로 바라보았다.

사내는 반항하는 소년을 온전히 끌어당겼다. 노기에 전신을 떨면서 어쩔 줄을 몰랐다.

「못된 계집아이 같으니, 요리조리 피해 다니면 어떻게 할 소견이라 말이냐?」

하면서 험상궂게 소년을 쥐어 박았다. 그 바람에 깊이 썼던 소년의 모자가 벗어져 달아나고―방 사람의 놀람은 컸다―. 서리 서리 틀어 올렸던 머리채가 거멓게 풀려 내렸다. 가냘프던 「소년」은 별안간 늠름한 처녀로 변하였다. 가는 눈썹, 흰 이마, 검은 머리 다시 보아도 늠름한 처녀였다.

방안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듯이 의아한 눈으로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중세기의 연극에서난 일어남직한 일이지 현실에서는 생각키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엄연히 그는 늠름한 처녀였다.

「당숙 말대로 하면 그만이지 어린 계집년이 이게 무슨 요망한 짓이냐? 응?」

당숙이란 자는 호인에게 대한 변명인 듯도 하게 호인을 바라보면서 처녀를 꾸짖었다. 그러나 처녀는 말없이 울 따름이었다.

「그렇게 굴면 굶어만 죽지 별수 있나?」

「죽어도 좋아요, 그런 놈에게는 가기 싫어요.」

참을수 없어 처녀는 느끼는 목소리로 대꾸를 하였다.

「그래도 요망을 피우네. 집의 늙은 어머니를 좀 생각해 봐라.」

하면서 그자는 처녀를 모질게 끌어냈다.

「이 안된 놈아!」

잠자코 있던 「아라사」는 불끈 일어나서 다짜고짜로 궐자를 주먹으로 쥐어박아 그자리에 쓰러뜨렸다.

예기치 않은 공격에 힘없이 쓰러진 그는 다시 일어나서 대적하였다. 「아라사」의 의분도 크니만치 그 사내의 위세도 험상궂으니 만치 두 사람의 싸움은 맹렬하였다.

문밖에는 어느덧 사람의 파도를 이루었다. 잠들었던 각방사람이 때아닌 밤 소동에 깨어나서 곤한 눈을 비비면서 모여들었다. 나중에는 사무원과 주임까지 사람을 헤치고 들어왔으나 그들 역시 어쩔 줄을 몰랐다.

싸움은 어우러졌다. 방안 사람들도 가만히 보고 있지는 않았다. 같은 의분에 타오르는 수많은 주먹이 그 「못된 놈」「죽일 놈」위에 날았다.

늦은 밤의 숙박소는 어지러웠다. 이 어지러운 사이에 휩쓸려 이 때까지 서 있던 호인의 그림자는 사라져 버렸다. 처녀의 자태도 금시에 보이지 않았다.

정신없이 싸우던 그들은 겨우 그런 줄을 알았다. 호인에게 끌려간 처녀를 생각하고 이때까지 싸운 것이 물거품에 돌아간 것을 깨달았을 때에 「아라사」의 실망은 컸다. 전신 피투성이가 된 사내도 이 틈을 타서 슬금슬금 도망질을 쳐 버렸다.

이렇게 하여 쓸쓸하던 밤의 합숙소는 한바탕 끓어올랐던 것이다.

이 밤의 「아라사」와 처녀가 즉 이제 이 봉천행 열차 안의 호복한 청년과 캡쓴 소년임은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중대한 직무를 띠인 관계상 하룻밤의 피신이 절대로 필요하여 일부러 궁벽한 합숙소를 찾아왔던 청년은 이렇게 하여 역시 마수를 피하여 은신하러 왔던 처녀와 알게 되었던 것이다.

열차는 힘차게 달리기 시작하였다. 복잡한 자리 옆에 기대 선 청년은 한 편 반가운 마음에도 의심쩍어서 「소년」에게 물었다.

「대체 호인 손에서는 어떻게 빠져 나왔읍니까?」

「소년」은 얕은 목소리로 전날 밤에 일어난 그 뒷일을 일일이 이야기하였다. 호인에게 끌려 거리에 나오자 돌연히 높은 고함을 질렀다는 것, 파도같이 모여드는 군중에 울면서 호소하였다는 것, 군중이 호인을 잡고 시비하는 동안에 사람의 틈을 빠져서 달아났다는 것을 자세히 이야기하고는 부끄러운 듯이 청년을 바라보면서,

「그뒤에 바로 가서 머리까지 깎아 버렸어요.」

하더니 모자를 벗고 새빨간 머리를 드러내 보였다. 「소년」의 대담하고 용감스런 마음에 청년은 자못 놀랐다.

「아니 그렇게 하고 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요?」

「멀리 멀리 가 버리고 싶어요.」

「늙은 어머님은 어떻게 하고요.」

「뵈이고는 싶으나 시골가면 또 붙잡히고야 말 것입니다.」

「…………」

「서울도 위험하고 고향도 못 살 곳이라면 차라리 낯설은 곳에 멀리멀리 가 버리는 것이 낫지요.」

「그러나 잔약한 몸을 가지고 거칠은 세상에 정처없이 나가면 어떻게 한단말요.」

청년은 하도 딱해서 암담한 얼굴로 「소년」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말하였으나 그것은 그렇게까지 결심한 「소년」에게는 아무 광명도 도움도 되지는 못하였다. 꽃 피고 배 익는 아름다운 삼천리 동산을 두고도 밀려 나가고 쫓겨 나가는 우리의 정경을 「소년」은 이미「서울도 위험하고 고향도 못 살 곳」이라고 느꼈거늘 청년은 새삼스럽게 무엇이라고 말할 수 있었으랴.

요란한 열차 안에서 그들 사이에만은 침묵이 흘렀다.

열차는 열정을 가지고 달렸다. 잡도를 싣고 생활을 싣고 비극을 싣고 쉬지 않고 북으로 북으로 달렸다.

열차의 달리는 소리에 귀기울인 청년의 마음속은 「소년」의 생각으로 가득 하였다. 잔약한 처녀가 거칠은 세상에 길 떠난다. 의기는 용감스럽고 사랑스러우나 결국 파도의 아가리에 넘어가 버릴 잔약한 수부(水夫)일 것이다. 그 나 어린 수부는 배 떠나기 전에 건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내 자신도 일각 후의 운명을 헤아리지 못하는 위험한 몸이다. 무슨 힘으로 그를 건질 수 있을까. ―여기까지 생각하여 왔을 때에 청년의 마음은 슬펐다. 자기 자신의 무력을 분개도 하였다. 결국은 늘 다다르는 결론 「나가자 일하자!」에 까지 이르자 수많은 군중의 잡도를 뚫고 무섭게 빛나는 「시골뜨기」의 시선이 돌연히 청년의 눈과 부딪쳤다. 청년은 깜짝 놀랐다. 그는 겨우 「소년」의 생각으로 하여 잊어버렸던 자기의 중대한 직무와 책임에 깨어났다. 이동 경찰의 그물은 물샐틈없이 풀려 있었다. 그 그물을 뚫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그의 책임이 천근같이 무겁게 의식되었다.

샤오멘이(小棉衣) 위에 챵이(常被)를 입고 그 위에 샤오꽈(小?), 다시 그 위에 마꽈(馬?), 이렇게 끊임없이 빛나는 수많은 눈앞에는 오히려 안전을 보증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그의 손은 무의식적으로 쇼마의 구대(주머니) 속으로 갔다. 그 속에는 중요한 서류와 만일의 경우에 몸을 막아야 할……가 들어 있었던 것이다. 손아귀에 뽀듯이 드는 무기의 감촉은 산뜻하고 신선하였다.

구대 속에서 손을 빼고 어두운 창 밖을 향하였던 몸을 이쪽으로 돌리자 청년의 시선은 이쪽을 노리던 독사 같은 눈과 또 마주쳤다. 그는 불의에 소스라쳤다. 짝달만한 「시골뜨기」의 그 날카로운 시선이 점점 불안하여 왔다.

그는 우울한 마음에 「소년」을 그 자리에 앉혀 놓고 문을 열고 갑판 위로 나갔다. 그러나 거기에도 사람은 그득하였다. 그 사이로 괴상한 눈이 역시 빛났다.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열차의 속력은 차차 줄어지더니 기적을 울리면서 정거장에 들어갔다. 오르고 내리는 사람으로 차 안은 동요하였다. 「시골뜨기」들도 각각 내리고 새 것과 교체하였다. 그럴 때마다 청년은 안도와 불안의 모순된 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내릴 것은 내리고 실을 것은 실은 뒤 차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차 안은 여전히 혼잡하였다.

청년은 감았던 눈을 가늘게 뜨고 검은 안경 밑으로 저편 구석을 바라보자! 아까의 그 독사같은 눈과 또 마주쳐 버렸다. 가슴이 뭉클하였다. 손이 또다시 무의식적으로 구대 속에 들어갔다.

그는 벌떡 자리를 일어나서 「소년」에게로 갔다. 피곤함인지 무엇을 생각함인지 자리에 깊이 묻혀 눈을 감고 있던 「소년」은 청년의 목소리에 눈을 번쩍 떴다.

「여기 있는 것이 불안한 듯하니 식당차로 갑시다.」

청년은 「소년」을 데리고 객차를 두엇 거쳐서 식당차로 갔다.

텅 비인 식당차는 조용하고 시원하였다. 「소년」에게는 차와 먹을 것을 시켜 주고 그는 울울한 마음에 맥주를 들이켰다. 주기는 전신에 돌았으나 정신은 더욱 맑아갔다. 그의 맑은 정신에는 새삼스럽게 현재가 또렷이 내어다보였다. 불안한 바 열차「소년」과 자기―자연의 성을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소년」, 국적을 감추지 「않으면 안되는」자기―를 응시할 때에 그는 마음이 아팠다. 더구나 살풍경한 양복 쪼가리에 천부의 성을 가리고 그 위에 떳떳한 용모까지 이지러뜨려 버리지 「않으면 안된」처녀를 바라볼 때에는 자기의 누이동생과도 같은 어린 그에게 대하여 눈물을 금할 수 없었다. 누이동생이라면 그에게도 「소년」과 같은 누이동생이 있었고 「소년」에게도 청년과 같은 오빠가 있기는 있었다. 청년은 문득 오래간만에 누이 생각이 났다. 그는 오래 전에 죽었었다. 굶고 병들어 죽었던 것이다. 주사 한 대면 훌륭히 살릴 것을 그것도 못해 준 그였다.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고 뼈가 저렸다. 그는 한갖 굳은 결심으로 그 아픈 가슴 저린 뼈를 억제하여 왔던 것이다.

창 밖에 어둠은 깊고 식당차는 경쾌히 흔들렸다.

맥주와 생각에 취하였던 그는 그 옆 테이블에 진치고 앉은 두 사람의 새손을 겨우 발견하였다. 매섭게 이쪽을 노리는 눈, 낯익은 눈이다―아까부터 그를 쫓는 무서운 눈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시골뜨기」의 출현은 마치 유고의 쟈벨의 출현과도 같이 청년을 위협하였다.

그래도 청년은 태연하고 침착을 잃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자리에 오래 버티고 있는 것이 불리함을 깨달았을 때에 그는「소년」을 이끌고 그자리를 일어섰다.

불현듯이 그의 어깨를 탁 잡는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앞을 탁 막는 것은 그 「시골뜨기」였다. 청년은 뭉클하였으나 자약하게 앞을 뿌리치고 나갈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청년의 팔을 붙잡았다.

(일은 일어 나고야 말았구나.)

그는 펀적 느끼자 있는 대로의 용기와 힘을 다 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해 볼대로는 해봐야 할 것이다 하고 이를 꼭 물었다. 그의 앞에는 벌써 아무 것도 없었다. 힘차게 발을 뻗치고 쏜살같이 문께로 향하였다. 그들도 부리나케 뒤를 쫓았다.

별안간 불이 탁 꺼지고 식당차는 암흑으로 변하였다.

영문을 모르는 「소년」은 한편구석에서 숨을 죽이고 소스라쳤다.

캄캄한 어둠속에서 살 부딪치는 소리,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사내와 사내는 맞붙고 힘과 힘은 충돌하고― 맹렬한 격투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넘어지는 소리가 났다. 옷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가뿐 숨소리가 들렸다. 비명이 올랐다. 탁자가 쓰러졌다. 병과 잔이 깨뜨러졌다.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 조각이 어둠 속에 희끗희끗 날렸다. 다시 비명이 오르고 호각 소리가 울렸다.

열차는 자꾸 달렸다. 레일 위에 바퀴 소리는 호각 소리를 집어 삼켜 버렸다.

돌연히! 차 안의 어둠을 뚫고 찰나의 불꽃이 번쩍였다. 창이 깨뜨러지고 유리 조각이 날랐다. 화약 연기가 피어 올랐다. 총성이 어둠 속에 진동하였다.

열차는 달리고 밤은 어두웠다.

두번째 총성이 어둠을 깨트렸다.

사람의 비명이 오르고 자리에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세번째의 총성이 또다시 차 안에 진동치자 한편 구석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소년」은 문득 숨찬 청년의 목소리를 단 한 마디 귀밑에 들었다.

「언제든지 또다시 만납시다!」

식당차의 문이 열리면서 날쌘 사람의 그림자가 밖으로 번개같이 사라져 버렸다.

폭풍우는 지나갔다. 어둠 속은 다시 고요하였다.

역시 한 편 구석에 오무려쳐 있던 뽀이들은 무시무시 떨면서 서둘르기 시작하였다. 스위치를 트니 차 안은 다시 밝아졌다. 지긋지긋한 수라장이었다. 쓰러진 탁자 부서진 의사 흩어진 유리 조각 깨뜨러진 창 찢어진 옷조각 바닥에는 피가 임리하였고 그 속에 코를 박고 두 사람의 사내가 끔찍하게 쓰러져 있었다. 그것이 청년이 아님을 알았을 때에 「소년」은 무서운 가운데에도 안심되었다. 그러나 대체 그는 어디로 갔나? 「소년」은 청년의 그림자를 찾아서 밖으로 나갔다.

열차 안은 요란하였다. 사람들은 이 무서운 사건에 전율하고 수군거렸다.

식당차는 발끈 뒤집혔다. 기수가 뛰어오고 차장이 달려왔다. 「시골뜨기」들이 몰려들고 뽀이들은 심문을 당하였다.

객차와 객차의 길은 끊기고 찻간이란 찻간은 물샐틈없이 수색되었다. 그러나 청년의 그림자는 꿩 궈먹은 자리요, 그의 종적은 묘연하였다.

객차의 자리로 돌아와 밤 깊은 창밖을 바라보는 「소년」의 가슴속은 괴상한 청년의 생각으로 그득하였다. 그에게는 퍽도 친절하였다. 의리가 밝았다. 의협이 불같이 탔다. 얼굴은 엄숙하였다. 힘이 장사요 용기는 맹호 같았다. 이 괴상한 청년을 생각하는 「소년」에게는 문득 오랫동안 잊었던 그의 오빠의 생각이 떠올랐다. 그 역시 색다른 옷도 입고 급할 때에는 코밑에 수염도 붙여 보았다. 눈 날리는 북국에 가서 얼어도 보고 요란한 중국에 가서 연설도 하였다. 아라사도 갔었고 옥에도 가보고 서울서 도망질도 쳐보았다. 그러다가 지금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여러 해 동안 자취가 아득하였다. 풍설에 의하면 브라질에 갔다는 말도 있고 혹은 인도에 갔다는 사람도 있고 다시 아라사에 갔다는 소문도 들렸다. 그러나 어느 말이 옳은지 하나도 걷잡을 수는 없었다. 그 오빠의 생각이 불현듯이 「소년」의 가슴에 떠올랐던 것이다. 그 오빠가 지금 고향에 있었더라면 자기의 이러한 비극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하고 생각할 때 「소년」의 눈은 뜨거워졌다. 그는 다시 오빠와 청년을 비교하여 보았다. 기상이라든지 용기라든지 그들은 어쩌면 그리도 똑같은가, 그 청년이 지금 나의 오빠라면 오죽이나 기쁠까. 그러나 그는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늠름하고 훌륭한 그들이 왜 싸우고 피하고 쫓기고 사라지지 않으면 안되는가―어렸을 때에 이야기 잘하던 오빠 밑에서 자라난 「소년」은 이제 와서 똑바로 그 무엇을 파악하였다.

기차는 여전히 달렸다.

차 안은 아직도 소란하고 수물거렸다. 「시골뜨기」들의 눈은 더 한층 반짝였다.

그러나 그것이 「소년」에게는 한없이 어리석게 보였다. 지혜 있는 청년, 비호 같은 청년은 이미 감쪽같이 종적을 감춰 버린뒤 이다. 그는 지금에는 벌써 다른 곳에서 다른 길을 뚫고 나갈 것이다.

(아무쪼록 조심해 잘 나가세요!)

소년은 마음속으로 청년의 앞길을 축복하여 주었다. 그리고 「언제든지 또다시 만납시다!」하던 청년의 말소리를 생각한 그는

(그동안에는 나도 배우고 알아서 다시 만날 대에는 그와 같이 손을 잡고 일할 만한 훌륭한 나의 자태를 보여주자!)

하고 처녀답지 않은 용감스런 결심을 마음속에 굳게 맺었다.

어둠을 뚫고 열차는 맥진하였다.

어둠의 거리는 각각으로 줄어갔다.

밤은 어느덧 새벽을 바라보았다.

새 아침을 향하여 맹렬히 달리는 수레바퀴의 우렁찬 음향―그것은 위대한 행진곡같이 「소년의 핏속에 울려 왔다.」

이 저작물은 저자가 사망한 지 50년이 넘었으므로, 저자가 사망한 후 50년(또는 그 이하)이 지나면 저작권이 소멸하는 국가에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주의
주의
1929년에서 1977년 사이에 출판되었다면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퍼블릭 도메인인 저작에는 {{PD-1996}}를 사용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