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의 하늘가에
홋홋할 손 바람이러라,
흰 눈을 둘러싸는 밤은
희기도 하고, 검기도 하여라.
이러한 때, 지나간 옛날의
곱다란 고산(故山)의 어린 꿈은
속절없이도 가엾게
몸을 에워싸며 울어라.

산이면 넘어가고
바다면 건너가려는
한정도 없는 하늘에
나의 표박은 떠서 돌아라.
서녘의 저편 가에는
오늘도 새빨간 황혼의 빛이
헤매이며 넘으려 하여라.

아아 어찌하랴, 나의 맘은
하늘의 구름과도 같아서
맘 아닌 바람에 쫓기어,
동서남북에 정향(定向)이나 있으랴.
쉴 틈이라곤 조금도 없어라.

표박의 하늘가에
조각으로 떠도는 몸은
낙엽과도 같이,
구름과도 같이,
날리워도 가며
불리워도 가서
끝이 없어라, 한이 없어라.

아아 서러워라, 나의 고적(孤寂)이여,
네 손을 내가 잡고 혼자 울만한
따사로운 고적도 지금의 내 몸에는,
다 쓰러지고, 고적도 없는 고적이
혼자서 남모르게 흐득여 울어라.

어두운 밤하늘에는 반짝이는 별,
흐름의 떠도는 몸에는 끝없는 우수(憂愁).
모든 것은 하나조차 쓸 데가 없어라,
목숨이 무엇이며,
사랑조차 무엇이랴.
나는 혼자서 다만 걷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