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파리의 노래/사계의 노래

고운 생각 가득한 나물광주리를 옆에 끼고
인생의 첫 이슬에 발을 적시는 봄철의 따님이여,
꽃을 피우려는 고운 바람에, 그대의 보드라운
가슴의 사랑의 꽃봉우리는 지금 떨고 있어라.

미칠 듯한 열락에 몸과 맘을 다 잊고 뛰노는
황혼의 때아닌 졸음을 그리워하는 여름의 맘이여,
행복의 명정(酩酊), 음울(陰鬱)의 생각은 지금 그대를 둘러싸고
끝없는 꿈으로 피곤한 ‘인생(人生)’을 곱게 하여라.

빛깔 없게도 고개를 숙이고, 묵상(黙想)에 고요한 가을이여,
냉락(冷落)을 소곤거리는 낙엽의 비 노랫가락은
들을 거쳐, 넓다란 맘의 세계에도 빗겨들어,
곳곳마다 ‘죽은 맘’의 장사(葬事)에 한갓 분주하여라.

흰 옷을 입고, 고요히 누웠는 겨울의 베니스 여신이여,
건독(乾毒)만 남고, 눈물 흔적조차 없는 너의 눈가에는
아무리 잃어버린 애인을 그립게 찾는 비를 띠었어도
쓸 데조차 없어라, 한때인 사랑은 올 길이 없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