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도 흐리진 머리털 아래의,
회색 구름이 차게도 하늘을 덮은 듯한,
향내의 흰 분(粉)에 얼굴을 파묻고 섰는
겨울의 아낙네여, 그리고 애인이여.

떠오르며 흩어지는 연기의
쓰러져가는 한때의 옛사랑을
무심스럽게도 바라보고 있는
담배를 피우는 애인이여, 아낙네여.

옅은 웃음을 띠우며
맘의 찬 입술을 깨물고 있는 애인이여,
날은 흐린 어둑한 십일월의
고요한 저녁의 아낙네여.

애인을 버리고 가려는 애인이여,
두꺼운 목도리를 둘러 맨 아낙네여.
지금은 겨울, 겨울에도 눈 오는 때,
맘하여라, 한 송이 두 송이 눈이 내리나니,

하염없이도 땅 위에 내리는 눈,
사방과 사방을 둘러싸는 눈,
그리하여 눈 속에서 맘과 맘은 잠들었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