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洞房)을 찾아드는 신부(新婦)의 발자취같이
조심스리 걸어오는 고이한 소리!
해조(海潮)의 소리는 네모진 내 들창을 열다.
이 밤에 나를 부르는 이 없으련만?

남생이 등같이 외로운 이 서-ㅁ 밤을
싸고 오는 소리! 고이한 침략자(侵略者)여!
내 보고(寶庫)를, 문을 흔드는 건 그 누군고?
영주(領主)인 나의 한 마디 허락도 없이,
<코-가사스> 평원(平原)을 달리는 말굽 소리보다
한층 요란한 소리! 고이한 약탈자(略奪者)여!

내 정열(情熱)밖에 너들에 뺏길 게 무엇이료.
가난한 귀향살이 손님은 파리하다.

올 때는 왜 그리 호기롭게 몰려 와서
너들의 숨결이 밀수자(密輸者)같이 헐데느냐
오- 그것은 나에게 호소(呼訴)하는 말 못할 울분(鬱憤)인가?
내 고성(古城)엔 밤이 무겁게 깊어가는데.

쇠줄에 끌려 걷는 수인(囚人)들의 무거운 발소리!
옛날의 기억(記憶)을 아롱지게 수(繡)놓는 고이한 소리!
해방(解放)을 약속(約束)하든 그날 밤의 음모(陰謀)를
먼동이 트기 전 또다시 속삭여 보렴인가?

검은 벨을 쓰고 오는 젊은 여승(女僧)들의 부르짖음
고이한 소리! 발밑을 지나며 흑흑 느끼는건
어느 사원(寺院)을 탈주(脫走)해 온 어여쁜 청춘(靑春)의 반역(反逆)인고?
시들었던 내 항분(亢奮)도 해조(海潮)처럼 부풀어 오르는 이 밤에

이 밤에 날 부를 이 없거늘! 고이한 소리!
광야(廣野)를 울리는 불 맞은 사자(獅子)의 신음(呻吟)인가?
오 소리는 장엄(莊嚴)한 네 생애(生涯)의 마지막 포호(咆哮)!
내 고도(孤島)의 매태 낀 성곽(城郭)을 깨뜨려 다오!

산실(産室)을 새어나는 분만(分娩)의 큰 괴로움!
한밤에 찾아올 귀여운 손님을 맞이하자
소리! 고이한 소리! 지축(地軸)이 메지게 달려와
고요한 섬 밤을 지새게 하는고녀.

거인(巨人)의 탄생(誕生)을 축복(祝福)하는 노래의 합주(合奏)!
하늘에 사무치는 거룩한 기쁨의 소리!
해조(海潮)는 가을을 불러 내 가슴을 어루만지며
잠드는 넋을 부르다. 오- 해조(海潮)! 해조(海潮)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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