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효녀 지은
- 盲女의 딸 孝女 知恩
신라의 서울 경주(慶州) 분황사(芬皇寺) 동쪽에는 한기(韓岐)라는 조그마한 한 마을이 있고 그 마을에는 가난하기로 유명한 연권(連權)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연권은 집이 그렇게 가난한 중에 병이 들어서 항상 병석에 누워있고 그의 부인은 원래 소경(盲人)인 까닭에 아무 벌이도 하지를 못하고 슬하에는 다만 딸 하나가 있으나 그역 나이 어려서 아무것도 알지를 못하니 연권은 그 병을 고칠 도리가 없어서 그냥 신음을 하다가 불행히 영원한 길을 떠나고 말았다.
그리하여 남은 두 목숨은 의지할 곳이 없게 되었다. 나어린 지은이는 어머니를 위하여서나 저를 위하여서나 집집이 밥을 얻으러 나가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한술 두술 밥을 모아다가 등불 아래 앉아서 같이 먹고 쓸어져 안고 자는 두 모녀의 광경은 참으로 불쌍하였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그 속에도 웃음을 부어 주었던 것이다.
그리다가 지은이는 어떤 부잣집에 들어가 부엌일을 해주고 벼를 얻어 방아에 찧어 가지고 돌아와 소경 어머니에게 따뜻이 밥을 지어 드릴 수가 있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 딸이 오직이나 피곤하겠나 저것이 어데가 아프지 않은가』 하는 근심으로 도리어 아픈 가슴을 진정할 수 없어서 하루는 두 모녀가 마주 잡고 울었다. 그 울음이 집을 새어 길에 들리자 마침 그 때에 그 앞을 지나가던 효종랑(孝宗郞)의 낭도들이 그 일을 자세히 탐문하여 돌아가 회중에 이야기하자 일반은 그 지은이의 효심에 감복하여 옷을 내고 쌀을 내니 왕도 그 소문을 들으시고 집을 하사하시어 일시에 큰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지은이가 살던 마을을 효양방(孝養坊)이라고까지 불러 후세에 그 흔적이 남기어졌다.
(三國史記, 三國遺事 參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