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목사 최운해 부인
- 第四編. 妒婦
- 愛馬를 斬殺한 崔牧使 夫人
목사 최운해(牧使 崔雲海)는 세종대왕(世宗大王) 때에 장상(將相)으로 위명이 당당하던 최윤덕(崔潤德)의 아버지입니다. 그의 부자는 그렇게 유명한 인물이었지마는 그의 후취 부인인즉 어찌나 질투심이 많았든지 자기 남편이 단 한 번이라도 어떤 여자와 가깝게 구는 것을 보면 며칠씩을 두고 밥을 굶으며 잠을 아니 자고 싸움을 하여 가정에 큰 풍파를 일으켰읍니다. 한 번은 운해가 경기도 광주목사(廣州牧使)를 하여 갔읍니다. 그때 광주에는 관기(官妓)가 많이 있었는데 그중에 기생 하나가 얼굴도 어여쁘고 노래와 시도 상당하게 하여 역대의 목사들이 모두 총애를 하였읍니다. 이 목사의 부인은 도임 초부터 행여나 자기의 남편이 그 기생을 가까이 할까 염려하고 여러 하인에게 돈을 주어 항상 최목사의 동정을 살펴서 자기에게 보고하게 하였읍니다. 하루는 어여쁜 통인(通引) 아이가 색동옷을 입고 목사의 책상 앞에 등대하고 있었더니 집안 하인이 그것을 기생으로 잘못 보고 살같이 내아(內爾)로 뛰어들어가서 그 부인에게 보고를 하였읍니다. 부인이 아무리 질투심이 있더래도 다소 지각이 있는 부인 같으면 다시 알아보고 시비를 하여도 좋겠지마는 하인의 말만 듣고는 당장 질투심이 불같이 복바쳐 나와서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여지며 노기등등하여 가슴에다 잘 드는 칼을 품고 내아 문안에 잔뜩 지키고 있으면서 목사가 들어만 오면 당장에 생사를 결으려고 하였읍니다. 어찌나 극성의 여자이었는지 아침밥도 먹지 않고 나가서 있는 것이 해가 지도록 그대로 지키고 있었읍니다. 목사가 공사를 필하고 내아로 들어오려니까 별안간에 마음이 선뜩하고 머리끝이 쭈뼛 쭈뻣 하였읍니다. 목사는 이상하게 생각하고 드려놓던 발길을 다시 내디디어 뒤로 돌아서니 그 부인이 별안간에 칼을 들고 달려들어 그의 관복자락을 쳐서 끊어뜨렸읍니다. 목사는 크게 놀라 다시 객사(客舍)로 돌아가니 부인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아니하여 소리를 지르며 야료하되 그 늙은 놈의 대가리를 짜르지 못한 것이 한이라 하고 다시 마굿간(馬廐)으로 달려가서 그 칼로 목사의 가장 사랑하는 말을 베었읍니다. 보통의 남자 같으면 그때 당장에 그 부인을 법으로 다스렸겠지만 그는 원래에 덕이 있고 후한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말도 하지 않고 수일을 그대로 있다가 그의 부인이 노기를 풀 만한 틈을 타서 다시 내아를 들어 갔읍니다. 그는 아무 책망도 하지 않고 자기의 문부와 행장을 수습하니 그의 부인이 그 사고를 물었읍니다. 목사는 천연한 태도로 대답하되 요전날에 우리 가정에서 한 일이 벌써 조정(朝廷)에까지 말썽이 되어 내가 벼슬까지 갈리게 되었으므로 행장을 차린다고 하고 그 부인에게는 같이 가잔 말도 하지 않고 자기 하인만 다리고 길을 떠났읍니다. 부인은 허둥지둥하고 광나루(廣津)까지 따라왔으나 도무지 불고하고 서울로 향하니 부인은 다시 따라가지도 못하고 무색하게 혼자 강변에 남아 있었읍니다. 그 후부터 그의 부부는 아주 영이별이 되고 말았읍니다. (靑坡劇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