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팔도 처녀의 각양각색
- 八道 處女의 各樣 各色 (戱談)
바위 틈에 있는 고기는 그 비늘 빛이 바위와 비슷하고 눈 속에서 사는 곰(熊)은 그 털빛이 눈과 비슷하다 이것을 동물학(動物學) 상에 소위 보호색(保護色)이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은 비단 동물 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거지와 먹는 음식물을 따라서 각각 특증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그렇게 깊은 과학적 이야기는 페하고 각 지방의 특산물과 그 땅의 처녀들의 특증을 한 우슴꺼리 삼아 이야기 하려 한다.
◇ 충청도(忠淸道) 청산 보은(靑山 報恩) 처녀는 대초를 많이 먹어 입이 뾰죽하고
◇ 황간 영동(黃間 永同) 처녀는 연감(軟柹)을 많이 먹어 볼이 불룩하고
◇ 경상도(慶尙道) 처녀는 보리밥을 먹고 방귀를 많이 뀌는 까닭에 치마 뒤가 터지고
◇ 평양(平壤) 처녀는 갈매기 알(鷗卯)을 많이 먹어서 얼굴에 알록알록한 죽은깨가 많고
◇ 함경도(咸鏡道) 장진(長津) 처녀는 감자(馬鈴著)를 많이 먹어 머리가 울먹줄먹하고 홍원, 함흥(洪原 咸興) 처녀는 가잠이(比目魚)를 많이 먹어 모들뜨기 눈을 뜨고
◇ 서울의 왕십리(往十里) 처녀는 미나리를 많이 먹어 키가 멀숙하고 송동(宋洞) 처녀는 앵도(櫻桃)를 많이 먹어 입술이 붉고 삼청동(三淸洞) 처녀는 빨래를 많이 하야 손끝이 반들반들하고 광희문(光熙門) 밖 처녀는 똥내를 넘어 맡어서 코가 빼뚤어지고 창의문(彰義門) 밖 처녀는 능금을 많이 먹어 볼댁이가 발갛고
◇ 황해도(黃海道) 신계 곡산(新溪 谷山) 처녀는 머루 다래 치여다 보느라고 고개가 뒤로 잡버지고
◇ 전라도(全羅道) 처녀는 댓글경(竹根)에 찔려서 발을 많이 끌고
◇ 강원도(江原道) 처녀는 나물을 많이 뜯어서 등산을 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