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동염사/각 도 여자의 살림 자랑
- 各道 女子 살님 자랑 (漫談)
서울 여자들은 마루 세간 자랑들을 한다. 방 속에는 아모 것도 없더라도 마루에는 될 수 있는데까지 세간을 많이 진렬하야 웬만한 집이면 의례 찬장, 쌀두주, 팥두주 등속을 즐비하게 버려 놓고 그 우에는 또 목판, 사기 항아리, 대접, 접시, 유리병 또 근래에는 유리 그릇 등속을 많이 쌓노아 어찌 보면 장전이나 사기전 같은 느낌이 있다. 서울 사람들이 원래에 성질이 곱고 얌전하기에 그렇지 만일 평안도 사람 모양으로 팔팔하고 툭탁하고 쌈을 잘 한다면 그런 세간 쯤은 하루도 잘 보존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대체 서울 여자들이 무슨 까닭으로 날마다 쓰지도 안는 그릇들을 그렇게 마루에다 버려 놀가 그것은 아모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다못 서울 사람들이 남자나 여자나 너머 형식과 외면 치례를 조와 하야 속은 붕어 사탕 모양으로 텅 비고도 있는 척 하랴고 그런 세간 나부랑이나마 남이 잘 보이는 마루에다 진렬을 하야 놓는 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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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여자들이 마루 세간 자랑을 한다면 개성(開城) 여자들은 패물(佩物) 자랑을 할 것이다. 조선에서 금패물 조와 하기야 물론 평양 여자이지만 그는 그저 금패물 뿐이요 그것도 대개 화류계 여자들이 그렇지만은 개성의 여자들은 금패물 이외의 비취, 산호, 보석, 기타 옥패물이 어지간이 많다. 평소에는 아모리 부자ㅅ집 여자라도 퍽 검소하게 차리고 있지만은 무슨 잔치나 명철(특히 단오 명절 같은 때) 같은 때이면 가진 패물을 다 차리고 나오는데 웬만한 집 여자는 적어도 패물값이 오륙백 원 내지 천여 원씩 된다. 그리고 혼인 때에도 이 패물과 랑자 값이 제일 많다고 한다. 그리고 집안에 화초 재배 잘 하기와 묘소의 석물(墓所 石物) 치장 잘 하기론 조선에서 제일일 것이다. 이것은 여자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은 개성 이야기를 하는 끝에 잠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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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와 평안도 여자들은 무엇보다도 금침(衾枕) 자랑이다. 밥은 사시에 노랑 조밥을 먹고 평상시 입는 의복은 수목 같은 목속을 많이 입지만은 유독 금침만은 사치를 하야 아모리 가난한 집이라도 비단 이부자리 몇 채씩은 다 있고 웬만한 집이면 수십 채씩 작만하야 서울 여자의 마루 세간 모양으로 한 자랑거리를 삼는다. 그 풍속은 아마 평양의 화류계로부터 나왔는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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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는 풍속이 검박하고 여자들도 경제의 관념이 강하니만치 살님살이도 별 치장이 없다. 그러나 부엌(厨房) 세간 치장은 상당히 한다. 놋그릇 옹기그릇 그중에도 커다란 오지두멍 그곳 말로 오지 우거지 오지 항아리 등속을 수십 개씩 포개 쌓어 놓는다. 그 지방에서는 그 부엌 세간의 많고 적은 것으로 그 집 생활의 빈부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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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여자들은 장독간 자랑을 한다. 서울 여자들이 마루에 사기 그릇을 많이 진렬하듯이 전라도에서는 장독간에 장독을 많이 진렬하야 놓는다. 보통 집에도 수삼십 개 좀 넉넉한 사람의 집이면 수백 개씩은 무려하게 느러 놓는다, 곡성(谷城) 어떤 정씨(丁氏)의 집에는 장독이 오백여 개 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그것은 장이 그렇게 많은 것이 아니라 장 이외의 다른 곡식도 대개는 독에다 담어서 장독간에다 갔다 둔다. 일음은 장독간이지만 사실은 고깐(庫間)과 마찮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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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여자들은 낙가리 (곡식단 쌓어 놓은 것) 자랑을 한다. 강원도는 논이 적고 밭이 많으니만큼 가을에 추수할 때이면 즉시 마당질을 하지 않고 곡식을 거더다가 낙가리를 가리였다가 겨울에 마당질을 하여 드리는데 큰 농가이면 콩낙가리 팥낙가리 조낙가리 수수기장 록두 메불 등 수십여 낙가리가 있다. 어떤 동리를 들어가면 그 낙가리가 마치 돌무덕이 모양으로 많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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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도 여자들은 박아지 다래미(匏을 뀌여 매단 것)와 삼실 뭉치 자랑한다. 경상도는 물론 삼벼 길삼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 삼실 뭉치 많고 적은 것으로 자기 집 살님 자랑을 하고 집집마다 의례히 박아지 다래미가 많은 것이 특색이다. 다른 곳도 농가에는 대개 그것이 있지만은 특이 경상도는 그것이 많어서 어떠한 집에는 수백 개씩을 매다러 두는 집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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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여자는 그러면 무엇이 특색일까 충청도는 인정 풍속이 대개 서울과 같기 때문에 별로 이렇다 할 특색이 없으나 대개 보면 함지박을 많이 쓴다 그것이 자랑이라 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