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55년)/쉽게 씨워진 시
쉽게 씨워진 詩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六疊房은 남의 나라,
詩人이란 슬픈 天命인줄 알면서도
한줄 詩를 적어 볼가,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學費封套를 받어
大學노—트를 끼고
늙은 敎授의 講義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 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沈澱하는 것일가?
人生은 살기 어렵다는데
詩가 이렇게 쉽게 씨워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六疊房은 남의 나라
窓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곰 내몰고,
時代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最後의 나,
나는 나에게 적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慰安으로 잡는 最初의 握手.
一九四二•六•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