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
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銀)빛 물결에 뜨나니

파초(芭蕉)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
이닷 타는 입술을 축여주렴

그 옛적 『사라센』의 마지막 날엔
기약(期約)없이 흩어진 두 낱 넋이었어라

젊은 여인(女人)들의 잡아 못 논 소매끝엔
고운 손금조차 아직 꿈을 짜는데

먼 성좌(星座)와 새로운 꽃들을 볼 때마다
잊었던 계절(季節)을 몇 번 눈 우에 그렷느뇨

차라리 천년(千年) 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
빗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

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
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어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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