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도강록: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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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오른 편에 초가 삼간으로 된 관청이 있어 어사 장군부터 어역까지 직급에 따라 놓인 의자에 앉았고 수석 통역 이하는 두 손을 맞잡고 서 있었다. 사신이 그곳에 도착하자 마두가 "가마를 멈추시오."하고 소리친다. 장군과 어사가 있는 곳을 벗어나 가마를 내려야 할 곳을 지나쳤기 때문이다. 부사와 삼방 역시 이와 같아서 서로 부르는 모습을 보니 너무나 우스웠다. 비장과 역관도 모두 말에서 내려 지나쳐 걸어 가는데 오직 변계함 만이 말을 타고 지나쳤다. 말석에 앉아 있던 호인 한 명이 (이것을 보고) 별안간 조선말로 크게 소리치며 "무례하고 무례하다. 이미 대인이 여기 앉아 계시는데 외국 사신의 부하가 어찌 이리 당돌한가. 빨리 사신께 아뢰어 볼기를 칠 만 하다."하고 꾸짖는다. 몹시 화가난 목소리였지만 딱딱한 혀로 목구멍이 막힌 듯한 소리를 내니 마치 젖먹이 어린아이의 칭얼거림이나 술 취한 사람의 술주정 같이 들렸다. 이자는그는 호행통관인 쌍림이라고 한다. 수석 역관이 "이 자는 저희 나라 어의입니다. 초행 길이라 관례를 잘 모릅니다. 또 어의는 나라의 명의 받을어 대대인을 수호하니 대대인 역시 함부로 대할 수 없습니다. 여러 대감들께서는 황상의 자비로운 마음을 받들어 너무 깊이 따지지 마시고 대국의 아량을 보여 주셨으면 합니다."하고 말하였다.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짓고 "옳소, 옳소." 한다. 오직 쌍림만 눈을 부라리고 목소리를 높이며 화가 풀리지 않았다. 수석 역관이 나를 변군에게 보냈다. 변군이 "큰 낭패를 보았습니다." 하니 내가 "볼기가 걱정이지."하고 대답하였다. 서로 크게 웃고는 소매를 나란히 하여 (책문) 구경을 나섰는데 연신 찬탄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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