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도망! 도망!

깊은 밤 도망을 해 나가려고, 뒷간 뒤에 숨어 서서 순자의 나오기를 기다리던 상호가 그때 몰래 기어 나온 것이 그인 줄 알고 달려들어 보니 큰일났습니다. 천만 천만 뜻밖에 그는 순자가 아니고 단장의 마누라였습니다.

깜짝 놀란 상호 소년이 저절로,

“악!”

하고, 소리칠 때 벌써 그 계집은 놓치지 아니하려고 독사같이 상호의 팔과 몸에 휘감았습니다. 그리고 안쪽을 향하여 잡았다는 소리를 지르려 하였습니다.

“큰일 났다!”

생각한 상호는 앞뒷일을 헤아려 볼 사이도 없이 급히 바른손으로 계집의 입을 틀어막으면서 목을 졸라 껴안았습니다. 나이는 어려도 몸 굴린 몸이라 여자 한 사람쯤은 우스웠습니다.

그 무서운 독사 같은 계집도 상호의 손에 걸리어 숨이 막히고 목이 졸리어 죽을 둥 살 둥 끼룩끼룩하면서 두 다리를 버둥버둥할 때, 그때에 안마루가 쿵쾅거리면서 시커먼 큰 사람이 또 뛰어 나왔습니다.

“이러다간 안 되겠다!!”

생각한 상호는

“엥!”

하고, 소리치면서 계집의 몸을 와락 밀어서 쫓아 나오는 놈에게로 던지니, 나오던 놈은 별안간에 계집의 몸을 받아 안고 쓰러지고, 그 틈에 번뜻 상호는 그네에서 건너뛰는 곡마단 솜씨로 제비같이 날려서 휘딱 뒷담을 뛰어넘었습니다.

쫓아 나오다가 쓰러진 단장이 마누라의 몸을 잡아 일으켜 놓고 뒷담을 넘어서 한길로 나가 휘휘 찾을 때는 벌써 상호는 어디로 갔는지 그림자도 없었습니다.

여관 안은 벌컥 뒤집혔습니다. 단장의 명령으로 부하들은 졸린 눈을 비비면서 옷들을 입고 나섰습니다.

단장 내외는 순자를 두들기면서,

“어디로 도망갈 약속이었느냐.”

고 그것을 대라고 조련질을 하고, 여러 명의 부하는 이 골목 저 골목을 분담해 맡아 가지고, 일제히 상호를 잡으러 나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