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무서운 칠칠단의 떼

문지기 놈의 사지를 묶어서 바깥벽 밑 기호에게 맡겨 두고, 상호는 대담스럽게 그 무섭고 캄캄한 마굴문 안으로 들어가서 문지기 자리에 앉았습니다.

곧장 안으로 뛰어 들어가고 싶기는 하지마는, 어디로 해서 어느 방으로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그 안에 몇 백 명이나 있는지 영문을 몰라서 우선 여기 앉아서 동정을 살펴보아 가지고 들어갈 작정이었습니다.

그 집 속은 꽤 깊은 모양이어서 조금도 사람의 말소리는 가늘게도 들리지 않고, 가끔 가끔 여러 사람의 손뼉 치는 소리가 퍽 멀리서 가늘게 들려올 뿐이었습니다.

이 무서운 마굴 속에 들어와서 여러 놈들의 손뼉 소리를 들으니, 그 집의 깊고 우중충한 것으로든지 무시무시한 것으로든지 마치 멋모르고 지옥 속에 기어들어온 것 같아서, 새삼스럽게 겁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바깥일은 기호가 잘 맡아보려니 하고 믿고, 상호는 안쪽 손뼉 소리나는 그쪽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가만가만 한 걸음 한 걸음 더듬어 가 보았습니다.

기침 소리만 조금 나도 탈이 날 듯하여 숨을 죽이고, 엉금엉금 발을 떼어 놓는데, 그때에 언뜻 사람 소리가 났습니다.

‘인제는 틀렸구나!’

쭈뼛하여 가랑이를 벌린 채 제웅 같이 우뚝 섰습니다. 고개도 까닥 못하고 섰노라니까, 저 등 뒤편에서 어떤 놈이 왔는지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상호는 이제야 조금 제 정신을 차리고 마음이 놓였으나, 들어오는 놈이 어떤 놈인지 얼굴을 맞닥뜨려 가지고 어떻게 새삼스럽게 가슴이 뛰놀기 시작하였습니다.

똑똑 두드리는 것을 헤어보지는 않았으나, 물론 일곱 번을 쳤으려니 하고 상호는 사뿐사뿐히 걸어가서 덜컥덜컥 문을 열고 얼굴을 내밀고 보니까, 거기 키가 9척 같은 얼른 보기에도 중국사람 같아 보이는 놈이 서서 상호 앞에 왼손 주먹을 내밀고 그 위에 오른손 두 손가락을 얹어 보이므로, 상호는 얼굴을 숙인 채 시치미를 뚝 떼고 문을 활짝 열고 그놈을 안으로 들였습니다.

그놈은 별로 눈치를 채지 못한 모양인지 그냥 뚜벅뚜벅 걸어서 어두운 구석을 큰 한길같이 안으로 들어가는지라, 상호는 문을 잠그는 것도 잊어버리고 대담하게 얼른 키 큰 놈의 뒤를 따라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습니다.

그놈은 아무 의심도 안 하는지 의심하면서도 무슨 흉계로인지, 문지기(상호)가 뒤에 서서 들어가는 것을 태연히 알면서 아무 말 없이 그냥 걸어가고 상호는 어두운 속이라 뒤에 바짝 붙어서듯 따라 들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