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외로운 활동

중학동 354번지로 형사의 한 떼가 상호와 순자를 잡으려고 달려들 때에,

“이래도 잡히고 저래도 잡히기는 일반이다.”

생각하고, 높은 들창에 손을 대자마자 곡마단에서 하던 버릇으로 소리도 안내고 휙 뛰어 넘은 상호는 그 길로 그냥 줄달음질하여 서대문 밖으로 나아갔습니다.

급한 대로 들키지 않으려고 서대문 밖으로 오기까지는 하였으나, 그러나 생후에 처음 와 본 길이라 북으로 가야할지 남으로 가야할지 단 한 걸음도 내디딜 길이 망연하였습니다.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요 사람을 죽인 것도 아니요 아무 죄 없는 몸이 곡마단에서 빠져 나왔다고 이렇게까지 남의 눈을 속여 쫓겨 다니게 되는가 생각하면, 우습기도 하고 신세가 슬프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까닭도 모르는 형사들이 사면 방에서 내 몸을 찾고 있을 것이니 눈물만 흘리고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서대문 밖 감옥 옆 금화산 중턱 잔디 위에 앉아서 상호는 온종일 궁리하다 못하여 밑에 있는 일본 사람의 하숙집에 들어가 주인을 청하고 며칠 동안을 파묻혀 숨어 있기로 하였습니다.

그 이튿날이었습니다.

순자와 외삼촌과 그 한기호가 어찌 되었을까, 반드시 잡혀갔을 줄 짐작은 하면서도, 그래도 궁금하고 갑갑해서 못 견뎠습니다. 새벽에라도 곧 중학동 집에 들어가 보려고 몇 번이나 모자를 쓰고 나섰으나, 자기를 마저 잡으려고 밤중에 자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형사들이 지키고 있을 것이 분명하여서, 나섰다가는 도로 들어서고 도로 들어서고 하였건마는, 그래도 갑갑증이 나서 소식을 알려고 저녁 전깃불이 켜지기를 기다려 전처럼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대담스럽게 중학동 거리를 걸어 들어섰습니다.

걸으면서도 이렇게 걸어가다가 들켜서 잡히면 어쩌나 생각을 하니, 외삼촌 댁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크게 뛰놀고 옆으로 지나가는 사람이 모두 형사 같아서 몸이 오싹하였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외삼촌댁에까지 당도하였습니다. 웬일인지 일찍부터 닫혀 있는 대문을 밀어 열고 들어서려 할 때에 갑자기 상호의 가슴은 성큼하였습니다.

혹시 이 대문 안에 형사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난 까닭이었습니다.

상호는 내밀었던 손을 움츠리고, 열까? 말까? 멈칫거렸습니다. 그런데, 그때 천만뜻밖에 뒤에서 와락 달려들어 상호의 바른편 팔을 꽉 붙잡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어린이》 4권 10호 (1926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