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 내린
지붕 지붕엔 밤이 안고

그 안에 꽃다운 꿈이 뒹굴고

뉘집인가 창이 불빛을 한 입 물었[含]다.

눈비탈이
하늘 가는 길처럼 밝구나

그 속에 숱한 애기들을 줍고 있으면
어려서 잊어버린 ‘집’이 살아났다.

창으로 불빛이 나오는 집은 다정해
볼수록 정다워

저 안엔 엄마가 있고
아버지도 살고
그리하여 형제들은 다행하고―

마음이 가난한 이는 눈을 모아
고운 정경(情景)을 한참 마시다―

아늑한 ‘집’이 왼갖 시간에 벌어졌다.

친정엘 간다는 새댁과 마주 앉은
급행열차 밤 찻간에서도
중년 신사는 나비넥타이를 찼고
유복한 부인은 물건을 온종일 고르고
백화점 소녀는 피곤이 밀린 잡답(雜沓) 속에서도

또 어느 조그만 집 명절 떡 치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기댈 데 없는 외로움이 박쥐처럼 퍼덕이면
눈 감고
가다가
슬프면 하늘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