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시집)/무신
그대가 돌이켜 물을 줄도 내가 아노라,
'무엇이 무신(無信)함이 있더냐?' 하고,
그러나 무엇하랴 오늘날은
야속히도 당장에 우리 눈으로
볼 수 없는 그것을, 물과 같이
흘러가서 없어진 맘이라고 하면.
검은 구름은 멧기슭에서 어정거리며,
애처롭게도 우는 산(山)의 사슴이
내 품에 속속들이 붙안기는 듯.
그러나 밀물도 쌓이고 밤은 어둡어
닻 주었던 자리는 알 길이 없어라.
시정(市井)의 흥정 일은
외상(外上)으로 주고 받기도 하건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