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주년 삼일절 기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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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은 민족사의 찬란한 금자탑 1995년 3월 1일 수요일


친애하는 7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우리는 오늘 벅찬 감격과 새로운 결의로 기미독립운동 일흔여섯 돌을 맞았습니다.

광복 50주년에 맞는 3, 1절은 우리 모두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뜻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나는 먼저, 조국과 민족을 위해 몸바친 애국선열들에게 머리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76년 전 오늘, 선조들은 민족의 자주와 나라의 독립을 되찾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습니다. 2천만의 만세소리가 온 천지를 진동시키며, 민족의 자존을 온 세계에 알렸습니다. 꿋꿋한 기상과 불굴의 용기는 압제자의 총칼을 무력하게 했습니다.

정의와 양심의 분노는 빈부와 귀천, 남녀와 노소를 넘어 온 겨레를 뜨거운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그날의 의거는 억눌려 있던 민족의 얼을 다시 일깨웠습니다.

민주공화제의 임시정부가 세워져 대한민국의 주춧돌이 놓였습니다.

자유와 독립을 추구하는 세계 여러 민족에게는 용기와 희망의 등불이 되었습니다. 온 겨레가 생명을 내건 단호한 결의로 독립투쟁에 나서, 그것은 마침내 조국의 광복으로 이어졌습니다.

3, 1운동은 민족사에 찬란한 금자탑으로 우뚝 서고, 그 정신은 우리의 맥박 속에 언제나 살아 숨쉴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광복 반세기라는 뜻깊은 시점을 맞아 우리는 지난 반세기를 결산하고 새로운 반세기를 설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전쟁의 폐허와 분단의 족쇄 속에서 세계 10위권의 번영을 일구어 냈습니다. 자유와 민주에 대한 불타는 의지로 세계에 당당한 문민민주주의의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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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문민정부는 기미독립운동의 정신과 선열들의 이상에 충실한 나라를 만들고자 개혁에 매진했습니다. ‘변화와 개혁’은 나라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우리 사회에는 새로운 화력과 희망이 넘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민족의 자존이 높아진 적은 일찍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선열들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합니다.

억압과 빈곤, 분단과 전쟁의 지난 날을 뒤로 하고 자존과 평과, 통일과 번영의 앞날로 나아가야 합니다. 세계의 뒷편에 머물며 타율의 역사를 살던 비운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서 민족의 뜻을 활짝 펼치는 영광을 실현해야 합니다.

민족사의 대도약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것이 기미독립운동 일흔여섯 돌을 맞은 우리의 결의이자 광복 50주년을 눈앞에 둔 우리 모두의 소명입니다.

동포 여러분!

지금 우리는 세계사의 거대한 새 흐름과 마주하고 있습니다.

한 세기 전, 선조들이 맞았던 역사의 격량보다 훨씬 냉혹한 도전이 닥쳐오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 WTO 출범, 지역통합 등 거대한 물결이 세계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먼저 세계화해야 합니다.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세계화되고 세계일류 수준으로 올라서야 합니다. 그것만이 21세기에 우리가 생존과 번영을 확보하며 세계의 중심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오늘 우리는 3, 1운동과 그 숭고한 정신을 가슴 깊이 되새겨야 합니다.

3, 1운동은 무엇보다도 ‘역사창조의 정신’을 담고 있습니다.

미래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라 결단하고 개척하는 것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3, 1운동은 단순히 침략자를 배격하는 차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존의 의지와 자결의 원칙에 의하여 민족의 밝은 앞날을 창조하려는 뜻을 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스스로의 결단으로 세계화의 길로 나서고 있습니다.

3, 1운동은 또한 ‘민족단합의 정신’을 말하고 있습니다.

76년 전 그날 우리 선열들은 한순간의 머뭇거림도 없이 한마음 한뜻으로 구국의 대열에 몸을 던졌습니다.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민족애와 공동체의식으로 뭉치는 것을 우리 민족의 자랑스런 저력입니다. 그것은 어떠한 시련과 도전도 이겨낼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자산입니다.

100년 전보다 더 큰 역사의 도전 앞에서 우리는 ‘세계화’의 기치 아래 다시 하나가 되어 힘차게 전진해야 합니다.

3, 1운동은 나아가 ‘공존공영의 정신’을 갈파하고 있습니다.

독립선언서는 동양평화와 인류공영이 겨레의 이상임은 천명했습니다.

민족의 울타리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지상의 모든 민족과 모든 나라들이 화해하고 협력해야 할 위대한 정신을 만방에 천명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 모든 나라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협력해 나가면서 민족의 앞날을 개척하고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더 크게 기여해야 합니다.


내외 동포 여러분!


반세기가 다하도록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음은 민족사의 수치입니다.

선열들이 세우려 했던 나라는 분단된 조국이 결코 아니라 통일과 선진의 자주 독립국가입니다.

남과 북은 이제 통일의 큰 길을 활짝 열어야 합니다.

남과 북은 먼저 화해하고 협력하는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우리는 이미 북한의 경수로 건설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경제협력을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든 면에서 북한과 교류하고 협력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제 북한이 변화해야 할 때입니다.

북한은 특히 같은 민족에 대해 비방 중상하는 일을 즉각 중지해야 합니다.

이는 '민족자존' 과 '민족단합'의 3·1정신에도 반하는 일입니다.

아울러 남과 북은 다같이 실현 가능하고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일부터 착실히 실천에 옮겨나가야 합니다.

나는 기미독립운동의 76주년이 북한이 3·1정신을 회복하는 뜻깊은 계기가 되기를 충심으로 기대합니다. 그리하여 분단 50주년인 올해가 통일시대를 여는 역사적인 해로 민족사에 기록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7천만 내외 동포 여러분!


우리는 민족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역사의 주인이 되어야 합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피와 땀, 용기와 지혜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바로 우리가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에 보답하고 자손만대의 큰 기대에 부응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3·1정신을 오늘에 되살려 통일과 선진의 21세기 일류국가라는 겨레의 소망을 기어이 이루어 냅시다.

우리의 자손들이 정의와 도의가 충만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존과 단합으로 빛나는 민족의 일원으로서, 자랑과 긍지를 누리는 새 시대를 우리 손으로 만듭시다.

이 세계의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이 동경하고 선망하는 신천지를 우리 세대가 엽시다. 그리하여 세계평화와 인류번영을 앞서 이끄는 한민족의 위대한 역사를 우리가 창조합시다.

감사합니다.


1995년 3월 1일 대통령 김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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