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63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62주년 삼일절 기념사 제12대 대통령 전두환 제64주년 삼일절 기념사
1982년 3월 1일 월요일


친애하는 5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오늘 우리는 겨레의 자주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분연히 궐기한 기미독립운동의 거룩한 얼을 기리고 이를 오늘에 되살리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읍니다. 63년 전 이민족의 탄압 속에서 맨주먹으로 떨쳐 일어선 선인들의 숭고한 민족정신은 민족의 통일과 민족의 도약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이 시대 우리에게 더욱 새로운 각오를 일깨워 주고 있읍니다.

3.1 독립운동은 외세에 의해 무참히 짓밟힌 우리의 숨결을 되찾기 위한 위대한 생명력의 결정이었던 것입니다. 이 운동은 단순히 남을 배척하는 저항운동에 그친 것이 아니라, 온 겨레의 획기적인 자기발견을 기록한 계기였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본인은 생각하는 바입니다.

3.1운동을 통해서 우리는 첫째 「민족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분명하게 발견하였읍니다. 즉, 민족은 바로 「자주」이어야 하고, 「독립」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주와 독립을 상실하였을 때 그 민족은 유랑민에 불과하며 드디어는 역사에서 그 이름의 퇴장마저 강요당하고 말게 되는 것입니다.

이민족의 잦은 침략에도 불구하고 나라의 명맥과 겨레의 숨결을 계속해서 이어왔던 우리에게 있어 일본통치가 준 쓰라린 교훈은 민족적 자각의 체험적 실마리가 되었으며 3.1운동은 바로 그러한 자각의 발현이었던 것입니다.

둘째로 3.1운동은 「우리 민족은 하나」임을 우리에게 명백하게 확인시켜 주었읍니다. 민족을 위하는 일이었기에 도시와 농촌, 계층과 종교, 그리고 남녀의 성별에 관계없이 모두가 일어선 것입니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으로 갈라져 있던 것이 구왕조시대의 우리의 국가관이었고 생활관이었읍니다. 그러나 나라를 잃은 고난과 설움에 휩싸이게 되자 겨레는 분열을 떨쳐버리고 모두가 공동운명체로 뭉쳐 하나가 되었읍니다. 민족의 일이 곧 나의 일이며 민족문제 해결의 주체는 바로 「나」라고 하는 주인의식이 강하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셋째로 3.1운동은 「세계 속의 우리」의 미래상에 대하여 분명한 인식을 다져주는 운동이었읍니다. 독립선언서에서 명확하게 밝힌 바와 같이, 우리는 우리의 독립이 동양평화와 세계평화, 그리고 인류의 행복에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하는 뚜렷한 세계관을 가지고 이 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겨레의 세계사적 역할과 기여에 대한 의지의 발로이자 자신감의 표시였읍니다.


국민 여러분.


3.1운동을 통해 겨레가 기록한 이러한 자기발견의 역사는 오늘의 전진을 이룩하는 데 있어 크나큰 정신적 토대가 되고 있읍니다. 자주, 자립정신을 드높이고 국민적 단결을 튼튼히 하는 가운데 세계 속의 한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오늘의 모습을 볼 때 「민족자존의 정권이 영유」하기를 그토록 바랐던 선인들도 기뻐하리라고 본인은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하는 것이 있읍니다. 그것은 다름아닌 이와 같이 거룩한 겨레의 전진대렬에 휴전선 북쪽에 있는 형제자매들이 함께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겨레가 하나로 뭉치는 것은 오늘을 사는 민족전체의 절실한 염원일 뿐 아니라 동시에 3.1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완성시키는 길이기도 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민족통일의 정도를 개척하는 데 있어서 우리는 3.1운동이 제시한 역사적 교훈을 매우 중시해야 한다고 본인은 생각하는 바입니다.

첫째로 통일은 반드시 민족자결의 원칙에서 실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통일의 주체는 민족으로서, 통일을 성취하는 일은 바로 민족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입니다. 본인이 지난 1월 22일 민족자결의 원칙에 의한 민족화합 민주통일을 제창하면서 남북한당국간의 대화를 재강조한 것은 바로 그와 같은 확신에 기초를 둔 것입니다.

둘째로 통일은 어디까지나 「민족은 하나」라는 인식 아래 추진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역, 이념, 종교, 계층의 구별없이 온겨레가 참여하는 통일이야말로 진정한 민족통일인 것입니다. 민족을 이간시키고 민족성원간의 반목과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행위나 언동은 중지되어야 하며, 남북한간에 민족이질화를 멈추고 해소하는 성실한 조치들이 하루바삐 취해져야 할 것입니다.

셋째로 통일은 평화와 인류의 행복에 공헌하는 방식의 통일이어야 합니다. 전쟁을 수단으로 한 통일은 조국을 폐허로 만들 것은 물론이고 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 그리고 나아가 세계평화를 크게 위협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것은 전인류, 특히 겨레의 행복을 정면으로 짓밟는 일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는 민족자결의 원칙하에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통일을 성취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읍니다. 이와 같은 성스러운 우리의 노력 앞에는 좌절이나 체념이 허용될 수 없읍니다. 통일은 나라와 겨레의 장래와 직결된 과제로서 이를 다음 세대의 짐으로 넘겨버리는 악순환도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입니다. 통일은 기필코 우리 세대의 손으로 이룩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결의와 자신감이 우리에게는 필요한 것입니다.

투철한 신념과 강력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목표는 반드시 달성되고야 말 것입니다. 이와 아울러 우리 자체의 통일역량을 기르는 데도 배전의 열성을 기울여야 하겠읍니다.

무슨 일이든 말과 희망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읍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3.1운동이 잘 가르쳐주고 있읍니다. 독립의 열망이 매우 간절했고, 또 그 열망이 매우 정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것만으로 독립을 쟁취하지는 못했던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우리의 힘이 부족했던 때문입니다. 따라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집념을 키워가는 한편으로 그것을 현실화할 수 있는 자체역량의 축적을 위하여 우리는 피나는 노력을 해나가야 하겠읍니다.

전국민의 저력과 자신감이 모아질 때 80년대의 통일의 실현, 그리고 민족의 도약의 실현이 반드시 이루어질 것을 확신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하는 바입니다.

감사합니다.


1982년 3월 1일 대통령 전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