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6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46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45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제47주년 광복절 경축사
1991년 8월 15일 목요일


친애하는 7,000만 내외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


오늘 우리는 겨레와 나라의 밝은 장래에 대한 믿음을 다 함께 나누며 광복 46주년을 맞습니다.

우리 근대사에서 지금처럼 나라에 생동력이 넘치며 국민 모두가 자신감에 충만했던 때는 없었습니다.

우리 선열들이 꿈결에도 그리던 영광스런 나라를 이 세기 안에 우리 세대의 힘으로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민족의 생존권까지 남에게 유린당한 어둠의 지난날은 역사의 장이 되었습니다.

남에 의해 나라를 분단당하고 동족상잔의 처절한 전쟁을 치렀던 수난의 시대도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 세기에 들어와 국권을 침탈당하고 식민통치의 핍박을 감수해야 했던 약소민족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선 자랑스러운 나라를 이루고 있습니다.

자유와 번영의 힘이 줄기차게 뻗어나고 있습니다.

7,000만 겨레가 한 나라 속에 평화롭게 살 통일의 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전후, 우리 민족을 남북으로 갈라놓은 것도…국제사회의 변두리에 머물게 해 온 것도 이 세계의 냉전체제 때문이었습니다.

지난 3~4년 새 세계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세기적 변혁을 앞장서 이끌어 지난 반세기 우리 앞을 가로막아 온 냉전의 굳고 높은 벽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는 지난 2년 새 지난날 냉전체제의 다른 한쪽 종주국이었던 소련과 국교를 열고 우호 협력하는 관계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는 동중부 유럽 국가들과도 외교관계를 수립하였으며 이웃 중국과도 무역대표부를 교환 설치하였습니다.

우리 겨레 앞에 세계는 하나가 되었으며 온 지구촌이 우리 국민의 활동무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어떠한 외부의 요인도 우리 민족의 앞날을 가로막거나 통일에 장애가 될 수는 없습니다.

작년 12월 저와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발표한 모스크바선언과 지난달 한, 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그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남북한의 유엔 가입은 한국전쟁 이후 남북관계의 가장 큰 전환일 것입니다.

북한이 이제까지의 완강한 태도를 바꾸어 유엔에 들어오는 것은 개방된 세계로 나오는 시발일 것입니다.

우리가 한 나라가 아니라 두 회원국으로 유엔에 가입하는 것은 분명히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남북이 먼저 공존공영하는 관계를 이루는 것이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기 때문에 이를 추구해 왔습니다.

저는 남북한의 유엔 가입이 이 땅에 전쟁의 위협과 대결을 제거하고 진정한 평화와 자주통일의 시대를 여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남북한은 이제 모두가 유엔 헌장을 준수해야 하며 국제사회의 보편적 가치와 원칙을 실천하여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복지에 공헌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남과 북은 무엇보다 먼저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책무를 다해야 합니다.

북한은 바깥 세계와 높은 담을 쌓은 폐쇄체제로는 스스로의 발전도 이룰 수 없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성원으로 나서기 위해서도 먼저 남북한 관계를 정상화 하고 이를 진전시켜야 합니다.

남과 북은 유엔 회원국이 됨으로써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상호 신뢰하며 협력하는 관계를 적극적으로 이루어 통일의 길로 함께 나아가야 합니다.

동포 여러분. 나라의 분단은 남에 의해 이루어졌으나 통일은 우리 겨레 스스로의 의사와 자주적 역량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한반도의 모든 문제도 남북 간의 대화를 통해 해결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의 긴장과 대결을 해소하고 민족의 화해를 실현하기 위해 정치, 군사 분야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북한과 제한 없이 협의할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냉전을 청산하는 일은 무엇보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한의 동포가 서로 오가며 이해하고 믿음을 쌓아가는 일부터 시작되어야 합니다.

남북으로 갈라져 다른 정치체제 아래 살더라도 한민족은 하나입니다.

세계가 하나의 지구촌을 이루고 있는 이 시대에 남북한 간에 통신, 통행, 통상의 길마저 단절된 상태를 그대로 두고 남북한 관계는 진전될 수 없습니다.

최근 남북한 간에 물자교류가 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며 이러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면 그것은 민족성원 모두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북한의 특정한 지역에 합작공장을 건설하거나 관광, 지하자원을 공동개발할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남북이 제 3국에 공동진출할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열릴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북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이 회담에서 남북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실현 가능한 구체적 합의를 도출하여 이러한 것을 하나하나 실천함으로써 실질적인 관계개선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가 서울 올림픽을 인류화합의 축제로 치르고 한국이 세계의 중심국가로 떠오르고 있는 것도 우리 모두의 피땀으로 일군 번영의 힘에 바탕하고 있습니다.

7,000만 겨레가 한 나라를 이룰 통일도 경제력의 뒷받침 없이는 이룰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세기 안에 대망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1인당 국민소득 6,000달러로 신흥산업국가의 위치에 서 있습니다.

이 단계로부터 선진국으로 올라서는 길에는 거센 도전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우리는 급속한 성장과정 속에 누적된 갈등과 불화의 요인…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도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 모든 과제를 해결하고 선진국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 그리고 국민 모두의 자세가 보다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것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앞선 나라 국민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서 절약하지 않고서는 그들을 따라갈 수 없을 뿐 아니라, 각자의 행복한 삶도 기약할 수 없습니다.

저는 국민 모두가 다시 일어서 번영을 더욱 키우는 데 힘을 뭉쳐 주실 것을 촉구 합니다.

우리는 민주주의만이 민족성원 누구나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나라를 이루는 길이며 통일을 성취하는 바탕이라는 믿음을 나누고 있습니다.

지난 4년간 민주주의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 과정에서 우리는 안정과 질서가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토양이라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제 국민적 합의 위에 민주적 안정의 기반이 굳건해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그것을 통해 국민화합을 실현하고 더 큰 발전의 힘을 이끌어 내야 하는 성숙한 단계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 정치도 갈등과 불안을 조장하는 정치로부터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역량을 모으는 창조적인 정치로 탈바꿈되어야 합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그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저는 민주주의를 연 대통령으로서 민주주의가 모든 분야에서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굳건한 터전을 닦을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없이 우리는 현실을 바로 보고 그 위에서 밝은 내일을 창조할 수 없습니다.

해방 이후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겪어온 격동과 변화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파란만장의 현대사를 몸으로 부딪쳐 살아오면서 그것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정당하게 평가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사회 일각에 우리 역사를 비뚤게 보고 왜곡하는 시각이 자리 잡아 왔습니다.
시대착오적인 계급혁명론에 바탕하여 나라의 정체성 자체까지도 부정하는 주장이 일부 젊은 세대를 현혹하고 있습니다.

정치적 변동이 있을 때마다 과거를 송두리째 부정하려 해 온 나머지 우리 현대사의 모든 것을 단절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잘못된 풍조도 있습니다.

오늘의 세기적 변혁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이제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역사의 큰 흐름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공산독재는 엄청난 비극과 유혈을 남긴 채 실패한 역사로 끝났습니다.

민주공화국을 선포한 상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이 나라의 정통성은 이제 세계와 역사 속에 더욱 확고하게 정립되었습니다.

진정한 민주주의 시대와 함께 정부의 정통성도 바로 섰습니다.

우리의 지난날이 모두 잘못된 것이고 부정되어야 할 것이라면 세계가 놀라워하는 급속한 발전도… 자유와 번영이 넘치는 오늘의 나라도 있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현대사를 올바로 조명하여 잘못은 우리의 참된 교훈이 되게 해야 합니다.

잘한 일… 자랑스러운 역사는 주옥처럼 엮어 우리들 다음 세대가 이어가게 해야 합니다.

우리 선열들은 나라 잃은 그 깜깜한 시대에도 스스로 횃불이 되어 민족사의 정통성을 밝혔습니다.

그 숭고한 뜻이 깃든 이 독립기념관에서 광복 46년을 맞으며 우리 역사를 우리 스스로가 바로 세우는 일에 다 함께 나설 것을 다짐합니다.

동포 여러분. 이 세기가 다하기 전에 우리는 겨레의 소망을 이루어 새로운 세기를 영광 속에 맞을 것입니다.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불사조처럼 일어나 자유의 활력이 넘치는 오늘의 나라를 이룬 우리 국민의 저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겨레의 뛰어난 슬기와 역량을 뭉쳐 번영이 넘치는 나라… 세계 속에 당당한 민주주의의 나라를 이룰 것입니다.

광복 반세기를 내다보는 오늘까지 나라의 분단이 가시지 않고 민족은 남북으로 갈라져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분단의 비극을 안겨 준 그 세계질서 자체가 와해되고 한반도는 통일을 향해 큰 움직임을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통일로 이끌 것이며, 통일의 날은 머지않아 올 것입니다.

7,000만 우리 겨레가 한 울타리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누리는 날, 우리는 진정한 광복을 완수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겨레 모두의 역사적 소명임을 가슴 깊이 새기며, 나라와 겨레의 밝은 앞날을 위해 모두가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합니다.

46주년 광복절을 온 겨레와 함께 경축하며 오늘의 우리를 이처럼 자랑스러울 수 있게 한 애국선열과 광복지사 여러분께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1991년 8월 15일 대통령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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