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45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44주년 광복절 경축사 제13대 대통령 노태우 제46주년 광복절 경축사
1990년 8월 15일 수요일


친애하는 7천만 내외동포 여러분, 이 자리에 참석하신 내빈 여러분.


오늘 우리는 새로운 희망 속에 광복 45주년을 맞습니다.

이제 어둠과 빛이 엇갈린 20세기가 저물어 갑니다.

10년 후면 대망의 21세기가 열립니다.

우리는 선열들이 꿈결에도 그려온 자랑스런 조국을 이 세기 안에 이루겠다는 결의 속에, 20세기 마지막 년대의 첫 광복식을 맞습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의 역사를 이 세기 안에 마무리 지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7천만 민족이 한 나라 한 울타리 속에서 자유와 번영을 누리며 인류의 공영을 위해 빛나는 공헌을 할 영광의 새로운 세기를 맞을 것입니다.

올해는 약소민족으로 나라를 잃은 국치 80년이 되는 해입니다.

겨레와 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진 지 45년, 동족상잔의 전쟁이 일어난 지 40년이 됩니다.

이 험난했던 민족사의 굽이는 20세기의 전반이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가혹한 수난의 시기였던가를 말해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라 없는 그 깜깜했던 시대에도 유구한 역사를 통해 맥맥히 이어져 온 우리의 민족정신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찬연한 빛을 발휘해 왔습니다.

온갖 압제 속에서도 자주독립과 겨레의 자유를 찰기 위한 투쟁은 국내외에서 그치지 않았고, 숱한 선열들은 하나뿐인 목숨마저 흔연히 던졌습니다.

저는 오늘 이 뜻 깊은 자리에서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신 애국 선열제 머리숙여 경의를 표합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 국민은 놀라운 힘으로 일어나 어들의 역사를 걷고 20세기의 후반을 위대한 성취의 시대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보릿고개가 길기만 했던 가난의 세월은 나이든 세대의 지난 얘기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가난한 농업국가를 번창하는 산업원가로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연간 교역 1천 300억 달러의 무역국가로 발돋움하여 세계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배우지 못한 한과 패배의식이 늪처럼 온 사회에 깔려 있던 시대도 갔습니다.

교육열과 성취의욕에 불타는 우리 국민은 무엇이든 못해낼 것이 없다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이 세계 누구도 이제 우리를 힘없는 민족으로 넘보지 못합니다.

한국은 세계 무대에 새롭게 떠오르는 한 중심국가가 되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하나가 되어 전쟁의 위험이 아직 가시지 않은 이 분단된 땅에서 가장 훌륭한 인류평화의 축제를 열었습니다.

세계가 서울올림픽을 통해 발전의 힘이 고동치는 오늘의 한국을보았으며, 우리의 큰 저력에 경탄하였습니다.

우리의 더 큰 보람은 진정한 민주주의의 시대를 다 함께 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유와 번영이 함께 어우러져 꽃을 피우는 선진국을 항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동포 여러분.


이제 우리에게 자유의 큰 길은 열렸습니다.

번영에 이르는 넓은 길도 닦아졌습니다.

우리 국민 모두 직분과 최선을 다하여 자자손손 복된 삶을 누리는 훌륭한 나라를 이룩할 것이라는 희망이 충만합니다.

이제 민족의 지상과업은 이 세기가 다하기 전에 통일을 이루는 일입니다.

분단이 오늘날까지 우리 민족에게 가져다 준 비극과 고통은 세계사에도 그 유례가 없을 것입니다.

이 세계에서 우리에게 분단을 가져다 준 냉전체제는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자유와 번영,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려는 도도한 물결이 억압과 폐쇄의 굳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개방과 개혁의 조류는 이제 누구의 힘으로도 막지 못할 역사의 흐름을 이루고 있습니다.

분단된 동서독일이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오늘의 현실은 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이 세계의 급격한 변화를 실증해 주고 있습니다.

이제 한반도의 남북간에도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남북으로 갈라진 민족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는 통합의 과정을 재촉해 나가야 합니다.

한반도만이 이 지구상에서 냉전의 대결로 인한 단 하나의 분단국가로 남아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분단은 남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통일은 우리 민족의 자주적 의지와 역량에 의해 이루어져야 합니다.

이제 남북간의 화해와 통일을 가로막을 외부적 장애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동서세계 모두가 분단의 대결을 공존공영의 평화구조로 바꾸어 통일을 이루려는 우리의 노력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열린 한, 소 정상회담과 북방정책의 급속한 진전은 한반도의 주변 국제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말해 주는 것입니다.

한 나무 잎새의 변화를 보고 우리는 천하에 가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한반도의 분단상황에도 큰 변화는 시작되었습니다.

분단 반세기를 눈앞에 둔 앞으로 4~5년간은 통일을 향한 결정적인 시기가 될 것입니다.


동포 여러분.


한 나라, 한 민족을 남북으로 가르는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사람은 물론 편지 한 장, 전화 한 통화도 오갈 수 없는 단절의 상태가 40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남북한 겨레 사이의 이같은 단절을 그대로 두고 화해와 통일을 말하는 것은 한낱 환상이나 허구일 뿐입니다.

이 지구상 어느 곳이든 못 갈 곳이 없는 오늘의 개방된 세계에서 남북의 부모형제, 친척들이 서로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이념과 정치의 모든 논리를 넘어서는인륜의 문제 입니다.

40여 년을 보과 북으로 갈라져 살아온 수많은 리산가족들은 이제 백발의 노인이 되었습니다.

생전에 그리운 가족을 다시 만나고 두고 온 고향산천을 가보려는 이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게 하는 일은 더 이상 미를 수 없습니다. 나는 지난 7월 20일 남북동포의 절실한 바람을 실현하고, 민족통합을 앞당기는 전기를 마련하기 위해 이번 광복절을 기해 남북이 휴전선을 열고 ‘민족대교류’를 실시하자고 했습니다.

북한당국이 당치도 않은 이유와 조건을 붙여 남북동포간의 왕래를 거부하고 있는 것은 유감된 일입니다.

남북간의 자유왕래는 통일을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정이며, 우리는 줄기찬 노력으로 민족의 교류를 실현할 것입니다.

오는 추석이든, 년말년시든 북한이 응하는 어느 때에도 남북의 동포들이 제한없이 원하는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우리는 모든 태세를 갖출 것입니다.

우리는 이념과 체제가 다른 나라와도 사람과 물자가 제한없이 오가는 교류의 넓은 길을 열고 협력의 관계를 강화해 가고 있습니다.

남북의 같은 겨레가 교류하며 서로 돕는 협력의 관계를 이루지 못할 그 어떤 명분, 그 어떤 이유도 있을 수 없습니다.

서로의 교류 없이 남북간에 깊게 패인 부신과 반목 친 골을 메워 신뢰를 심을 길은 없습니다.


동포 여러분.


우리는 인내와 성실로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실현할 것입니다.

남북간의 군사대결을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것도 상호신뢰에 바탕한 대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정치, 군사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제한없이 북한과 협의할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나는 남북간의 무력사용 포기선언과 부가침협정의 체결, 현재의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와 서울과 평양에 상호 상주대표부를 설치하는 문제 등 모든 문제에 관해 남북의 책임있는 당국자들이 논의할 때가 왔다고 확신합니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전쟁의 위협을 제거하고 남북대결을 지양하여 민족화합의 시대를 열기 위해 군비통제도 진지하게 협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나는 다음 달 열기로 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대화가 진전되기를 바라며, 이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조속히 실현되기를 기대합니다.


국민 여러분.


남북의 겨레가 한 나라를 이루는 통일의 날이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닙니다.

통일을 이루는 데에는 우리 모두의 땀과 슬기, 참을성과 역량이 모아져야 합니다.

모두가 힘껏 일하고 헌신하여 통일을 이를 번영의 힘을 더욱 키워야 합니다.

온 국민 각계각층의 단합된 힘으로 이 세계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통일의 길을 개척해 가야 합니다.

7천만 우리 겨레 앞에 밝은 미래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억압과 시련, 분단과 대결로 얼룩진 어두운 과거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자유, 평등, 평화, 행복이 넘치는 나라’는 겨레의 소망을 담은 노랫말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우리가 이 세기 안에 이룰 나라입니다.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뭉쳐 통일의 시대를 열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


1990년 8월 15일 대통령 노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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