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입옥 자원
대철학자 쇼펜하우어는 문명인이란 것은 남을 괴롭게 하는 소음이나 잡음을 내지 않는 사람을 말한 것이라고 했답니다. 아닌게아니라 두뇌를 써서 노작(勞作)하는 이에게 있어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소음처럼 귀찮은 것은 없을 것입니다.
시성(詩聖) 괴테가 저작에 몰두하고 있을 때에 바로 옆집에서 수리 공사를 하느라고 목재를 자르는 소리, 돌을 깨뜨리는 소리가 너무도 요란히 들려서 일을 할 수 없으므로 그는 필경 그 옆집을 매수하여 공사를 중지시켜 버리고서 다시 자기의 저작을 계속했다고 하는 일화도 있습니다.
18세기의 프랑스 희극 작가로서 명성이 높던 작곡가 메율은 어느 날 돌연히 경시청에 출두한 일이 있습니다.
“제발 소원이니 나를 곧 감옥에다 가두어주시오.”
웬 범인이 이같이 자원하여 감옥에 들어가려나 하고 놀라 접수원은 곧 부장에게 이 사유를 고했던 것입니다.
“감옥에? 흥, 별놈도 다 많군. 대관절 무슨 죄를 짓고 왔는지 취조를 해 보면 알겠지.”
이윽고 메율은 부장 앞에 끌려 나갔습니다. 부장은 자수한 범인을 보자 또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찍이 여러 번 그의 얼굴을 보았을 뿐만 아니라, 그가 당대 일류의 대작곡가인 것까지도 잘 알고 있었던 까닭입니다.
“응, 당신은 작곡가가 아니요? 무슨 까닭에 감옥에 들어가려고……?”
“네, 나는 작곡가 메율입니다.”
“무슨 죄를 지었기에 감옥에 들어가겠다고 자수를 하느냔 말이오? 자세한 사정을 말하시오. 어떤 범죄란 말이오?”
“범죄? 아니, 나는 결코 죄인은 아닙니다. 또 범죄한 사실도 절대로 없습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감옥에 가두어 달라고 자원 출두했다지요?”
“네, 그렇습니다. 감옥에……. 나는 감옥으로 들어가야만 될 일이 있어서 온 것입니다.”
“당신은 필경 작곡에 너무 몰두한 까닭에 정신에 이상이 생긴 모양이구려.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닌 범죄를 한 까닭에 실성을 한 것이겠지요. 자, 가만히 정신을 차려가지고 그 범죄 사실을 자세히 고백하시오.”
“천만의 말씀! 나는 범죄자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사실을 설명할 테니 들어보시오 . 이 시내에는 악대가 너무도 많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뚱땅거리며 야단법석을 해대니 이것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사람이 견딜 노릇입니까? 나는 일각이라도 속히 조용한 곳으로 가야 되겠습니다. 그놈들이 뚱땅거리는 통에 나는 일을 얼마나 밑졌는지 모릅니다. 제발 더도 그만두고 2,3주일 동안만 감옥에 가두어주신다면, 나는 옥중에서 내가 시작한 가극의 작곡을 끝내려고 합니다.”
물론 이 자수자는 무죄 방면이 되었습니다.
- 메율(Etienne Nicolas Mehul)은 1763년 6월 22일에 출생하여, 1817년 10월 18일에 사망한 프랑스 희가극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