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만필/쌍둥이 바이올린

바이올린계의 귀재 파가니니는 누가 보든지 조금도 구별할 수 없이 꼭 같은 카르네리우스 제(製) 바이올린 두 개를 가졌다고 합니다. 그가 막 연주를 마치고 나서 그 바이올린을 다른 한 개의 바이올린과 나란히 놓고서,

“어떤 것이 지금 내가 연주한 악기인지 알아맞히는 이에게는 그 악기를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한댔자 그것을 알아맞힐 사람은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에는 물론 그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일찍이 파가니니가 영국에서 연주 여행을 하고 파리로 돌아오는 도중에 그가 생명과 같이 위하던 애기(愛器) 카르네리우스에 조그만 파손이 생겼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파리에 도착하자마자 곧 바이올린 제조의 사장(師匠) 뷔이옴(Vuillaume)에게로 달려가서 수선을 의뢰했던 것입니다.

수 일이 지나자 뷔이옴은 애용기 카르네리우스의 수선이 다 되었으니 와보라고 파가니니에게 기별했습니다.

“너무 오래 되어서 미안합니다. 바이올린은 완전히 수선되었으니 선생님의 것을 찾아가십시오.”

하고 주인은 파가니니 앞에 두 개의 바이올린을 내놓았습니다. “선생님의 것을……”하고 내놓은 두 개의 바이올린, 그 말부터가 적이 이상하게 들렸지만 그는 자기의 애용하는 악기에 대하여 아무리 조그마한 특징까지라도 모두 잘 기억하고 있는 이상 설혹 꼭 같은 악기가 또 있다손 치기로서니 제것을 제가 몰라보랴 하면서 파가니니는 서슴지 않고 두 개의 바이올린을 서로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윽고 그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뷔이옴이 내놓은 두 개의 악기는 어느 모로 뜯어보든지 추호만큼도 틀림이 없는 쌍둥이 바이올린이었습니다.

파가니니는 갑자기 안색이 변했습니다. 놀라기도 했으려니와 자기가 불명(不明)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생명보다 귀중히 여기는 자기의 애기(愛器), 여러 해 동안 쓰고 닦던 자기의 악기를 찾아내지 못한다는 것은 실로 불명예도 되려니와, 한편으로는 뷔이옴을 대할 면목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는 갑자기 일어나는 심적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서 광인과 같이 실내를 왔다갔다 했습니다.

천만 의외에 이 광경을 당하게 된 뷔이옴은 그만 크게 낭패했습니다. 그 역시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예상도 못했던 것입니다.

“선생님, 잠깐 진정하고 계십시오. 나는 결코 악의로 이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나는 선생의 비장한 악기를 맡게 되자 천재의 명기와 조금도 틀림이 없는 것을 한 개 만들어보겠다는 호기심에서 무아몽중으로 온 심혼을 다 쏟아서 이것을 만든 것입니다. 선생의 마음을 놀라시게 한 사과로 나의 수제품도 마저 드리겠으니 두 개를 다 가져가십시오.”

이같이 말하고서 바이올린 제조사는 자기의 모조품을 집어서 파가니니에게 선사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카르네리우스라면 세계에 둘도 없다고 할 만큼 유명한 바이올린 제조가였던 까닭에 후세에 바이올린을 제조하는 이들은 그의 비법을 연구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그와 꼭 같은 것을 모조해 보겠다는 것이 그네들의 소원이었던 것입니다.

바이올린 제조사의 말을 들은 파가니니는 두 번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같이 하여 세상에도 드물고 귀한 일품은 두 개나 자기의 소유가 된 것입니다. 그는 감격하여 깊이 감사의 뜻을 표하고서 그의 모조품까지 가지고 갔습니다.


  • 파가니니(Niccolo Faganini)는 1782년 10월 27일에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탄생하여, 1840년 5월 27일에 니스에서 서거한 유사 이래의 최대한 기교적 바이올리니스트니, 현시의 제금(提琴)악이 범 백 음악 중에 가장 중요한 지위를 점유하게 된 것도 기실은 파가니니가 제금(提琴)상의 모든 신연주 기법을 발견 안출한 공로에 의함이 지대하다고 할 것입니다. 또 그의 작품 중 「제금 협주곡」과 「24개의 광상곡」은 그 연기의 지난한 점으로 바이올린 악상에 유명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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