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독
금제(禁制)
편집내가치던개(狗)는튼튼하대서모조리실험동물로공양되고그중에서비타민E를지닌개(狗)는학구의미급과생물다운질투로해서박사에게흠씬얻어맞는다하고싶은말을개짖듯배앝아놓던세월은숨었다. 의과대학허전한마당에우뚝서서나는필사로금제를앓는(患)다. 논문에출석한억울한촉루에는천고에씨명이없는법이다.
―〈조선일보〉, 1936.10.4.
추구(追求)
편집안해를즐겁게할조건들이틈입하지못하도록나는창호를닫고밤낮으로꿈자리가사나와서나는가위를눌린다어둠속에서무슨내음새의꼬리를체포하여단서로내집내미답의흔적을추구한다. 안해는외출에서돌아오면방에들어서기전에세수를한다. 닮아온여러벌표정을벗어버리는추행이다. 나는드디어한조각독한비누를발견하고그것을내허위뒤에다살짝감춰버렸다. 그리고이번꿈자리를예기한다.
―〈조선일보〉, 1936.10.4.
침몰(沈歿)
편집죽고싶은마음이칼을찾는다. 칼은날이접혀서펴지지않으니날을노호하는초조가절벽에끊치려든다. 억지로이것을안에떠밀어놓고간곡히참으면어느결에날이어디를건드렸나보다. 내출혈이뻑뻑해온다. 그러나피부에상채기를얻을길이없으니악령나갈문이없다. 가친자수로하여체중은점점무겁다.
―〈조선일보〉, 1936.10.4.
절벽(絶壁)
편집꽃이보이지않는다. 꽃이향기롭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거기묘혈을판다. 묘혈도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속에나는들어앉는다. 나는눕는다. 또꽃이향기롭다. 꽃은보이지않는다. 향기가만개한다. 나는잊어버리고재처거기묘혈을판다. 묘혈은보이지않는다. 보이지않는묘혈로나는꽃을깜빡잊어버리고들어간다. 나는정말눕는다. 아아. 꽃이또향기롭다. 보이지도않는꽃이--보이지도않는꽃이.
―〈조선일보〉, 1936.10.6.
백화(白畵)
편집내두루마기깃에달린정조배지를내어보였더니들어가도좋다고그런다. 들어가도좋다던여인이바로제게좀선명한정조가있으니어떠냔다. 나더러세상에서얼마짜리화폐노릇을하는셈이냐는뜻이다. 일부러다홍헝겊을흔들었더니요조하다던정조가성을낸다. 그리고는칠면조처럼쩔쩔맨다.
―〈조선일보〉, 1936.10.6.
문벌(門閥)
편집분총에계신백골까지가내게혈청의원가상환을강청하고있다. 천하에달이밝아서나는오들오들떨면서도처에서들킨다. 당신의인감이이미실효된지오랜줄은꿈에도생각하지않으시나요―하고나는의젓이대꾸를해야겠는데나는이렇게싫은결산의함수를내몸에지닌내도장처럼쉽사리끌러버릴수가참없다.
―〈조선일보〉, 1936.10.6.
위치(位置)
편집중요한위치에서한성격의심술이비극을연역하고있을즈음범위에는타인이없었던가. 한주―분에심은외국어의관목이막돌아서서나가버리려는동기요화물의방법이와있는의자가주저앉아서귀먹은체할때마침내가구두처럼고사이에낑기어들어섰으니나는내책임의맵시를어떻게해보여야하나. 애화가주석됨을따라나는슬퍼할준비라도하노라면나는못견뎌모자를쓰고밖으로나가버렸는데웬사람하나가여기남아내분신제출할것을잊어버리고있다.
―〈조선일보〉, 1936.10.8.
매춘(買春)
편집기억을맡아보는기관이염천아래생선처럼상해들어가기시작이다. 조삼모사의싸이폰작용. 감정의망쇄.
나를넘어뜨릴피로는오는족족피해야겠지만이런때는대담하게나서서혼자서도넉넉히자웅보다별것이어야겠다.
탈신. 신발을벗어버린발이허천에서실족한다.
―〈조선일보〉, 1936.10.8.
생애(生涯)
편집내두통위에신부의장갑이정초되면서내려앉는다. 써늘한무게때문에내두통이비켜설기력도없다. 나는견디면서여왕봉처럼수동적인맵시를꾸며보인다. 나는기왕이주춧돌밑에서평생이원한이거니와신부의생애를침식하는내음삼한손찌거미를불개아미와함께잊어버리지는않는다. 그래서신부는그날그날까무러치거나웅봉처럼죽고죽고한다. 두통은영원히비켜서는수가없다.
―〈조선일보〉, 1936.10.8.
내부(內部)
편집입안에짠맛이돈다. 혈관으로임리한묵흔이몰려들어왔나보다. 참회로벗어놓은내구긴피부는백지로도오고붓지나간자리에피가아롱져맺혔다. 방대한묵흔의분류는온갖합음이리니분간할길이없고다물은입안에그득찬서언이캄캄하다. 생각하는무력이이윽고입을뻐겨젖히지못하니심판받으려야진술할길이없고익애에잠기면버언져멸형하여버린전고만이죄업이되어이생리속에영원히기절하려나보다.
―〈조선일보〉, 1936.10.9.
육친(肉親)
편집크리스트에혹사한한남루한사나이가있으니이이는그의종생과운명까지도내게떠맡기려는사나운마음씨다. 내시시각각에늘어서서한시대나눌변인트집으로나를위협한다. 은애―나의착실한경영이늘새파랗게질린다. 나는이육중한크리스트의별신을암살하지않고는내문벌과내음모를약탈당할까참걱정이다. 그러나내신선한도망이그끈적끈적한청각을벗어버릴수가없다.
―〈조선일보〉, 1936.10.9.
자상(自傷)
편집여기는어느나라의데드마스크다. 데드마스크는도적맞았다는소문도있다. 풀이극북에서파과하지않던이수염은절망을알아차리고생식하지않는다. 천고로창천이허방빠져있는함정에유언이석비처럼은근히침몰되어있다. 그러면이곁을생소한손짓발짓의신호가지나가면서무사히스스로와한다. 젊잖던내용이이래저래구기기시작이다.
―〈조선일보〉, 1936.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