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현궁의 봄/제13장
十三
편집『쉬!』
『?』
『가만! 이게 무슨 소리냐?』
일동은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헷귄가?』
『자 대감 거시오.』
『걸지. 얼마?』
투전판이었다.
물주를 선 것은 안 필주(安弼周)였다. 흥선, 장순규(張淳奎), 그 밖에 육주비전(六矣廛)의 장사아치가 서너 사람 있었다.
어떤 어둑신한 집 안채였다. 투전에 재간을 좀 피울 줄 아는 안 필주가 몫을 잡고 물주를 서서 상인들을 알겨먹으려는 플랜이었다. 장 순규는 구경만 하고 있었다. 웃목에 두어 명 쫑그리고 앉은 것은 차력패였다. 마지막에 상인들이 돈을 잃고 말썽을 부리면 달려들어 부술 장사들이다.
『자, 박 서방도 거시오.』
『걸지요.』
『얼마?』
『글쎄, 물주 손속이 너무 세서―그러니 잃고 적게 걸 수도 없고……열 냥만 겁시다.』
『열 냥? 홍 서방은?』
『나는 열 닷 냥.』
『최 서방은?』
『나도 열 닷 냥.』
『그럼 자……』
또 바싸 하는 소리가 들렸다.
『쉬!』
『?』
분명히 무슨 소리가 밖에서 났다.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그러나 귀를 기울이면 아무 소리도 다시는 나지 않았다.
『떡쇠야! 어디 좀 나가 봐라.』
돈은 제각기 제 앞에 놓은 채였다. 필주는 몫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 방 안의 모든 사람은 경계하듯이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떡쇠가 가만히 문을 열었다.
『누구요?』
가만히 불러 보았다. 아무 소리도 없었다.
『밖에 누구 왔소?』
다시 한 번 불러 보았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좀 나가 보아라.』
흥선의 명령이었다. 떡쇠는 밖으로 나갔다. 사람들은 제각기 자기 앞에 놓은 돈 위에 손을 덮고 여차하면 달아날 준비를 하고들 있었다. 잠시 후에 떡쇠는 무사히 돌아왔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품이 아무도 없더라는 뜻이었다.
『아무도 없더냐?』
『보이지 않으와요.』
『그럼……』
흥선은 필주에게 향하였다.
『몫 돌리게.』
필주는 바야흐로 몫을 돌리려 하였다. 그 때 밖에서는 또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버석 하는 소리가 아니요 덜컥 하는 소리였다. 뒤를 연하여 또 한 번 덜커덕 하는 소리가 났다.
『왔다. 뛰자!』
순간 방안은 분란이 되었다. 차력들은 벌떡 일어서서 문을 지켰다. 흥선, 필주, 순규의 세 사람은 앞에 놓였던 돈을 네 것 내 것 할 것 없이 모두 긁어 각기 제 주머니에 넣으며 일변 불은 꺼버리며 일어섰다.
『내 돈―내 돈……』
상인들은 제 돈이라고 덤비어 대나, 그런 말에 구애될 세 사람이 아니었다. 내 돈 네 돈 할 것 없이 분란통에 흥선과 그의 친구들의 주머니로 들어갔다.
이 때에 콰당콰당 하는 발 소리가 났다. 차력들이 벌써 안으로 건 문을, 잡아 낚는 소리가 들렸다.
『잡아라! 이 놈들 문 열어라.』
포교들이 온 것이다. 포교도 자그마치 오륙 인은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포교들이 앞문을 열려고 야단하는 동안에, 흥선의 일행과 상인들의 일행은 뒷문을 박차고 앞뜰로 나와서 담을 넘어 한길로 뺑소니치기 시작하였다.
뒷담을 넘어서는 제각기 사면으로 헤어져서 달아났다.
흥선은 필주와 함께 동쪽 한길로 달아났다.
그러나 몇 걸음 가지 못해서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나므로, 돌아보매 포교 하나가 흥선과 필주의 뒤를 쫓아온다. 눈치 빠른 그 포교는 집 뒤를 보려고 돌아오다가 도망하는 두 사람을 보고 따르는 것이었다.
『이 놈들, 섰거라! 잡아라!』
포교는 함성을 지르며 전속력으로 따라왔다.
흥선과 필주도 죽을 힘을 다하여 뛰었다. 깊은 밤의 골목에서 이 뛰고 쫓는 일 때문에 때 아닌 활극이 일어나고, 집집의 개들이 어지러이 짖었다.
흥선은 왜소한 사람이었다. 따라서 뛰는 데도 속력이 빠르지 못하였다.
『대감, 어서! 자 어서!』
필주가 연하여 손목을 끌면서 뛰었지만, 포교와의 사이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러다가는 필경 잡힐 수밖에는 없게 되었다.
그때였다. 사람이 죽을 수가 닥치면 살 수가 생긴다고, 숨이 턱에 거의 닿아서, 이제는 더 못 뛰게쯤 되어서 흥선의 눈에는 뉘 집 뒷간(길로 문이 달린)이 하나 띄었다. 흥선은 필주에게 손목을 잡힌 채 그리고 화닥닥 뛰어 들어갔다. 손목을 잡았던 필주도 끌리어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흥선은 안에서 뒷간 문을 잠가 버렸다.
한 걸음 뒤 떨어져 온 포교는 뒷간 앞에 서면서 벌써 걸린 문을 잡아 낚았다.
『이 놈들, 나오너라! 안 나왔다는 문을 부순다.』
위협하면서 문을 발길로 찼다 잡아 낚았다 하였다.
그 포교의 야료를 들으면서 흥선은 주머니를 뒤적이었다. 그리고 돈을 한 줌 꺼내어, 듣기 좋게 절럭절럭 흔들었다. 이 돈 소리에 포교의 야료가 좀 멎었다.
『흥, 열 냥이로군!』
흥선은 밖에서도 들릴 만한 소리로 중얼거리고, 그 돈을 왼손에 바꾸어 쥐며 가만히 문을 걸쇠를 잡아 젖혔다. 그리고,
『이 놈! 칼 나간다. 칼 받아라!』
하면서 문을 좀 열고 그 틈으로 돈 쥔 손을 쑥 내밀었다.
포교는 흥선의 주먹을 받아 쥐었다. 그리고 조심조심히 돈을 받아서 제 몸에 간직하였다. 포교에게 돈을 준 뒤에 주먹을 도로 끌어들이고 이젠 뒷간 밖으로 나갈 차비를 하려는데, 별안간에 포교의 야료가 또 시작되었다.
『이 놈들, 이 속에 숨은 줄을 뻔히 안다. 썩 나오거라.』
그리고는 문은 잠그지는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열 생각은 하지도 않고, 연하여 요란스러이 두드리기만 하였다. 부서져라 하고―.
흥선은 하릴없이 필주에게 돌아서면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여보게, 자네 주머니 톡톡 털어서 열 닷 냥만 내게.』
한 두 번의 경험이 아닌 필주는 주머니를 열고 열 닷 냥을 세어서 흥선에게 드렸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또 멎었다.
『주머니를 톡톡 털었나?』
『인전 한 푼도 없읍니다.』
큰소리로 주고 받은 뒤에 흥선은 필주의 돈을 받았다. 그리고 아까 모양으로 문을 조금 열면서,
『이놈, 총 나간다, 총 받아라!』
하면서 주먹을 쑥 내어 밀었다.
포교는 두 번째의 돈을 또 받아서 몸에 간수하였다. 그런 뒤에,
『에이, 그런 놈들! 어디로 도망갔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군. 용꿈 꾼 놈들이다. 이 내 눈에는 벗어났담. 헐 수 없군! 인전 가야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차차 저 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뒤에 흥선과 필주는 뒷간에서 나왔다. 그리고 포교가 간 쪽으로 역시 어두움 가운데로 사라졌다.
『오늘 얼마 땄나?』
좀 뒤에 흥선과 필주는 어떤 내외술집에 마주 앉았다. 필주는 자기의 주머니를 털어서 다 쏟아 놓고 세어 보았다. 일흔 석 냥이었다.
『일흔 석 냥 있는데 본전이 열 두 냥 있었으니깐 예순 한 냥 땄읍니다.』
『스물 닷 냥 공용이 있지?』
『참, 그럼 여든에다 엿 냥 딴 셈이올씨다.』
『나는 스물 두 냥 밑천이 지금 홑 석 냥 남았네.』
『운 좋은 놈들. 홀짝 알겨 먹을렸더니 그놈들이 뛰쳐 들기 때문에……』
『아마 다 해서 한 삼사백 냥은 갖고 있었을걸?』
『그런 모양입니다.』
흥선은 필주의 앞에 놓인 예순 몇 냥의 돈에서 마흔 냥만은 제 주머니에 집어 넣고 나머지를 필주에게 밀어 보냈다.
『언제 또 걸릴 날이 있겠지. 그 때 톡톡히 알겨 내세나.』
『운수 좋은 놈들―이담에 또 걸렸다만 봐라. 부랄까지 알겨 낼게.』
『자, 어서 몇 잔씩 하세. 곤하군.』
이리하여 그들은 거기서 술을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몇 잔씩만 하고 가려던 것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이서―단 둘이서 만난 이상 몇 잔으로 끝이 날 수가 없었다. 한 잔 두 잔이 열 잔 스무 잔으로 넘어가고, 스무 잔이 서른 잔으로 넘어가서 그칠 바를 몰랐다.
『이 놈! 그래, 이 놈 필 주야! 그래 네가 이 놈, 나와 마주 앉아서 외람되이 술을 먹는단 말이냐?』
『대감, 그래 대감이나 소인이나 ○○ 두 쪽 밖에 없는 신세야 일반이지, 대감은 무슨 큰 신통한 일이 계시오?』
차차 취하여 가는 그들은 연하여 농을 하면서 주고받았다.
이리하여 밤이 새도록 먹고 마시고―그들이 그 술집을 나선 것은, 봄날 짧은 밤은 다 밝고, 동천에는 벌써 불그스레한 해가 떠오를 때였다.
그 집에서 나온 때는 그들은 정신을 모르도록 취하였다. 그다지 넓지는 못하지만 또한 과히 좁지도 않은 길을, 그들은 어깨를 겨루고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다시 동쪽으로 돌진(突進)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걸었다. 연하여 소리를 높여서 노래를 불렀다.
『백구야 훨훨―
필주야, 이 놈 필주야! 껑충 뛰지를 마라. 너 잡을 내가 아니다. 어허! 지금이 대체 저녁이냐 아침이냐? 해가 지붕 너머로 보이는데, 저녁인지 아침인지를 모르겠구나.』
『대감, 아마 지금이 아침인 모양이올씨다. 해가 아침하니 지붕 위에 솟아오릅니다. 허허허허!』
『아침하니 솟아오르니 아침이라! 그러면 저녁하니 떨어지는 저녁이냐?』
『하하하하!』
이 대감―지금 바야흐로 그의 일산상의 중대한 운명이 대궐 안에서 극비밀리에 내정되려는 것도 모르고 흥선 대감은 중인(中人) 친구와 함께 아침의 대로상에서 난무(亂舞)를 하는 것이었다.
거리를 지나가던 사람들은 모두 이 이른 새벽 주정군 때문에 눈살을 찌푸리며 길을 피하였다.
『환장할 놈들! 이른 새벽부터 어디서 저렇게 모주를 쳐다리고 야단이람.』
『낫살이나 든 녀석이 저 꼴이로군.』
이러한 뭇 입을 그들은 듣지 못하고 여전히 동지서지 하여 길을 좁히며 걸었다.
흥선은 문득 누가 자기의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것을 알았다. 그 충동으로서 흥선은 비틀하면서 돌아보았다.
『대감, 시생이올씨다.』
웬 젊은 사람이 흥선의 소매를 놓으며 인사하였다.
흥선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였다. 술에 과히 취하였기 때문에 눈의 촛점이 모아지지 않았다.
흥선은 눈을 이리 찡그리고 저리 찡그리며 젊은이를 마주 보았다.
『대감! 시생이올씨다.』
『시생이란? 보아하니 나보다 큰데 시생이란? 선생이지?』
『몰라 보시겠읍니까? 조 성하올씨다.』
그것은 조 성하였다. 어제 조 대비의 부름으로 대궐에 들어갔다가 조 대비께서 흥선군을 좀 모셔 오라는 영을 듣고,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까지 밤을 새워 가면서, 흥선이 갈 만한 곳은 모두 찾아다니다가, 여기서 겨우 죽게 취한 흥선을 만난 것이다.
『오오, 조 성하라! 누군가 했더니 조 성하라! 웬놈인가 했더니 조 성하라! 자네 이 주부 사윌세그려?』
『네!』
『이 주부께는 아들이 있겠다. 그 아들놈한테 내 딸을 주기로 했네그려. 하니깐 이 주부는 내 사돈이야. 자네는 그 이 주부의 사위니깐 내게는 사돈의 사돈―즉 팔돈일세 그려! 여보게 팔돈!』
성하는 민망한 듯이 허리를 굽혔다.
『대감! 어디서 약주를 과히 잡수셨읍니다그려?』
『허어! 어제 투전해서 돈 땄네그려, 그래서―어―이 사람 어디 갔나? 여보게 필주!』
조금 앞에 담벽을 기대고 건들거리던 필주가 나왔다.
『네이! 여기 대령했읍니다.』
『흥, 자네가 그 모퉁이서 필주! 하니 나오니 이름이 필줄세그려.』
『대감은 소인을 부르시는데 하으―ㅇ 하고 부르시니 하응(昰應)이올씨다그려.』
성하가 가로 들어섰다. 어디웬 놈으로서 아무리 술에 취하고 흠이 없다기로서니, 흥선의 이름을 외람히도 부르는 것을 그저 볼 수가 없었다. 나서는 다음 순간, 성하의 오른손은 필주의 뺨으로 날아 갔다.
『이 놈! 버릇 모르는 놈 같으니. 아무리 네 정신이 아니기로, 너는 죽을 흔히 들었느냐? 고약한 놈!』
필주는 정신을 펄떡 처리는 모양이었다. 눈을 딱 바로 뜨고 잠시 성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흥선의 소매에 늘어지며 엉엉 울기 시작하였다.
『대감, 저 양반이 소인의 따귀를 가져가셨읍니다. 소인의 볼이 달아났읍니다. 대감, 대감! 아이고 이런……』
차차 구경군들이 둘러서기 시작하였다.
『볼이 없어졌다? 그럼 자네는 무협필주(無頰弼周)―아니 협비(頰飛) 필줄세 그려! 뺨이 없으면 모두새렷다. 여보게 팔돈! 내 친구의 뺨을 어디다 두었나? 도로 주게.』
『대감! 자, 어서 댁으로 돌아가십시다. 잠시 좀 진정하셔서 예궐을 하셔야겠읍니다. 조 대비마마께서 대감을 부르십니다.』
조 대비―정신을 못 차리던 흥선은 이 한 마디에 펄떡 정신을 차렸다. 이 한 마디는 흥선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청량제였다.
성하가 부른 가마 두 채에, 앞 가마에는 흥선이 타고 뒷 가마에는 성하가 타고, 필주는 그냥 떼어 버리고 가마를 몰아서 흥선 댁으로 돌아온 것은 그로부터 조금 뒤였다.
『자, 대감! 조금 쉬세요. 시생도 대감 계신 곳을 찾노라 밤을 곱게 새웠읍니다. 좀 쉬시고 오시나 지나서 대비께 들어가 뵙시다. 무슨 중대하신 의논이 계신 모양입니다.』
이리하여 성하는 흥선의 웃옷을 모두 벗기고 흥선을 붙안아서 보료 위에 고이 뉘었다. 그리고 드러눕기가 무섭게 즉시로 코를 고는 흥선을 보면서 자기도 잠시 쉬려고 몸을 벽에 기대었다.
밤을 새워서 흥선을 찾으라고 돌아다녔기 때문에 성하도 몸이 몹시 곤하였던지라, 벽에 기댄 조금 뒤에는 성하 역시 약하게 코를 골았다. 두 사람은 흥선의 사랑에서 한잠을 잤다.
성하가 잠이 든 지 조금 지나서 흥선이 눈을 번쩍 떴되.
눈을 뜨고 아래 위를 한 번 살핀 뒤에 흥선은 일어났다. 술에 과히 취하였기 때문에 쪼개지는 듯이 골치가 쏘았다. 흥선은 눈살을 연하여 찌푸리며 가만히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마루에 걸터앉아서 두어 번 숨을 깊이 들이 쉬었다.
『여봐라, 이리 오너라!』
성하에게 들리지 않게 작은 소리로 청지기를 찾았다. 그리고 청지기에게,
『세수물 떠다가 이 마루에 놓아라.』
고 명하였다.
시원하게 활활 얼굴을 씻고 나니, 골치 쏘는 것은 좀 낮고 취기도 좀 깨었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나서 흥선은 대청으로 지필을 내어 오래 가지고 거기서 편지를 한 장 썼다. 그리고 하인을 불러서,
『이 편지를 사동 김 판서 댁에 갖다 드려라.』
하고 편지를 내어 주었다. 사동 김 판서라 함은 영어 김병국을 가리킴이었다.
그런 뒤에 자기는 청지기 응원이를 데리고 침방으로 들어갔다. 침방에서 다시 정침으로 나올 때는, 흥선은 전날의 거리의 부랑자 이 하응이가 아니요, 정일품 현록대부(顯祿大夫) 흥선군 이 하응이었다. 옥색 관복에 서대(犀帶)를 띠고 사모를 쓰고 홀을 든 이 공자―옷에서는 복온(馥溫)한 훈향(燻香)내가 피어오르며, 그 속옷은 비록 무명옷이나마 최근에 새로 지은 듯한 관복이며 사모며는, 흥선으로 하여금 전날의 거리의 부랑자 이 하응의 흔적을 없이하고, 영종의 고손 왕족 흥선군의 위엄을 갖게 하였다. 가까운 장래에 사용할 것을 예기하고 관복을 새로지어 두었던 것이 분명하였다.
흥선은 아랫목으로 내려가서 곤하게 벽에 기대고 잠자는 성하의 얼굴을 바라보며 스스로 미소하였다. 성하가 깨면 반드시 놀랄 것을 예기하고― 잠시 뒤에 청지가가 가만히 문을 열었다.
『다 대령됐읍니다.』
『부족이 없는가?』
『없읍니다.』
현록대부 흥선군 이 하응이 탈 만한 사인가마와 하인들을 (가난하기 때문에) 갖고 있지 못한 흥선은, 김 병국에게 편지하여 가마와 하인들을 빌어온 것이었다.
잠시 뒤에 곤한 잠에서 깬 조 성하는 아랫목의 흥선을 보고 놀랐다. 아랫목에 앉아 있는 흥선―그것은 어제그제 늘 보던 그 흥선이 아니었다. 옷뿐이 아니라, 그 온화한 듯한 가운데도 두 눈 틈에 두드러지게 나타난 패기며 위압력이, 무서운 지배자가 아니고는 갖지 못하는 「왕자」로서의 위엄이었다.
『가난한 석파라 환옥 관자며, 호박 갓끈이 없네그려. 그렇다고 초라하게 입고 대비께 뵙기도 너무 황송스럽고, 하릴없이 낡은 관복을 꺼내 입었네.』
그러나 그것은 흥선의 거짓말―그의 관복은 아직 입어 보지 않은 새 것이었다. 흥선은 성하를 재촉하여 소세를 하게 하였다.
소세가 끝난 뒤에 앞뜰로 나가 보니, 거기엔 벌써 행차가 등대하고 있었다. 호피를 깐 사인남여가 준비되어 있고, 여덟 명의 별배가 철릭을 휘날리며 남녀를 호위하고 있고, 요강망태라 영변서랍이나 부산연죽(煙竹)이라 지갑이라 호피방석이라를 든 열 명의 구종이 벙거지에 더그레를 입고 높높이 날뀌고 있었다. 성하의 탈 가마도 준비되어 있었다. 성하는 망연히 이 모양을 바라보았다.
『에이, 물렀거라! 섰거라! 선 놈은 모두 앉거라!』
위풍 당당하게 벽제 소리 요란히 흥선의 댁 대문을 나오는 이 행차를 동리 사람들도 모두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흥선은 이런 행차에 익은 사람같이 단정히 사인남여 안에 앉아 있었다.
「이 일(이 하전 사사 사건)이 대감께는 혹은 전화위복이 되지 않겠습니까?」
이 하전의 사건이 돌발된 때 성하가 흥선에게 향하여 던진 이 한 마디를, 흥선은 얼굴의 모든 표정을 죽여 버리고,
「무슨 소리인지 알 수가 없네.」
하고 넘기어 버렸지만, 그 말이 흥선에게 있어서 결코 무의미한 말이 아니었다.
그 날 밤 가인들이 모두 잠들기를 기다려서, 홀로 향불을 피워 가지고 가묘의 지나간 오 대의 조상의 위패 앞에 설 때는, 흥선은 기괴한 흥분과 기괴한 기대 때문에 가슴이 떨렸다.
일찍이 성하를 통하여 조 대비께 가서 뵙고, 조 대비에게 미음은 사지 않을 만한 교제를 맺어 놓았지만, 그것으로서 그의 야심이 찰 바는 무론 아니다. 조 대비께 그만 신임뿐으로 야망이 성취된다 하면, 종친 공자로서 야망을 성취 못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흥선도 짐작하거니와 인손이라는 인물이 조 대비의 사랑하는 왕실 공자로서, 상감 불행한 뒤에는 십중 팔구는 사직의 승계자가 인손이가 될 것이다. 이제 얼마만큼 조 대비께 자주 출입하여 흥선 자기가 인손이보다 더 신임을 얻기 전에는 「떡」은 인선이의 것이 될 것이다. 흥선 자기는 닭 쫓던 개 모양으로 지붕만 쳐다볼 인물이 될 것이다.
시정에 배회하면서 권문 거족들에게 멸시를 받을 일을 끊임없이 하는 한편으로는, 흥선은 또한 조 대비께 더욱 가까이하여 인손이보다 더 신임을 얻을 방략을 늘 꾸미고 있던 것이었다. 이제 김씨 일문의 손에 인손이가 없어졌는지라, 흥선 측으로 보자면 또한 강적(强敵) 하나가 없어진 것이었다.
『당신의 후손의 앞에 지금 복의 문이 열리나이까. 혹은 이 일도 특별히 관심할 바가 아니오니까?』
위패 앞에 이런 호소를 할 때는 흥선의 눈에는 찬란한 빛이 났다.
그로부터 흥선의 난행(亂行)은 더욱 심하여졌다. 「천하장안」을 연하여 불러 오며, 대낮에도 이런 잡배들과 큰 소리로 농담을 던지며 거리를 횡행하여, 더욱 사람들의 웃음과 멸시를 사기에 노력하였다. 지금 자기의 몸은 귀한 몸―여차하다가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귀인이 될지도 모르는 몸인지라, 이 몸을 섣불리 김씨 일문에 산 제물로 바쳐서는 안 될 일이다.
이리하여, 그렇지 않아도 남이 손가락질하는 난행을 거듭하던 흥선은, 이 하전이 없어진 뒤에는 더욱 어지럽고 거친 생활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는 한편 혹은 조 대비가 자기를 부르는 날이 있지 않을까 하여, 그는 그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 신임하던 이 하전을 잃은 조 대비였다. 다른 종친들은 지금 모두 김문의 부하가 되어 있는 중에(멸시 받을지언정) 부하는 아직 되지 않는 유일의 종친―자기는 장래 어떤 날 반드시 조 대비가 부를 날이 있을 것이다. 그 날을 준비하기 위하여 흥선은 가난한 주머니를 털어서 새 관복이며 서대며 사모를 모두 준비하여 두었던 것이다.
―굴러 오는 복!
그것은 과연 굴러 오는 복에 틀림이 없었다. 김씨 일문은 자기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하여 이 하전을 없이한 것이로되, 이 하전이 없어지기 때문에 이 하전에게 내려지려던 복덩어리는 이제 십중 팔구는 흥선 자기에게 굴러올 것이다.
표면 난행을 거듭하면서도 이 날을 기다리고 있던 차에, 조 대비의 조카 성하가 대비의 분부로 자기를 데리러 온 것이다. 위풍당당히 성하와 함께 창덕궁으로 가는 동안, 흥선의 얼굴은 희망과 기대로 빛났다. 그리고 어떤 정도까지의 자신도 가지고 있었다.
『왜 그간 한 법도 아니 오셨소?』
흥선의 절을 같이 몸을 일으켜서 받으면서, 대비는 비교적 명랑한 미소를 얼굴에 띄워 가지고 물었다.
『가난한 백성이라, 무사 분주하기 때문에 한 번두 문후를 못 했읍니다. 성하를 통해서 대비전마마의 사연도 늘 알고 있었읍니다마는……』
여전한 호활한 웃음은 그의 얼굴을 장식하였지만, 이날의 흥선은 전날의 무뢰한 이 하응이 아니었다. 호활한 패기와 불기적 기상이 뚜렷이 나타나 있기는 하지만, 어디인가 종실 공자다운 단아함과 위엄이 갖추어 있었다.
『성하 너라도 좀 모시고 오지?』
대비가 말을 성하에게 돌리는 것을 흥선이 가로받았다.
『그 사이 성하는 여러 번 그 말씀을 하옵니다마는, 여가도 없고―사실을 말하자면 대비마마께 뵈올 만한 의대(衣帶)도 없었읍니다. 하하하하! 벼르고 별러서 가난한 가운데서 뽑아 내서 이 의대 한 벌을 장만했읍니다.』
흥선은 태도를 과장하여 가며 자기의 새 관복 소매를 들어 보였다. 옷이 없다든가 무엇이 부족하다든가 하는 것을 입 밖에 내기는커녕 생각하기조차 부끄러이 여기는 대궐 안에서, 자기의 소매를 들추면서, 옷이 없어서 그간 못 왔노라고 천연스러이 말하는 흥선의 태도는 도리어 유쾌하였다.
이 불기한 흥선의 태도를 대비는 연하여 상쾌한 미소를 얼굴에 나타내며 보았다.
『대감과 우리와는 촌수로 보자면 육촌 형제―항간에서는 그다지 먼 일가가 아니건만, 우리는 왜 그다지도 소원히 지냅니까?』
왜 소원히 지내느냐? 「저것을 좀 저편으로 밀어 주세요.」―지금부터 십 이 년 전, 사랑하는 아드님 헌종이 대비의 무릎에 누워서 임종시에 어보(御寶)를 가리키며 한 말을 대비는 지금 추상하는 모양이었다. 어보라는 것이 대체 무엇이길래, 모자지간 근친지간도 그것 때문에 이렇듯 소원해지지 않으면 안 되나? 명랑한 미소 아래서도 이 말을 할 때는 대비의 낯에는 한참 동안 적적한 빛이 흘렀다.
『육촌은 오촌보다 멀고 오촌은 사촌보다 멀지 않습니까? 골육지간에도 서로 다투는 세상이올씨다.』
『제발 우리는 좀더 가까이 지냅시다.』
하하하하! 큰 소리로 웃고 지껄이는 흥선이로되, 오늘 대비가 자기를 부른 데 대하여 좀 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는 흥선은 대비의 일언 일구, 일동 일정을 모두 주의하여 보고 주의하여 들었다. 만약 대비로서 흥선의 어리석음을 이용하려면, 흥선은 자기를 어리석게 가장(假裝)할 것이요, 대비로서 흥선의 활달함을 이용하려면, 흥선은 자기를 활달하게 가장할 것이요, 대비로서 흥선의 「김문에 대한 악감」을 이용하려면, 흥선은 또한 그만큼 자기를 가식하지 않으면 안 될 경우이라, 흥선은 대비의 손가락의 조그만 움직임이라도 주의하여 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러한 흥선의 주의 가운데서 잠시간 그리하여 담이 계속되었다. 대비도 무슨 특별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흥선은 흥선으로서 바람 부는 대로 혹은 동으로 혹은 서으로 기울어질 따름이었다.
『대감! 종친 중에 인재 하나를 또 잃었구료!』
성하는 승후방으로 나가서 기다리라 하고, 모시는 여관들을 물리치고, 대비와 흥선 단 두 사람이 되었을 적에 대비는 비로소 이 말을 하였다.
흥선은 힐끗 대비를 쳐다보았다. 보다가 대비와 눈이 마주쳐서 황급히 눈을 도로 아래로 떨어뜨렸다.
『대비전마마, 신도……』
이렇게 말하고 잠시 끊었다가 계속하였다.
『그 날 밤―또 그 이튿날 밤을 잠을 이루지를 못했읍니다.』
『대감도 혹은 짐작하시는지? 이 사람과 인손이―하전이의 사이를……』
『짐작하옵니다. 얼마나 심통하실까고. 황송합니다만, 신도 가까이 위로는 못 드리나마 혼자서 마음껏 애탔읍니다..』
인손이의 사건에 나가해서 대비가 받아 보는 처음 조상이었다. 간단한 한 마디의 조상이나마 대비에게는 마음에 드는 조상인 모양이었다. 대비는 눈을 적이 굴려서 한참을 흥선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말이 끊어졌다. 그 뒤에 대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
『효명익황제(孝明翼皇帝)의 대는 끊어졌구려.』
지금의 상감은 대비의 지아버님인 익종의 뒤가 아니요 당신의 시아버님인 순조의 후사라 하는 뜻이었다. 죽은 인손이가 익종의 대를 이을 사람이었었다 하는 임시였다.
대비의 이 말에 대하여 흥선은 입에서 불끈 나오려던 말을 삼켰다. 삼켰다가 그냥 고요히 꺼내었다.
『대비마마! 호명황제의 어대를 이을 소년 하나를 신이 추천하오리까? 영특한 소년이옵니다. 제왕의 풍기를 가진 소년이옵니다. 아무 데를 내놓을지라도 결코 부끄럽지 않은 소년이옵니다.』
대비는 흥선의 이 말에 고요히 재쳐 물었다.
『누구오니까?』
『흥선의 둘째아들 제황이, 금년에 열 살 나는 애올씨다.』
『?』
『자식을 보기에 아비만한 눈이 없고, 제자를 보기에 스승만한 눈이 없사옵니다. 흥선이 비록 미련하오나 자식에 익애(溺愛)되어 그릇 볼 만치 둔하지는 않사옵니다. 사십 년 생애를 술과 허튼 노름으로 허송했읍니다마는, 아비가 그렇게 자난 만치 자식은 그렇게 보내지 않게 하고자 애를 다 쓰고 힘을 다 써서 훈도한 공이 겨우 나타나서, 아비와 다른 영특하고 활달한 소년이 되었읍니다.』
커다란 운명이 그의 바로 한 뼘 앞에 늘어져 있는―지금의 권문 거족에게 짐승의 대우를 받으면서도, 얼굴에 떠오르는 피를 그냥 삭여 버리고 참고 지낸 것은 오늘이 장차 올 것을 얘기하였으므로가 아니었던가? 지금 바야흐로 눈 앞에 걸린 이 운명의 열매를 바라보면서 흥선은 죽을 힘을 다 썼다. 아직 어떤 수모를 받을지라도 눈 한번 껌뻑 감았다가 뜨면 스러져 버리던 흥선이로되, 지금 이 자리에서는 등으로 땀을 벌벌 흘렸다. 표면 아무 기교가 없이 대비에게 대하여 있는 흥선이로되, 한 마디 한 마디의 말도 모두 그 사이 오랜 기간을 닦고 갈고 깎고 하여, 준비하여 두었던 말이었다. 이 자리의 한 마디의 말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는 형언할 수도 없는 것이다.
대비는 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뚫어질 듯이 흥선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동으로?
서로?
마음이 너무도 산란하기 때문에 얼굴에 장식하였던 평온한 미소가 사라지려는 것을 억지로 회복하면서, 흥선은 대비의 이 시험의 눈앞에 단정히 꿇어 앉아 있었다. 등과 가슴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러 내렸다.
만약 두 시간만 이렇게 앉아 있으라면, 흥선은 과도한 긴장 때문에 기절을 할 것이다.
『후!』
흥선과 성하가 대비께 하직하고 물러나올 때에, 흥선은 기다란 숨을 내어 쉴 뿐 아무 말도 안 하였다.
성하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흥선을 따라서 흥선 댁으로 왔다. 남녀에서 내려서도 흥선은 성하를 돌아보지도 않고 주인을 맞는 청지기에게 행차(병국이에게 빌어 왔던)를 돌려 보내라는 간단한 명령을 할 뿐, 빠른 걸음으로 정침으로 들어갔다. 성하도 묵묵히 따라 들어갔다.
흥선은 옷을 갈아 입을 생각도 않고 그냥 아랫목에 내려가 앉았다. 근심스러운 얼굴이라기보다도, 만족하다는 얼굴이라기보다도―단지 평범하고 엄숙한 얼굴이었다.
성하는 문 안에 읍하고 섰다. 무엇이라 흥선의 입에서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흥선은 성하의 존재도 모르는 듯이 잠자코 앉아 있었다. 숨소리도 고요하고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헴!』
성하는 혹은 흥선이 자기가 온 줄을 모르지나 않나 하여 기침을 하여 보았다. 흥선은 모르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그 증거로는 성하의 기침 소리에 한 순간 성하를 본 뒤에 다시 본래의 표정으로 돌아갔다.
대비와의 사이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가, 그리고 어떤 말을 들었으며 어떤 결과를 얻었나? 성하는 알 길이 없었다. 흥선의 표정으로써 짐작하여 보려 하였으나 그것도 실패했다.
평범하고 엄숙한 표정―그것은 일이 실패로 돌아간 뒤에 나타나는 절망의 표정으로도 볼 수가 있는 동시에, 또 한편으로는 일이 마음대로 된 뒤에 고요히 그 성공을 즐기고 있는 표정으로도 볼 수가 있었다.
이 알 수 없는 흥선의 표정 앞에 성하는 웃목에 읍하고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성하에게 향하여 앉으란 말도 없었다. 그렇다고 또한 나가라는 말도 없었다. 마치 낮잠에서 깨어난 사람 모양으로 묵묵히 앉아 있었다. 예장(禮裝)을 갖추고 묵묵히 앉아 있는 흥선의 모양은, 어떻게 보면 사람의 미고소(微苦笑)조차 자아내는 것이었다.
이윽고 흥선은 담뱃대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담배 서랍으로 쓰는 나무 곽을 끌어당겼다. 흥선의 뜻으로서 보통 연죽보다 썩 짧게 만든 자기의 연죽에 담배를 담으면서야 비로소 흥선은 성하의 서 있는 편으로 머리를 돌렸다.
『여보게!』
『네?』
흥선의 인식을 받고야 성하도 비로소 꿇어앉았다.
『내 마음이 지금 어지러웨. 산란해서 앞뒤를 가릴 수가 없어. 머리가 뒤집히는 것 같아. 정신을 가다듬을 수가 없네.』
『대비께서는 무슨 말씀을 들으셨습니까?』
흥선은 눈을 감았다. 천천히 말을 하였다.
『별 말씀하시는 것이 없으시네. 나 같은 사람에게 무슨 별말씀을 하시겠나? 하여간 내 마음이 어지럽고 산란하고 갈피를 차릴 수가 없으니, 자네는 돌아가게. 언제 다시 와 주게. 그 때 다 말해 줌세.』
성하가 일어나서 하직을 고할 때에 흥선은 변명하듯이 말을 보태었다.
『노엽게 생각하거나 별다르게 생각 말게. 너무 마음이 어지러워서 좀 혼자 생각해 보려고 그러네.』
무슨 중대한 사건, 중대한 결과가 생긴 것뿐은 분명하였다. 그 흥선의 사람됨이 전염되었는지, 성하도 흥선의 집을 나서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가슴이 산란하기가 짝이 없었다. 그러나 스스로 물어보아도 왜 산란한지 그 까닭을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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