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뇌의 무도/베를렌의 시
아아 음조(音調)! 음조만이 맺어주리라!
꿈을 꿈에, 적(笛)을 종적(從笛)으로
―베를렌의 「작시법(作詩法)」에서
고요히도, 애닯게
몸이 돌아가신
내 아버님의 영전(靈前)에
이 시(詩)를 모아서
맘 고이 바치노라.
가을의 노래
편집가을의 날
바이올린의
느린 오열(嗚咽)의
단조(單調)로운
애닯음에
내 가슴 아파라.
우리 종(鐘)소리에
가슴은 막히며
낯빛은 희멀금,
지나간 옛날은
눈앞에 떠돌아
아아 나는 우노라.
설워라, 나의 영(靈)은
모진 바람결에
흩어져 떠도는
여기에 저기에
갈 길도 모르는
낙엽(落葉)이어라.
흰 달
편집은색(銀色)의 흰 달은
수풀에 빛나며
나뭇가지, 가지마다
스미는 소곤거림은
푸른 잎 아래서……
‘아아 나의 사람아’
반사(反射)의 거울인
지면(池面)은 빛나며,
윤곽(輪廓)만 보이는
검은 버드나무엔
바람이 울어라……
‘아아 이는 꿈 깰 때’
보드랍고도
넓은 고운 위안(慰安)은
홍채(紅彩)로 빛나는
밤의 별 하늘로
내려와라……
‘아아 이는 고운 밤’
피아노
편집부드러운 손에 다치어 울어나는 피아노,
어스레한 장밋빛 저녁에 번득이어라.
가벼운 나래로써 울리는 약(弱)하고 고운
지나간 옛날의 오랜 그 노래의 한 절(節)은
고요도 하게, 두려운 듯이 두려운 듯이,
방향(芳香) 가득한 미녀(美女)의 화장실(化粧室)에 떠돌아라.
불쌍한 내 몸을 한가로이 흔드는 잠의 노래,
이 고운 노래 곡조(曲調)는 무엇을 뜻하려는가.
곱하는 루프렌은 내게 무엇을 구(求)하여라.
들으려고 하여도 들을 길조차 바이없이
그 노래는 방긋이 열어 놓은 문(門) 틈 속으로
스미어서는 동산에서 스러지고 말아라.
나무 그림자
편집나무그림자는 안개 어린 내 틈에
연기(煙氣)인 듯이 스러지고 말아라.
이러한 때러라, 하늘을 덮은 가지에는
들비둘기가 앉아 울고 있어라.
아아 길손[旅人]이여, 빛깔 없는 이 경치(景致)에
얼마나 그대의 모양이 빛깔 없는가.
눈물은 끝도 없어라, 높은 잎 위에
잠기어드는 그대의 희망(希望)이여!
하늘은 지붕에
편집하늘은 지붕 위에
이리도 곱고 이리도 푸르러라.
나무는 지붕 위에
푸른 잎을 나부끼고 있어라.
사원(寺院)의 종(鐘)은 우러러 보는 높은 하늘에서
보드랍게도, 한가롭게 울어라,
소조(小鳥)는 우러러 보는 높은 나뭇가지에서
애닯게도, 괴롭게도 울어라.
아아 애닯아라, 단순(單純)한 목숨은
저곳에 있으며,
저 평화(平和)로운 빗김의 소리는
거리로서 오아라.
끊임없는 눈물에 잠겼는 그대여,
아아 그대는 무엇을 하였는가,
말을 하여라, 젊었을 적에
무엇을 하고 지내었는가.
검고 끝없는 잠은
편집검고 끝없는 잠은
나의 목숨 위에 오아라
아아 자거라, 모든 희망(希望)아!
아아 자거라, 모든 원탄(怨歎)아!
내게는 아무 것도 아니 보이어,
모든 기억(記憶)은 가고 말았어라,
악(惡)이나 또는 선(善)이나……
아아 애달픈 변천(變遷)이여!
나는 무덤 어귀에서
두 손으로 흔들리는
다만 한 요람(搖籃)이노라,
아아 고요하여라, 소리 없어라.
작시론(作詩論) (Art poetique)
편집무엇보다도 먼저론 음악(音樂)을,
그를 위하여 다르지도 두지도 못할
썩 희미한 알 듯 말 듯한
나눠라도 나눌 수 없는 것을 잡으라.
좋은 말을 얻으려 애를 쓰지 말아라,
말을 차라리 경시(輕視)하여라,
밝음과 어두움의 서로 짜내는
흐릿한 시(詩)밖에는 고움이 없나니 ,
이는 뽀알[面紗]의 뒤에 숨은 고운 눈이며,
태양(太陽)빛에 떨고 있는 정오와도 같으며,
설더운 가을날의 저녁 또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과도 같아라.
우리의 바라는 바는 색채(色彩)가 아니고,
음조(音調)뿐이러라, 다만 음조(音調)밖에야!
아아 음조(音調)! 음조(音調)만이 맺어주어라!
꿈을 꿈에, 적(笛)을 종적(從笛)으로.
멀리 하여라, 하늘빛 눈을 울리는
더러운 비웃음, 또는 몹슬은 생각,
칼로 떨어내는 듯한 말과, 온갖의
더러운 부엌의 야채(野菜) 내와 같은 것들을.
웅변(雄辯)을 잡아서 목을 빼어버려라!
힘써 나아가, 라임[韻律]을 곱게 하렬 때
옳은 길이 오리라, 만일에 그 이(理)를 모르면
라임은 어디까지 이르랴?
아아 뉘가 ‘라임’의 잘못을 말하나?
어떠한 귀머거리, 어떠한 흑노(黑奴)가
카즐로 이리도 거짓 가득한
염가(廉價)의 보석(寶石)을 위조(僞造)하였나?
그저 음악(音樂)을 예나 이제나, 이 뒤에나,
너의 시(詩)로 하여금 날게 하여라.
영(靈)을 천계(天界)로, 또는 이 세상(世上)엔 없는 다른 사랑으로
쓰러져 없어질 듯이 느끼게 하여라.
너의 시(詩)로써 미래(未來)의 음악(音樂)을 지으라
박하(薄荷)와 사향(麝香)꽃의 향기(香氣)를 품은
보드랍게 부는 아침 바람과 같이……
그리하고 그밖에는 문자(文字)밖에 될 것 없어라.
도시(都市)에 내리는 비
편집도시에 내리는 비와도 같이
내 가슴엔 눈물의 비가 오아라.
어찌하면 이러한 설움이
내 가슴속에 숨어 있으랴.
아아 땅 위에도 지붕 위에도
내려 퍼붓는 고운 빗소리여!
이는 애달픈 맘의 괴로움이라고,
오오 내려붓는 비의 노래여!
이 뜨거운 내 가슴의 속에
까닭 없는 눈물의 비가 오아라,
조금이나 거역(拒逆)함도 없건만
이 설움은 까닭조차 바이 없어라.
사랑도 미움도 아닌
가장 아픈 이 설움은
묻기조차 바이 없어라,
어쩌면 내 가슴은 이리도 아프랴.
바람
편집이는 권태(倦怠)의 끝없는 기쁨이러라,
이는 사랑의 하염없는 피뇌(疲惱)러라,
이는 가벼운 바람에 싸이어
나부끼는 수풀의 미음(微音)이어라,
이는 연약한 소지(小枝)를 싸고 도는
적은 노래의 속삭거림이어라.
아아 힘없는 신선(新鮮)한 바람소리여, 미음(微音)이여,
이는 새와 같이 울며, 벌레와 같이도 오열(嗚咽)하여라
이는 바람에 스치어 춤추는 야초(野草)의
소곤거리는 고운 노래와도 같아라,
흐르는 물빛에 있는 모래알의
무거운 울림이라고 그대는 말하는가?
조는 듯한 설움에
이리도 애달픈 영(靈)은
우리들의 이 영(靈)이 아닌가,
이 고요한 황혼(黃昏)에, 적은 소리로
삼가는 기도(祈禱)같이 소곤거리는 소리는
내 영(靈)도 되며, 그대의 영(靈)도 되지 않는가.
끝없는 권태의
편집끝없는 권태(倦怠)의
넓은 들 위에는
녹기 쉬운 흰 눈이
모래같이 빛을 놓아라.
동색(銅色)의 하늘에는
빛이란 조금도 없어라,
아아 우러르면 달빛은
죽은 듯도 하고 산 듯도 하여라.
가까운 떡갈나무 수풀은
떠도는 엿검은 구름같이,
어리운 안개의 속에
은색(銀色)을 띠여 희미하여라.
동색(銅色)의 하늘에는
빛이란 조금도 없어라,
아아 우러르면 달빛은
죽은 듯하고 산 듯도 하여라.
숨이 막혀가는 까마귀여,
너의 파리한 이리[狼]여,
혹독(酷毒)한 북풍(北風)과 함께
네게로 옴은 무엇이런가.
끝없는 권태(倦怠)의
넓은 들 위에는
녹기 쉬운 흰 눈이
모래같이 빛을 놓아라.
늘 꾸는 꿈
편집이상(異常)하게도 자주 못 잊을 꿈을 꾸게 되어라,
본적도 없는 아낙네가 꿈속에 보이며,
사랑도 하고 사랑받게도 되어 꿈 꿀 때마다
자태(姿態)는 다르나, 역시(亦是) 살뜰한 그 사람이어라.
살뜰한 사람이어라, 내 가슴을 알아주어라,
이리하여 맘은 언제든지 떠날 줄을 몰라라.
눈물을 가지고, 나의 빛깔 없는 이마의 땀을
씻어주는 듯 내 맘을 시원히 위로(慰勞)해 주어라.
적색(赤色), 금색(金色), 적갈색(赤褐色), 머리빛을 모르며,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세상(世上)엔 다시없는 그리운
아리따운 이름으로만 나는 알고 있노라.
그 목모(目眸)는 조상(彫像)의 고운 눈과 같아라,
먼 곳에서 듣는 온화(穩和)한 맑은 그 목소리는
몸이 죽은 그리운 사람의 소리같이 들리어라.
각성(角聲)
편집고아(孤兒)의 설움같이, 수풀에 빗기는
애달픈 각성(角聲)은
낮은 수풀 밭을 감도는 바람에 쫓기여,
적은 산(山)기슭에서 스러지어라.
이리[狼] 같은 맘은 그 소리 속에 흐득이며,
넘어가는 볕에 따라 떠돌아라
곤비(困憊)한 애달픔은 내 몸을 붙잡고
이리도 괴롭히며, 이리도 아프게 하여라.
이 애탄(哀嘆)을 진정하라고
솜[綿] 같이도 퍼붓는 흰 눈은
피 빛인 낙일(落日)을 둘러 덮어라.
아아 설어라, 하늘에는 가을의 차탄(嗟嘆)이 가득하여라.
애달픈 이 저녁에 이름도 모를 보드라움은
고요한 이 경색(景色)에 자는 듯하여라.
L'heure de Berger
편집어스레한 지평(地平)의 위에는 붉은 달이 빛나며,
잠깐 동안에 목장(牧場)에는 안개가 가득하여라,
모든 것은 신비(神祕)의 꿈에 잠잠한 그때
머구리 우는 갈밭 속엔 전율(戰慄)이 돌아라.
수초(水草)는 화판(花瓣)을 덥고 잠을 이루며,
썩 멀리인 저편에 섰는 백양(白楊)나무는
희미하여 가지런도 하고 치밀(緻密)도 한 그때,
수풀 밭 속엔 헤매는 달빛이 빛나라.
올빼미는 잠을 깨여, 소리도 없이 밀유(密柔)한
그 나래를 치며, 검은 하늘로 날아갈 그때
우러러 보아라, 천심(天心)에는 번개같이 빛나는
흰 옷 입은 베니스의 여신(女神), 이리하여 밤이어라.
Gaspard hauser Sings
편집나는 왔노라, 유순(柔順)한 고아(孤兒)인 나는
가진 것이란 유숙(柔肅)한 눈뿐이로다,
큰 도시(都市)의 사람 많은 틈에 섞여도
사람들은 나를 악(惡)타 아니하여라.
스무 살 되는 해에 정화(情火)란 열병(熱病)에
몸이 잡히어 이 세상(世上)의 모든 아낙네를
그저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노라,
아아 그들은 조금도 나를 곱다 않건만.
나라도 없고 임금님도 없으며,
용감(勇敢)한 맘조차 비록 없으나
전장(戰場)에서 나는 죽으려 했노라,
그러나 죽음은 내 몸을 원(願)치 않았어라.
나의 출생(出生)이 너무 늦은가, 너무 이른가,
나는 이 세상(世上)에서 무엇을 할 것이런가,
아아 내 설움은 끝없이 깊어라,
그대여, 불쌍한 가스파르를 빌어 주어라.
아아 설어라
편집아아 설어라, 아아 설어라, 나의 맘이여,
이리도 설움은 다만 한 여인(女人) 때문이어라.
맘을 비록 다른 곳에 둔다 하여도
나는 위로를 얻을 길이 바이 없어라.
비록 나의 영(靈), 나의 맘,
그 여인(女人)과 떠난다 하여도.
맘을 비록 다른 곳에 둔다 하여도
나는 위로(慰勞)를 얻을 길이 바이 없어라.
나의 맘, 너무도 약(弱)한 나의 맘은
내 영(靈)에게 이르되 “버릴 수 있으랴”
“버릴 수 있으랴?” 아아 어려워라,
애달픈 이별(離別), 몸이 섧지 않은가.
내 영(靈)은 내 맘에게 대답(對答)하여 가로되
“한갓된 원망(願望)일지는 모르겠으나,
둘이 비록 떠나서는 있어도
맘은 언제든지 하나인 것을”
쇠퇴(衰頹)
편집나는 데카당스의 말기(末期)의 왕(王),
스러지는 햇볕에 춤추는 황금곡조(黃金曲調)의
조각 조각의 두운(頭韻)을 짜내서는
불문법(不文法)의 장구(章句)를 만드는 사람이로다.
깊은 권태(倦怠)의 맘 안에는 다만 악(惡)한 영(靈)이 있어,
그곳에는 피를 흘리는 오랜 싸움이 있어라.
그곳에는 구(求)치 말아라, 그저 느리고 약(弱)하여라,
조금이라도 이 생(生)은 꿈이라고 말아라.
아아 그곳에 구(求)치 말아라, 또는 죽음을 원(願)치 말아라,
아아 맘껏 마시어라, 파틸이여. 웃음감도 끊기었는가,
아아 맘껏 마시어라, 다 먹었어라, 말꺼리도 다 하였어라.
다만 사람에겐 불에 던질 이상(異常)한 시(詩)가 있을 뿐,
다만 그대를 두고 가는 좀더 앞선 선구자(先驅者)가 있는데,
다만 그대를 괴롭게 하는 권태(倦怠)가 있을 따름이어라.
지나간 옛날
편집기억(記憶)이여, 언제면 나를 깨우려는가?
지금(只今) 가을의 공포(恐怖)는 양적(凉寂)한 하늘로 메추라기를 날리며
해는 설운 우음(憂陰)의 빛을 북풍(北風)이 설레는
황엽(黃葉) 가득한 수풀 위에 놓고 있어라.
생각을 머리털과 함께 바람에 불리우며
우리 두 사람 가지런히 걸을 때,
문득 그 사람 고운 눈을 내게 돌리며,
천사(天使)의 고운 목소리 같은 그 사람의 말,
“그대의 생애(生涯) 위에 아름다운 날은 언제였었나?”
신중(愼重)한 미소로써 이 말에 대답(對答)을 하며,
곱고 보드라운 그 흰 손에 키스했노라.
그리운 님의 입술로 흐르는 “네” 하는 첫마디!
오오 어떻게 처음 핀 꽃이 향기로웠으며,
아아 어떻게 내 귀를 곱게 하였나!
아낙네에게
편집이 시(詩)를 드리노라 고운 꿈에 울며 웃는
그대의 큰 눈의 다사로운 위안(慰安)에,
그대의 맘이 맑고, 아름다움에, 애달픈
나의 울우(鬱憂) 가득한 이 시(詩)를 드리노라.
잔혹(殘酷)도 하여라, 쉬지 않고 이 몸을 시달리는
악몽(惡夢)은 미친 듯 휩싸들며, 밉살스럽게도,
이리[狼]의 무리 같이 모여선 피투성이의
나의 운명(運命)을 목을 매어 끌어라.
아아 나는 아파라, 쥐여 짜고 싶어라,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무리의 설움조차
내 설움에 비(比)하면 목가(牧歌)에 지내지 않아라.
그러나, 내 몸을 생각하는 그대의 말만은
시원하게도 맑은 구월(九月)의 오후(午后)의 하늘을
날아가는 제비같이 살뜰하여라―아아 내 사람이여.
갈망(渴望)
편집아아 산영(山靈)의 님프여! 오랜 날의 내 사람이여!
아아 금발(金髮), 푸른 눈! 그리하고 꽃의 피부(皮膚)여!
그 자태(姿態)는 젊은 육체(肉體)의 가득한 방향(芳香) 안에
사랑의 생각조차 부끄러워하여라.
이러한 즐거움, 이러한 온갖 진실(眞實)에서
내 사람은 떠나갔어라, 애달파라, 모든 것은
맘을 아피는 봄철같이 자취도 없이 가고,
지금(只今) 내게는 피곤(疲困)과 단장(斷腸)의 검은 겨울이 왔어라.
지금(只今) 내 몸은 혼자 애달픔과 고적(孤寂)에 잠겼노라,
늙은이보다도 오히려 냉락(冷落)한 외로운 절망(絶望)에
뉘 님조차 없는 불쌍한 고아(孤兒)인 나의 이 몸은,
바랄 따름이노라 살뜰한 사람, 뜨겁고 보드라운 사람,
머리는 적갈색(赤褐色)에, 얼굴은 침사(沈思)에 조경(嘲驚)의 눈으로,
때 좇는 아이 같이 이마에 키스하는 사람을.
권태(倦怠)
편집친애(親愛)하여라, 친애(親愛)하여라, 그저 친애(親愛)하여라,
내 가슴은 이리 불러라, 아아 내 사람아!
그대를 움직이는 더운 이 맘을 차[冷]게 하여라,
일락(逸樂)의 생각은 비록 높아진다 하여도
뉘 이 같은 평온(平穩)한 희생(犧牲)의 맘은 잃지 말아라.
쇠락(衰落)하여라, 자는 듯한 사랑의 맘에,
너의 탄식(歎息)과 쓸데없는 눈동자(瞳子)는 헛것이어라
가거라, 깊은 질투(嫉妬)와 끊지 않는 분격(奮激)과 거짓도,
그것들은 긴 키스를 할 만한 값도 없어라.
그러나 너의 살뜰한 황금(黃金)의 흉중(胸中)의 말은
‘나의 아이야 어리석은 정욕(情慾)은 군적(軍笛)을 불려하나니
맘대로 분노(憤怒)의 나팔(喇叭)을 불게 하여라, 우스운 사람아!’
네 이마를 내 이마에, 네 손을 내 손에 놓고
명일(明日)이면 잊어버릴 달콤한 맹세를 하며,
이렇게 눈을 흘리며 아침 벗을 맞게 하여라, 열병(熱病)에 걸린 어린 아이여!
녹색(綠色)
편집여기, 과실(果實)과 꽃, 그리하고 잎사귀와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만을 생각하는 내 가슴이 있습니다,
여보세요, 제발 그 두 흰 손으로 흐트려 주시지 말고,
아름다운 당신의 눈으로 이 불서러운 선물을 곱게 해 주세요.
아침바람이 내 이마를 시원하게 불어줍니다,
나는 아직도 이슬에 젖었어요,
당신의 고요한 발 가에 내 피곤(疲困)을 쉬게 해 주세요,
쉬는 적은 동안에, 사랑스러운 순간(瞬間)을 꿈이나 꾸게요.
당신의 젊어진 가슴 위에 내 머리를 눕혀주셔요,
내 머리에는 당신의 마지막 키스 소리가 들립니다,
행복(幸福)의 바람에서 벗어나서 나를 쉬게 해 주셔요,
당신이 쉬시거든 나도 잠깐 동안 자겠어요.